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

캐로네이드: 근접 해전을 지배한 짧은 함포

캐로네이드란?

캐로네이드(carronade)는 1779년부터 스코틀랜드의 캐런(Carron) 제철소가 개발하기 시작한 짧은 몸체의 함포다. 98문급 1등 전열함 HMS 듀크호에서 실시한 시험을 거친 지 3년 만에 영국 해군의 모든 함정에 정식 채택되었다. 흥미롭게도 캐로네이드는 함포 문수 집계에서는 제외되었지만, 프리깃함의 주력 무장으로 사용될 만큼 강력한 화력을 발휘했다.

미국 독립전쟁 당시 프랑스는 이 신형 속사포의 위력을 정면으로 겪으며 그 효능을 실감했다. 이후 첩보 활동과 기술 교류를 통해 프랑스는 1786년부터 페리에 형제(샤요 제철소)가 주도하는 연구에 착수했고, 1795년부터는 자체 개발한 캐로네이드 모델을 생산해내기에 이른다.

구조와 성능

캐로네이드: 근접 해전을 지배한 짧은 함포

캐로네이드는 발사하는 포탄 무게에 비해 약실이 매우 가벼운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소량의 장약만 사용할 수 있었는데, 장약 무게는 포탄 무게의 9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그 결과 유효 사거리는 300m 미만으로 제한되었지만, 역설적으로 이는 오래된 해전 전술, 즉 근접 사격 후 접현 백병전으로 이어지는 교전 방식을 되살리는 계기가 되었다(1805년 트라팔가르 해전에서 넬슨이 구사한 기동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교전 방식은 '전열(line of battle)' 진형이 보편화된 이후 사라진 것이었다.

발사하는 탄종은 구경에 따라 18~68파운드에 이르는 주철 고체탄, 중공탄(유탄), 산탄(포도탄) 등이었다. 함대에서 가장 널리 쓰인 구경은 30파운드, 24파운드, 18파운드였다.

당시 포탄은 크기가 균일하지 않았고 포신 내면을 정밀하게 가공하는 일도 어려웠다. 그 결과 포탄과 포신 사이에 상당한 틈이 생기는데, 이를 '포탄풍(windage)'이라 한다. 간극이 종종 반 센티미터를 넘으면서 위력 손실이 컸으나, 캐런사는 새로운 제조 방식을 도입해 이 간극을 크게 줄이는 데 성공했다.

운용상의 장점

캐로네이드는 기존의 장포(long gun)와는 완전히 다른 형태와 거치 방식을 갖추고 있었다. 주요 장점은 다음과 같다.

  • 포좀 사이의 여유 공간이 넓어진다.
  • 조작이 쉽고 가볍다. 예컨대 36파운드 캐로네이드는 32파운드 장포와 맞먹는 무게다.
  • 발사 속도가 빠르고 적은 인원으로 운용할 수 있다.

반면 장포에 비해 명중률이 떨어지고, 소이성 포탄 발사 시에는 더 큰 위험이 따랐다. 그럼에도 캐로네이드는 승무원 수가 적은 경순함이나 소형 선박에는 물론, 대형 선박의 상부 포좀(선수·선미 포좀)에도 유용한 무기로 남았다.

고정 브라그가 만든 360도 회전 사격

이 포의 가장 놀라운 특징은 고정식 브라그(brague) 덕분에 반동으로 인한 재조준 시간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함포는 발사 후 포를 제자리로 되돌리고 다시 조준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고정 브라그가 회전축 역할을 하여 포가 이 축을 중심으로 360도로 선회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종래의 함포로는 불가능한 기동으로, 접현전 같은 근접 전투에서 무시무시한 효율을 발휘했다. 특히 선수포좀에 거치된 캐로네이드는 배에 올라타려는 적을 그 자리에서 즉시 향해 발사할 수 있었다.

물론 이 고정 브라그는 약점이기도 했다. 발사 시 받는 하중이 집중되는 부위라서, 캐로네이드의 작동 불량은 대부분 이 부분에서 발생했다.

또한 캐로네이드는 두 종류의 탄환을 동시에 장전하는 일도 가능했다. 즉 통상의 포탄 하나에 더해, 작은 포탄 6~9발을 담은 특수 산탄통을 함께 넣는 방식이다.

쇠퇴

캐로네이드의 몰락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첫째는 사거리가 너무 짧다는 점이다. 둘째는 영국이 동판 외피(copper sheathing) 기술을 발전시킨 것이다. 이 기술은 원래 1779년부터 선저에 붙는 해조류와 선충의 번식으로부터 선체를 보호하기 위해 고안되었으나, 이후 선체 전체로 확대 적용되어 19세기 장갑함의 선구가 되었다.

동판을 입은 선박은 항해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져 교전 거리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필연적으로 근거리 화망에 의존하는 캐로네이드의 생존 공간을 좁혔다. 전통적인 장포보다 위력이 약하고 관통력이 떨어지는 캐로네이드는 결국 19세기 중반 자연스럽게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