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역사가 수에토니우스(Suetonius)는 저서 『열두 카이사르의 생애』에서 클라우디우스 황제가 "매우 필요하다고 여긴 세 글자를 발명해 알파벳에 추가하고 싶어 했다"고 기록합니다. 흥미롭게도 그는 황제가 되기 전에 이미 이 주제에 관한 책을 출판할 만큼 깊은 학문적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당대 대부분의 책, 공공 법령, 비문에서 사용되던 문자 체계를 큰 어려움 없이 채택할 수 있었습니다.
클라우디우스는 평생 학문에 몸담은 인물이었습니다. 에트루리아의 역사와 사전, 카르타고에 관한 8권짜리 저술 등 수많은 작품을 남겼습니다. 그는 알파벳 개혁과 동시에 고대의 습관으로 돌아가려고도 노력했는데, 바로 단어 사이에 마침표를 찍는 것이었습니다. 고전 라틴어는 원래 띄어쓰기 없이 쓰였다는 점에서 이러한 시도가 나온 것입니다.
그는 검열관(켄소르) 직위를 활용해 이 개혁을 추진했는데, 아마도 의도적으로 선조인 아피우스 클라우디우스 카이쿠스(Appius Claudius Caecus)의 예를 본뜬 것으로 보입니다. 기원전 312년 검열관직에 오른 카이쿠스는 로마 역사상 최초의 유명한 인물로 꼽히며, 상당한 정치적 파장을 일으킨 인물입니다.

카이쿠스는 자신의 이름을 딴 아피아 가도(Via Appia)와 아피아 수도교(Aqua Appia)를 건설했을 뿐만 아니라, 전례 없는 방식으로 공공 건설물에 자신의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다루면 분량이 꽤 길어지겠지만, 여기서 주목할 점은 그가 라틴 알파벳에도 변화를 가져왔다는 사실입니다. 그는 문자 R을 발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마르티아누스 카펠라(Martianus Capella)의 『필롤로기아와 메르쿠리우스의 결혼』(III, 261)에 따르면 라틴 알파벳에서 Z를 제거하고 그 자리에 새 문자 G를 도입한 사람도 바로 그였습니다(G는 가이우스 또는 그나이우스를 표기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다만 플루타르코스는 C에 획을 하나 더해 G를 발명한 인물로 스푸리우스 카르빌리우스 루가(Spurius Carvilius Ruga)를 꼽습니다.
문자 Z는 클라우디우스 시대 이전, 기원전 1세기 로마가 그리스를 정복한 후 이미 라틴어에 다시 도입되었지만, 그리스어에서 차용한 단어의 소리를 표기하는 용도에 불과했습니다. G가 그 자리를 차지하면서 Z는 알파벳 맨 끝으로 밀려나게 됩니다.
타키투스(Tacitus) 역시 『연대기』(XI, 13–14)에서 클라우디우스가 추가한 세 개의 새 문자를 설명합니다:

바로 역디감마(reversed digamma), 안티시그마(antisigma), 반 H(half H)입니다. 타키투스의 기록에 따르면 이 문자들은 그의 통치 기간에만 사용되었고, 이후 영원히 사라졌습니다.
역디감마는 F를 180도 회전시켜 Ⅎ로 표기했으며, /w/ 소리를 나타내는 역할을 했습니다. 덕분에 V는 /u/ 소리 전담 문자로 남게 됩니다.
안티시그마는 Ↄ 또는 ↃϹ로 표기되었으며, X가 CS와 GS를 대신하듯 이중 문자 BS와 PS의 소리를 나타냈습니다.
반 H는 Ⱶ로 표기되었으며, 독일어 ü와 유사하게 /u/와 /i/ 사이의 소리를 표기하는 데 쓰였습니다. 클라우디우스 사후에는 이 '반 H'가 담당하던 소리가 포함된 그리스어 단어를 표기하기 위해 문자 Y가 라틴 알파벳에 재도입됩니다.
이 세 문자는 서기 1세기에 더 이상 사용되지 않았지만,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사용하는 문자 인코딩 표준인 유니코드(Unicode)에 포함된 덕분에 오늘날에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