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이의 최강의 방패, 헥토르
그리스 신화에서 헥토르(고대 그리스어: Ἕκτωρ)는 트로이 전쟁에서 트로이를 지킨 최고의 영웅입니다.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스』에서 그는 인간적인 품성과 용기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인물로 꼽히며, 패배했음에도 불구하고 후세에 '진짜 영웅'으로 기억되는 특별한 존재입니다.
프리아모스 왕의 아들, 트로이군의 총사령관
헥토르는 트로이의 국왕 프리아모스와 왕비 헤카베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로, 미녀 헬레나를 데려온 파리스의 형입니다. 그의 아내는 안드로마케였으며, 어린 아들 아스티아낙스를 두었습니다.
이미 나이가 들어 직접 무기를 들 수 없었던 프리아모스는 헥토르에게 트로이군 총사령관의 자리를 맡겼습니다. 헥토르는 전쟁에 참전한 모든 무인 가운데 아킬레스를 제외하면 가장 용맹한 전사였으며, 무려 28명의 그리스 영웅을 쓰러뜨렸습니다. 이는 당대 전사들 중 가장 많은 기록으로, 아킬레스의 24명보다도 많은 수치입니다.
운명: 헥토르가 살아 있는 한 트로이는 멸망하지 않는다
운명은 "헥토르가 살아 있는 한 트로이의 성벽은 무너지지 않는다"고 정해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아킬레스의 절친한 친구 파트로클로스를 죽이면서 상황이 급변합니다. 분노한 아킬레스가 다시 전장에 나선 것입니다.
두 사람의 첫 번째 충돌은 아킬레스가 헥토르의 동생 폴리도로스를 죽인 직후 벌어졌습니다. 헥토르는 창을 던졌지만 여신 아테나가 창의 궤적을 비껴나가게 했고, 아킬레스가 달려들 때는 아폴론이 구름 속에 헥토르를 숨겨 위기를 모면하게 했습니다.
아테나의 기만과 최후의 결투
부모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헥토르는 다시 전장에 나섭니다. 아테나는 그가 가장 신뢰하는 동생 데이포보스의 모습으로 변신해 그를 전투로 이끌었던 것입니다. 이 결투는 『일리아스』 전체의 절정 장면이 됩니다.
결투를 앞두고 헥토르는 아킬레스에게 자신의 시신을 정중히 돌려달라고 부탁했지만, 아킬레스는 이를 거절했습니다. 헥토르의 창은 빗나갔고, 아킬레스의 창은 그의 쇄골을 꿰뚫었습니다.
헥토르의 시신은 정복자 아킬레스의 전차에 묶여 그리스 진영까지 끌려갔고, 파트로클로스의 무덤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질질 끌렸습니다. 베르길리우스에 따르면 그의 시신은 트로이 성벽을 세 바퀴 돌며 끌렸다고 하는데, 이 디테일은 아마도 '트로이 문학 순환(Trojan Cycle)' 계열의 작품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입니다. 헥토르의 시신이 트로이로 옮겨지는 장면은 로마 석관 부조(기원후 180~200년경, 루브르 박물관 소장) 등 고대 미술 작품에서도 자주 묘사되었습니다.
늙은 왕의 청원과 장례식
아들의 시신을 되찾기 위해 프리아모스 왕은 몸소 그리스 진영에 들러 아킬레스에게 애원해야 했습니다. 헥토르의 시신은 화려한 장례식으로 화장되었고, 유해는 보라색 천에 싸인 황금 항아리에 담겨 성벽에서 머지않은 곳에 안장되었습니다.
『일리아스』의 마지막 구절은 이렇게 막을 내립니다.
"이렇게 하여 헥토르는 말 잘 조련하는 자로서 명예롭게 장사되었다."
(프레데릭 뮐러 역)
일리아스의 진짜 주인공
좋은 아버지이자 좋은 남편이며 지혜로운 인물이었던 헥토르는 오늘날까지 『일리아스』의 진짜 주인공으로 평가받곤 합니다. 가족과 나라를 위해 마지막까지 싸운 그의 모습은, 승리하지 못한 영웅이라는 상징으로 오랫동안 사람들의 마음속에 살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