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

티탄과 티타니스: 올림포스 신들에 앞선 그리스 신화의 원초적 거신들

그리스 신화에서 티탄(Titan)은 올림포스 신들에 앞서 세계를 지배했던 원초적인 거인 신들을 가리킨다. 고대 그리스어로 단수형은 '티탄(Τιτάν)', 복수형은 '티타네스(Τιτᾶνες)'라 불렸으며, 이들은 하늘을 뜻하는 우라노스와 대지를 뜻하는 가이아 사이에서 태어난 자손이다.

티탄과 티타니스

티탄들의 계보는 헤시오도스의 『신통기(Theogony)』에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그 수는 일반적으로 열두 명에서 열네 명으로 알려져 있는데, 헤시오도스는 여섯 아들과 여섯 딸을 인정한다. 여섯 딸들은 '티타니스(Tιτάνις, 복수형 Τιτάνιδες)'라 불리며, 티탄 전쟁(티타노마키아) 당시 중립을 지킨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오르피즘 전통에서는 남녀 각 일곱 명의 티탄을 언급한다.

여섯 형제, 티탄

  • 코이오스(Coeos)
  • 크리오스(Crios)
  • 크로노스(Cronos)
  • 히페리온(Hyperion)
  • 이아페토스(Iapetus)
  • 오케아노스(Ocean) — 헤시오도스에 따르면 여섯 형제 중 장남이며, 제우스와 올림포스 신들에게 맞서 싸우지 않은 유일한 남성 티탄이다.

여섯 자매, 티타니스

  • 므네모쉬네(Mnemosyne)
  • 포이베(Phoebe)
  • 레아(Rhea)
  • 테이아(Theia)
  • 테미스(Themis)
  • 테튀스(Tethys)

'티탄'이라는 호칭의 확장

엄밀한 의미에서 '티탄'이라는 이름은 앞서 언급한 열두 신에게만 적용되지만, 실제로는 이들의 후손 상당수에게까지 넓게 사용된다. 대표적으로 프로메테우스, 에피메테우스, 아틀라스, 헤스페로스, 메노이티오스가 있으며, 헤카테, 아스테리아와 레토, 에오스·헬리오스·셀레네 남매, 페르세스·팔라스·아스트라이오스, 아스트라이아, 에오스포로스 등도 티탄의 범주에 포함되곤 한다.

또한 에우리노메, 오피온, 렐란토스, 아우라, 아뉘토스, 아리스테아스, 티폰, 디오네 같은 고대의 신들 역시 때때로 티탄으로 꼽힌다. 예컨대 오르피즘 전통에서는 포르키스를 일곱 번째 티탄으로, 디오네를 일곱 번째 티타니스로 언급한다. 흥미롭게도 영국의 작가이자 신화학자인 로버트 그레이브스는(다소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펠라스기 창조 신화에서 티탄의 수가 열네 명이라고 재구성한 바 있는데, 이는 고대인들이 알던 일곱 개의 '행성'과 연관된 숫자이다.

티탄 신화

우라노스의 폭정과 가이아의 분노

우라노스와 가이아의 첫째 자식들은 각각 머리 쉰 개와 손 백 개를 지닌 세 명의 헤카톤케이레스, 그리고 눈이 하나뿐인 세 명의 키클롭스였다. 그다음에야 열두 티탄 남매가 태어났다.

그러나 세계 최초의 통치자였던 우라노스는 자신의 자손들이 흉측하다고 여기고 왕위를 빼앗길까 두려워, 헤카톤케이레스와 키클롭스를 지하 세계의 가장 깊은 곳인 타르타로스에 유폐해 버렸다.

이에 분노한 가이아는 티탄들에게 아버지를 타도할 것을 부추겼지만, 막내인 크로노스만이 응답했다. 그는 낫을 들고 아버지를 기다렸다가, 우라노스를 거세하고 잘린 남근을 바다에 던졌다.

바다의 거품에서 태어난 아프로디테

우라노스의 남근에 수정된 파도는 거품을 만들었고, 키티라 섬 근처 바다에서 그 거품으로부터 아프로디테가 태어났다. 그녀 이름의 어원이 이를 말해 준다. 그리스어로 'Ἀφρός(아프로스)'는 '거품'을 뜻하기 때문이다. 아일리아누스에 따르면 아프로디테는 조개껍질 속에서 태어났으며, 바로 그 껍질을 타고 키티라 섬에 도착했다고 한다.

일부 문헌에서는 복수의 여신 에리니에스(로마인들은 '퓨리아이'라 불렀다)와 기간테스 역시 이 바다의 수정에서 태어났다고 보지만, 다른 문헌에서는 우라노스의 피에 수정된 가이아가 에리니에스, 멜리아데스, 기간테스를 낳았다고 전한다.

크로노스의 통치와 자식을 삼킨 공포

타르타로스에서 풀려난 헤카톤케이레스와 키클롭스의 도움으로 크로노스는 우라노스를 몰아내고 세계와 하늘의 주인이 되었다. 그러나 그 역시 자신에게 가까운 누군가가 자리를 빼앗을까 두려워, 도와준 이들을 다시 타르타로스에 가두었다.

더 나아가 크로노스는 누이인 레아 사이에서 낳은 자식들을 하나씩 삼키는 악습을 만들었다. 어머니 가이아가 아버지처럼 그 역시 자식 중 하나에게 왕좌를 빼앗길 것이라고 예언했기 때문이다.

다시 임신한 레아는 크레타로 피신하여 이다 산의 동굴에서 막내아들 제우스를 낳았다. 그리고 아버지의 손길로부터 아기를 지키기 위해 강보에 감싼 돌을 내밀며 이것이 막내라고 속였다.

제우스의 반격과 티타노마키아

성장한 제우스는 아버지의 폭정에 맞서 반기를 들었다. 그는 먼저 오케아니스 메티스에게 도움을 청했다. 메티스는 강력한 토제를 만들어 크로노스에게 먹였고, 크로노스는 돌부터 시작해 삼켰던 자식들을 차례로 토해냈다. 이후 제우스는 형제들의 도움을 받아 크로노스와 그에게 충성하는 티탄들과의 전쟁, 이른바 티타노마키아에 돌입해 승리를 거두었다. 이 전쟁에서 제우스는 아직 타르타로스에 갇혀 있던 헤카톤케이레스와 키클롭스도 구출했다. 이때 아르게스, 브론테스, 스테로페스가 제우스에게 번개를 만들어 주며 힘을 보탰다.

세계의 분배와 다가올 또 하나의 전쟁

승리 후 제우스는 형제인 포세이돈과 하데스와 함께 세계를 나누었다. 제우스는 하늘을, 포세이돈은 바다를, 하데스는 지하 세계를 차지했다. 이렇게 안정된 세계는 인간이 살아갈 세계의 모태가 되었지만, 또 다른 전쟁이 곧 다가오고 있었다. 바로 올림포스 신들과 기간테스가 격돌하는 기가노마키아(거인 전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