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

죽음 너머의 승리, 고대 올림픽 판크라티온 챔피언 아라키온의 전설

고대 그리스의 궁극 격투기, 판크라티온

판크라티온(pankration)은 고대 그리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중 하나였습니다. 권투와 레슬링을 결합하고 교살, 던지기 같은 기술까지 더한 일종의 전투 종목으로, 유일하게 금지된 행위는 상대를 물어뜯거나 눈에 손가락을 찌르는 것뿐이었습니다. 그 외의 거의 모든 기술이 허용되었던 셈입니다.

판크라티온은 올림픽 경기의 하이라이트였으며, 한쪽 선수가 손가락을 들어 올려 항복 의사를 밝혀야만 경기가 끝났기 때문에 한 경기가 몇 시간씩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종목에서, 죽음 이후에도 승리를 거머쥔 전설적인 챔피언이 탄생합니다. 그의 이름은 아라키온(Arrachion)입니다.

아카디아가 배출한 무적의 판크라티스트

아라키온은 아카디아 남서부의 도시 피갈리아(Phigalia) 출신 운동선수로, 기원전 572년 제52회 올림피아드와 기원전 568년 제53회 올림피아드에서 연달아 우승하며 명성을 쌓았습니다. 그리고 기원전 564년 제54회 올림피아드에서는 이름이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상대를 만나 세 번째 왕좌를 방어하는 마지막 경기를 치르게 됩니다.

결승전, 죽음을 향해 몰려간 영웅

경기 어느 시점, 상대는 아라키온의 등에 올라타 목을 조르는 초크 홀드를 걸기 시작했습니다. 패배 직전까지 몰린 아라키온의 귀에 지도사의 외침이 들려왔습니다.

"얼마나 고귀한 비문이겠는가! 그는 올림피아에서 단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다!"

그 순간 아라키온은 몸을 왼쪽으로 던지며 오른쪽 다리를 차고 발을 비틀어, 상대의 발가락 하나가 부러질 정도의 극심한 고통을 안겼습니다. 참지 못한 상대는 고통에 손가락을 들어 항복을 표시했습니다.

그러나 바로 이 급작스러운 회전 동작 때문에, 여전히 목을 조르고 있던 상대의 팔이 아라키온의 목을 꺾어버렸습니다. 아라키온은 그 자리에서 즉사했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지리학자 파우사니아스는 저서 『그리스 도착기(Description of Greece)』(VIII, XL-12)에서 이 장면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죽음 너머의 승리, 고대 올림픽 판크라티온 챔피언 아라키온의 전설

심판의 판정, 그리고 사후에 씌워진 월계관

상대가 먼저 항복의 표시로 손가락을 들었기 때문에, 심판들은 그 시점부터 남은 전투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판정했고, 아라키온을 승자로 선언했습니다. 이렇게 그의 시신에는 승자의 월계관이 씌워졌고, 아라키온은 고대 판크라티온 전사들 가운데 가장 신화적인 인물로 남게 되었습니다.

문헌과 조각으로 전해지는 불멸의 기록

격투 장면을 그린 레므노스 섬의 필로스트라토스는 저서 『이미지(Imagines)』 두 번째 책에서 아라키온의 최후를 이렇게 묘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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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사니아스는 또한 피갈리아의 아고라(광장)에서 아라키온의 동상을 직접 볼 수 있었다고 전합니다. 이 조각상은 현재 올림피아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으며, 올림픽 관련 조각품 중 가장 오래된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습니다.

아라키온은 오늘날까지 '승리 아니면 죽음'이라는 고대 그리스 스포츠 이상을 대표하는 인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