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

노르드 신화의 드워프, 드베르그(Dvergr): '뒤틀린 자'들의 정체

드베르그(단수형 Dvergr, 복수형 Dvergar)는 '뒤틀린 자'라는 의미를 지닌 존재로, 스칸디나비아 신화에 등장하는 드워프입니다.

교회에 의해 축소된 존재

현대 민담과 달리 고대 스칸디나비아의 드워프는 작은 존재가 아니라 인간과 같은 체구를 지녔습니다. 이들을 오늘날과 같은 작은 형상으로 격하한 것은 바로 교회였으며, 이는 모든 이교적 존재를 체계적으로 폄하하려던 교회의 정책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축소되었음에도 드워프들이 보여주는 강한 생명력은 그들의 유구한 역사를 증명합니다. 고대 문헌에서 드워프는 알프(엘프)와 동격으로 다루어졌으며, 신들과도 자유롭게 대화했습니다. 특히 노르웨이를 중심으로 한 근대 스칸디나비아 민화는 드워프의 인기를 더욱 확고히 했습니다. 중세의 툴루르(thulur, 고유명사를 열거하는 시)는 드워프의 이름을 무려 백 개 가까이 전해 주며, 그중 상당수는 의미심장한 이름들입니다.

노르드 신화의 드워프, 드베르그(Dvergr):  뒤틀린 자 들의 정체

죽은 자의 영혼일 가능성

드워프를 분석해 보면 그들은 죽은 자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뒤틀린'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이를 시사하는데, 실제로 당시 고인은 현대처럼 눕혀 묻히지 않고 태아 자세로 안장되었기 때문입니다. 다인(Dâinn, 죽음), 블라인(Blâinn, 푸른색, 곧 이 세계관에서 검은색), 나르(Nâr, 시체) 같은 이름들 역시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합니다. 따라서 드워프는 매우 근본적인 존재입니다. 이 종교의 가장 초기 단계가 죽은 자의 영혼 숭배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죽은 자로서 드워프는 지하, 그중에서도 암석과 산속에 거처를 마련합니다. 메아리 소리는 드베르그말(dvergmál, 드워프의 언어)이라 불렸으며, 근대 아이슬란드어로는 베르그말(bergmál, 산의 언어)이라고 합니다. 또한 드워프는 태양 빛을 견디지 못하는데, 이들을 없애고 싶다면 빛에 노출시켜 돌로 굳게 만드는 것이 방법이었다고 전해집니다.

위대한 마술사이자 지식의 보유자

드워프는 위대한 마술사이기도 했습니다(fjôlkunnigir, '많은 것을 아는 자'). 그들은 태초의 오컬트적 진실에 관한 지식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피욜스비드(Fjôlsvidr, '다방면의 지식을 가진 자'), 라즈비드(Râdsvidr, '현명한 조언자'), 알비스(Alvíss, '매우 학식 있는 자') 같은 이름이 이를 증언합니다. 특히 알비스는 스칼드(skalld) 시가에서 필수적인 케니힝(heiti)을 묻기 위해 토르가 직접 찾아간 대상으로, 『알비스말(Alvíssmál)』에 등장합니다.

드워프는 시적 꿀술 제조에도 깊이 관여했습니다. 시의 달인이었던 크바시르(Kvasir)의 피에 꿀을 섞어 시적 영약을 빚은 것은 바로 드워프들이었습니다.

우주를 떠받치는 존재

드워프는 우주론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원초의 거인 이미르(Ymir)의 해골로 만들어진 하늘의 금궁은 네 명의 드워프가 받치고 있는데, 그들의 이름은 각각 방위를 나타냅니다. 노르드리(Nordri, 북), 수드리(Sudri, 남), 아우스트리(Austri, 동), 베스트리(Vestri, 서)가 그 주인공입니다.

일류 장인, 신성한 물건의 제작자

드워프는 일류 금세공인이자 대장장이, 그리고 보물의 수호자였습니다. 대중문학은 이 소재를 통해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드워프가 손수 만든 놀라운 물건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토르의 망치 미욜니르(Mjôllnir)
  • 토르의 아내 시프의 황금 머리카락
  • 드라우프니르(Draupnir) 반지
  • 『쇠를라 tháttr』에서 여신 프레이야가 탐내는 브리싱가(Brí­singar)의 대목걸이
  • 접으면 주머니에 넣을 수 있어 운반이 편리한 신성한 배 스키드블라드니르(Skídbladnir)
  • 마황 늑대 펜리르를 결박하는 데 사용된 마법 사슬 글레이프니르(Gleipnir)
  • 경이로운 멧돼지 힐디스빈(Hildisvín)

거인과의 대립, 복합적인 이미지

드워프는 거인들과 많은 특권을 공유하면서도 그들과 대립했으며, 알프를 비롯한 각종 초자연적 존재들과 혼동되어 왔습니다. 스노리 스투를루손(Snorri Sturluson)은 드워프를 '검은 알프(dökkálfar)'에 비유하기까지 했습니다. 이처럼 복합적이고 다소 불순한 드워프의 이미지는 그들이 지닌 지극히 오래된 기원으로만 설명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