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제1차 세계대전이 공식적으로 끝난 뒤에도 한동안 독일과 정식 강화 조약을 체결하지 못한 특이한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두 나라 간의 전쟁 상태는 1918년 3월 3일 체결된 브레스트-리토프스크 조약으로 일단 종결되었지만, 이 조약은 오래 유지되지 못했습니다.
브레스트-리토프스크 조약, 짧았던 평화
볼셰비키 정부는 혁명 직후의 극심한 혼란 속에서 전쟁에서 손을 떼기 위해 독일을 비롯한 동맹국과 브레스트-리토프스크 조약을 맺었습니다. 이 조약에 따라 러시아는 폴란드, 발트 3국, 핀란드, 우크라이나 등 광대한 영토를 할양해야 했으며, 막대한 인구와 산업 시설을 잃는 대가를 치렀습니다.
그러나 1918년 11월 독일이 서부 전선에서 패배하고 연합국이 최종 승리하면서 이 조약은 무효화되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러시아가 연합국 진영에 서지 않았기 때문에 전후 처리인 베르사유 체계 어디에도 러시아의 자리가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1922년 라팔로 조약으로 이어진 관계 정상화
이후 러시아와 독일 사이에는 오랫동안 공식적인 평화 조약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양국 관계의 법적 정리는 1922년 4월 16일, 제노바 회의 기간 중 이탈리아 라팔로에서 체결된 라팔로 조약에서 비로소 이루어졌습니다.
이 조약으로 소비에트 러시아와 바이마르 독일은 외교 관계를 정상화했고, 서로에게 배상금이나 재산상 청구권이 없음을 상호 확인했습니다. 당시 두 나라 모두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처지였기에 자연스럽게 실질적인 동반자가 될 수 있었으며, 이는 이후 독소 관계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정리
요컨대 러시아는 제1차 세계대전 직후에는 독일과 실효성 있는 평화 조약을 체결하지 못했습니다. 브레스트-리토프스크 조약이 연합국의 승리로 무효화된 뒤, 1922년 라팔로 조약이 체결되면서에야 양국 간 관계가 공식적으로 정상화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