
피도니시(Fidonisi), 공식 명칭 '뱀섬(Zmiinyi Island)'은 흑해에 떠 있는 작은 섬으로, 다뉴브 강 하구에서 해안선까지 약 35km 떨어진 곳에 위치합니다. 오늘날 이 섬은 우크라이나 영토이지만 현재 러시아군에 점령된 상태입니다. 그러나 이곳의 역사가 늘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부르던 이름, '레우케'
고대 그리스인들은 이 섬을 '레우케(Leuke)', 즉 '백색의 섬'이라고 불렀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전해집니다. 하나는 섬에 있는 흰 대리석 때문이라는 설이고, 다른 하나는 그곳에 서식하던 뱀의 색깔 때문이라는 설입니다. 역사가 아리아노스는 멀리서 바라볼 때 섬이 하얗게 보였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기록했으며, 여행가 디오니시오스는 뱀의 색깔과 관련된 설을 언급했습니다.
비잔티움의 스테파노스는 이 섬을 '아킬레스의 섬'이라 칭했습니다. 트로이 전쟁에서 영웅 아킬레스가 죽은 후, 그의 어머니 테티스가 아들의 유해를 이곳으로 옮겨와 신성한 제단을 세웠다고 전하기 때문입니다. 테티스는 아킬레스와 함께 그의 친우 파트로클로스의 시신 또한 이곳에 안장했다고 합니다.
아킬레스 신전과 순례자들
아킬레스를 모시는 신전은 오랜 세월 동안 이 섬에 존재했습니다. 3세기 로마의 역사가는 섬에 신전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순례자들은 섬에서 두 영웅의 환영을 목격했다고 보고했으며, 그 자리에 제물을 남기고 돌아갔습니다. 로마의 박물학자 대(大)플리니우스 역시 영웅의 무덤이 이 섬에 있다고 저술했습니다.
신화 속 뱀섬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이 섬은 험난한 흑해를 항해하는 선원들에게 닻을 내릴 수 있는 안식처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트로이 사이클의 시인 중 한 명인 밀레토스의 아르크티노스는 아킬레스와 파트로클로스의 무덤이 이 섬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었습니다. 물론 이 섬과 아킬레스, 그리고 호메로스 서사시의 다른 영웅들에 관한 수많은 전설들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습니다.
1823년 발견된 유적, 그리고 파괴
1823년, 이 섬에서 고대 신전으로 추정되는 폐허가 발견되었습니다. 아마도 아킬레스의 신전으로 보이지만, 당시 섬을 소유하고 있던 러시아가 그 위에 등대를 건설하면서 귀중한 유적은 파괴되고 말았습니다.
이 섬에 대한 기록은 지리학자 스트라본, 프톨레마이오스,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 등 다른 고대 저술가들의 글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섬에서는 여러 고대 비문이 발견되었는데, 그중 기원전 4세기 비문은 섬을 점거했던 해적들을 상대로 거둔 승리를 기념하는 내용입니다. 또한 유명한 고대 도기 화가 에픽테토스와 도공 니코스테네스의 서명이 새겨진 도기 조각도 이 섬에서 출토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