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롤의 어원과 본래 모습
트롤(troll)이라는 단어의 어원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초기에는 '거인'을 가리키는 말이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낭만주의가 퍼뜨린 통념과 달리, 트롤은 장난기를 부리는 난쟁이나 요정이 아니다. 트롤은 무섭고 사악한 거인이며, 교회는 그를 악마와 동일시했다. 실제로 "트롤이 너를 차지하게 하라(hafi þik)"는 저주 표현은 곧 "악마가 너를 차지하게 하라"는 의미로 쓰였다. 괴물이 드물게 등장하는 북유럽 신화에서 트롤은 때때로 기괴하고 흉측한 존재로 묘사된다.
마법과 연결된 트롤
흥미롭게도 알브(alv) 계열의 존재들처럼 트롤 역시 인간의 정신 능력에 대한 지배력을 지닌 존재로 여겨졌다. 주술과 마법을 뜻하는 단어들이 모두 트롤에서 파생된 합성어라는 점이 그 증거다. 예컨대 trolldom(마법), trollkarl(마술사), trollvisor(마법 노래) 등이 있다.
기독교 선교와 트롤의 몰락
10세기 말부터 11세기 초, 노르웨이의 개종 왕들인 올라프 트리그바손(Oláfr Tryggvason)과 성왕 올라프 하랄드손(Oláfr Haraldsson)의 시대부터 기독교 선교사들의 활동은 먼저 트롤을 상대로 전개되었다. 이 주제를 중심으로 탄탄한 구전 전통이 형성되었고, 그것은 발라드, 민요, 민담 속에 살아남아 특히 북유럽에서 수많은 이야기로 전해진다.
또한 교회가 끊임없이 트롤의 위상을 깎아내린 결과, 원래 거인이었던 트롤의 체구는 점점 줄어들었다. 그러나 트롤이 난쟁이나 무해한 존재로 치부되지는 않았다. 때로는 트롤이 자신들의 딸, 보통 미모의 소유자를 신들에게 시집보내 주기도 했다!
트롤의 정체에 관한 또 다른 가설
매력적인 하나의 학설은 트롤을 자신의 운명에 불만을 품은 죽은 자, 즉 아이슬란드의 망령 드라우그(draugr)와 같은 존재로 보려 한다. 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우리가 가진 지식과 자료로 볼 때, 북유럽 초자연적 존재들의 범주는 서로 겹쳐 있으며, '거인'이라는 개념 역시 결국 갖가지 다른 신화적 실재와 교차하게 되었음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노르웨이 민담 속 트롤
트롤에 관한 가장 생생한 기억을 간직한 곳은 노르웨이다. 트롤은 민담 속에 자리 잡았으며, 이 이야기들은 수많은 삽화본으로 출간될 만큼 사랑받았다. 사람 크기의 트롤은 대개 어리석고 못생겼다. 부젓가락처럼 긴 코와 바지 밖으로 삐져나온 덥수룩한 꼬리가 특징이다. 악의를 드러낼 경우에는 피하는 것이 좋은데, 그들의 우둔함 덕분에 그리 어렵지 않다. 어떤 경우에는 오히려 인간에게 도움을 주기도 한다.
지명에 남은 트롤의 흔적
트롤의 극단적인 추함, 심지어 괴물성은 그들이 지명 속에 오래도록 생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노르웨이 땅의 기묘하고 황량한 지형들은 '트롤'이 들어간 이름들을 낳았다. 대표적으로 트롤라할스(Trollahals), 트롤라스코그(Trollaskôgr), 트롤라퉁가(Trollatunga)가 있는데, 각각 '트롤의 목', '트롤의 숲', '트롤의 혀'를 뜻한다.
노르웨이의 위대한 작가 헨리크 입센은 희곡 『페르 귄트(Peer Gynt)』에서 트롤이라는 개념이 지닌 양면성과 미묘함을 정확히 포착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