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

폭탄 한 발 없이 4,133명 사망…2차 대전 초 영국 '블랙아웃'이 남긴 참상

1939년 8월 25일, 소련 외무장관 몰로토프와 독일 외무장관 리벤트로프가 불가침 조약에 서명했습니다. 이 조약은 곧 폴란드 운명을 결정짓고 제2차 세계 대전의 막을 여는 신호탄이 되었습니다. 9월 1일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했고, 이틀 뒤인 9월 3일에는 영국·호주·뉴질랜드·프랑스·남아프리카공화국·캐나다가 잇달아 독일에 선전포고를 했습니다. 그러나 히틀러의 진격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선전포고 이후에도 직접적인 군사 개입에 나서지 않았던 영국이지만, 런던에서는 즉각적인 대비 움직임이 시작되었습니다. 루프트바페(독일 공군)의 야간 공습에 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정부가 내린 조치는 '조명 통제령', 이른바 블랙아웃이었습니다. 해가 지면 어떤 종류의 빛도 켜는 것이 금지되었고, 심지어 거리에서 담배 불빛을 드러냈다는 이유만으로 체포될 수도 있었습니다. 밤이 찾아오면 짙은 어둠이 영국의 거리를 집어삼켰고, 그 금지령을 감히 깨뜨릴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오직 달뿐이었습니다.

폭탄 한 발 없이 4,133명 사망…2차 대전 초 영국  블랙아웃 이 남긴 참상

그럼에도 사람들은 완전한 어둠 속에서 '평소처럼' 살아가려 애썼습니다. 자동차와 가로등 기둥, 연석, 나무가 널려 있는 거리는 일종의 장애물 코스가 되었고, 헤드라이트는커녕 계기판 불빛마저 꺼진 자동차들은 서로를 피해 방황했습니다. 소리만 들리고 모습은 보이지 않는 트램은 '조용한 위협'이 되었으며, 결국 교통사고는 전년 대비 무려 100% 증가하고 말았습니다.

'전쟁' 선포 후 첫 4개월인 1939년 9월부터 12월까지 영국 땅에서 4,133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사망자의 4분의 3이 보행자). 그런데 이 기간 동안 루프트바페가 투하한 폭탄은 단 한 발도 없었습니다.

출처: Juliet Gardiner, 『Wartime – How We Drive』, 제2차 세계대전 관련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