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발전은 여러 지표로 측정할 수 있지만, 그중에서도 법과 규정은 공동체의 공존을 보장하고 영토를 정치적으로 조직하기 위해 가장 발전된 고대 문명부터 끊임없이 진화해 온 핵심 요소입니다.
고대 법전들 사이에서 오늘날의 법과 유사한 원리를 발견하면 흥미롭지만, 한편으로는 현대인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기이한 규칙들도 존재합니다. 함무라비 법전, 우르남무 법전, 12표법 등 역사에 남은 법전 속 숨겨진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1. 고발자가 증거를 입증하지 못하면 사형 — 함무라비 법전
'눈에는 눈'으로 유명한 함무라비 법전은 기원전 1750년경 바빌로니아의 왕 함무라비가 반포한 법전입니다. 그런데 이 법전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엄격한 규칙이 숨어 있습니다. 고발자는 자신의 비난을 의심의 여지 없이 입증해야 했습니다.
입증하지 못하면 고발자 본인이 사형에 처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피고인의 무죄를 입증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피고인을 강에 던져 익사하면 신들이 유죄로 판단한 것이고, 살아서 나오면 무죄이며 거짓 고발을 한 사람이 대신 처형되었습니다. 그래서 함부로 누군가를 고발하는 일은 목숨을 건 도박이나 다름었습니다.
2. 동행 없는 여성 납치는 처벌이 달랐다 — 우르남무 법전
기원전 2100~2050년 사이에 작성된 우르남무 법전(Ur-Nammu Code)은 수메르의 법전으로, 훗날 함무라비 법전의 초안에 영감을 준 것으로 추정됩니다. 납치범은 원칙적으로 사형에 처했지만, 피해자와 납치범이 모두 자유민인 경우에만 해당했습니다.
납치된 사람이 노예라면 사형 대신 벌금형이 선고되었습니다. 그리고 피해자가 여성이라면 납치범은 언제든 변명할 구실이 있었습니다. 바로 '그녀가 동행자 없이 혼자 거리에 있었기 때문에 누구의 여성인지 알 수 없었다'는 주장입니다.
3. 가톨릭 신자의 개종을 막다 — 테오도시우스 법전
서기 438년에 작성된 테오도시우스 법전은 기독교 이외의 신을 숭배하는 행위를 금지했습니다. 또한 모든 기독교 교파는 이단으로 간주하여 처벌하고, 가톨릭 교회에 복종하도록 강제했습니다.
사형에 처해진 죄목 중 하나는 바로 가톨릭 신자를 다른 종교로 개종시키는 행위였습니다.
4. 만물이 사형이었던 시절 — 드라콘의 법
테살리아 출신의 드라콘(Dracon)은 기원전 621년경 아테네 최초의 성문법을 제정한 인물로 평가받습니다. 그의 '드라코닉 코드'는 매우 단순했지만 효과적이었는지는 의문입니다. 기준은 단 하나, 사형이었습니다.
사람을 죽였는가? 사형이다. 동물을 훔쳤는가? 사형이다. 세금을 내는 것을 잊었는가? 사형이다. 다행히 아테네인들은 드라콘의 후계자 솔론(Solon)이 살인죄를 제외한 모든 사형 규정을 폐지하면서 숨통을 트게 됩니다.
5. 집 안에서 일어난 강간은 피해자가 처벌받았다 — 히타이트 법전
히타이트인들이 스스로를 부른 이름인 네실림(Nesilim)도 기원전 1650~1500년경 자체적인 법전을 두고 있었습니다. 그중 가장 기이한 법 중 하나는 여성을 강간하면 사형에 처할 수 있지만, 오직 해외에서 일어난 경우에만 적용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같은 일이 집에서 일어났다면 결론은 뒤집혔습니다. 범인으로 지목된 것은 피해 여성 본인이었고, 강간범 대신 그녀가 사형을 선고받았습니다.
6. 수간의 처벌은 동물의 종류에 따라 달랐다 — 히타이트 법전
히타이트 법전의 또 다른 기이한 규칙은 수간에 대한 처벌이 어떤 동물과의 행위였는지에 따라 달라졌다는 점입니다.
개나 돼지와의 행위는 사형이었지만, 말이나 노새였다면 왕 앞에 다시는 나타나지 못하게 하는 형벌로 대체되었습니다. 소의 경우에는 왕이 직접 형량을 결정했습니다.
7. 남의 곡식을 베면 여신에게 제물로 바쳐졌다 — 12표법
12표법은 기원전 450년경 로마에서 최초로 작성된 것으로 알려진 법률입니다. 그중 하나는 남의 곡식을 베거나 모은 자는 케레스(Ceres) 여신에게 제물로 바쳐진다는 규정이었습니다.
단, 피해자가 성인인 경우에만 사후에 처형이 집행되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받은 몫의 두 배를 배상하라는 판결로 끝났습니다.
8. 아버지에게 독립을 선언하면 노예로 팔렸다 — 메소포타미아 규정
기원전 2250년에서 550년 사이에 발견된 단편적인 메소포타미아 규정 중에는 파격적인 조항이 있습니다. 아들이 아버지에게 독립을 선언하면 노예로 팔릴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반면 어머니에게 독립을 선언했다면 집에서 쫓겨나는 데 그치지만, 상속권을 박탈당하는 처벌을 받았습니다.
9. 명예 없는 여성은 베일을 쓰면 안 됐다 — 아수라 법전
아수라 법전은 기원전 1075년경 작성된 아시리아의 법률 모음집입니다. 그중 하나의 규정은 명예로운 여성은 공공장소에서 얼굴을 베일로 가려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그러나 노예, 하녀, 매춘부 등 '명예롭지 못한' 여성은 이 복장을 착용할 수 없었습니다. 베일을 쓴 것이 발각되면 옷을 모두 벗긴 채 50대의 채찍질을 받은 뒤 사형에 처해졌습니다.
10. 조롱하는 노래는 목숨을 걸었다 — 12표법
12표법에 담긴 또 다른 로마의 규정은 다른 사람을 놀리거나 조롱하는 노래를 부른 자는 사형에 처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단, 노래된 내용이 거짓일 경우에만 해당합니다. 사실이라면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고대 로마에서도 '진실'에는 면책권이 있었던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