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

트로카데로, 나의 진정한 왕국 — 몸은 멈춰 있고 마음만은 세계를 누비다

트로카데로, 나의 진정한 왕국

파리의 트로카데로는 한 소년에게 지도 없이도 세계 일주를 가능하게 해 주던 특별한 공간이었다. 당시 이곳에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오세아니아의 문화가 한데 모여 살아 숨 쉬었고, 에펠탑에서 파시 언덕까지 이어지는 언덕 위는 온 세계의 축소판이 되어 있었다.

나의 진정한 왕국은 다름 아닌 트로카데로가 될 것이다.
우선 수족관이 있다. 트루빌에서 실어 온 바닷물을 가득 담은 그 수족관 안에는, 쥘 르나르(Jules Renard)의 표현대로 넥타이 핀처럼 곧게 선 해마들이 헤엄치고 있다. 보는 이의 숨을 멎게 하는 갖가지 열대어들, 그리고 침몰한 배의 잔해에 얽힌 밧줄 사이를 유유히 오가는 물고기들을 바라보며 나는 시간을 잊곤 했다.

나는 하루 종일 이 기묘한 도시에서 시간을 보낸다. 아랍인과 흑인, 폴리네시아인이 어우러진 도시, 에펠탑에서 파시(Passy)까지 이어지는 곳이다. 평온하던 파리의 언덕이 어느 날 갑자기 등에 아프리카와 아시아, 그리고 내가 꿈꾸던 광활한 우주 전체를 짊어진 듯했다.

구석구석 익숙한 이색 풍경

결심은 이미 굳었다. 언젠가 반드시 해군사관학교 입시를 준비하리라!
트로카데로의 구석구석은 모두 내게 익숙한 풍경이다. 무희들의 춤을 구경하며 물담배를 피울 수 있는 튀니지 바자르, 입체 사진관, 카스바, 세느강에 비친 제 모습이 신기한지 흰 첨탑들이 우뚝 서 있다. 박제된 아프리카 짐승들, 붉은 수지로 윤을 낸 인도차이나관, 그 안에 검은 장삼 차림의 안남인들이 색을 입힌 조각상들과 반짝이는 황금 용들까지.

떠나지 않고도 이룬 천 번의 여행

나는 몸 하나 까딱하지 않은 채, 소설 속 인물 데셍트(des Esseintes)처럼 기발한 여행을 천 번도 더 떠난다. 에펠탑 아래 작은 호숫가에는 통킹(Tonkin) 마을이 숨어 있다. 범선 정크선들이 정박해 있고, 빨레를 씹으며 앉아 있는 여인들이 사는 마을이다. 때로는 두메르(Paul Doumer)가 보내온 늙은 캄보디아 코끼리 '셰리(Chérie)'가 호숫가에서 물을 마시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한다. 인도차이나 극장 바로 옆에는 세상에 막 알려진 신비의 사원, 앙코르(Angkor)의 복제 건물이 서서 사람들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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