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 세계대전의 방어구, 아드리안 M1915 헬멧
아드리안 M1915 헬멧(Adrian M1915)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군에 지급된 군용 헬멧입니다. 수백만 명의 병사가 참호전에 투입되면서 전투 부상자 가운데 머리 부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자, 이에 대한 시급한 대책으로 고안된 장비였습니다.

이 헬멧은 1915년 2월 채택되었던 강철 보호구를 대체하는 물품으로, 같은 해 9월부터 전선의 부대들에 배급되기 시작했습니다.
탄생 배경과 설계
아드리안 헬멧은 자피(Japy) 공장에서 생산되었으며, 현장 기술자 루이 쿠히브(Louis Kuhiv)가 설계를 담당했습니다. 당시 아드리안(Adrian) 장교의 주도로 발주된 장비였기 때문에 그의 이름을 딴 '아드리안'이라는 명칭이 그대로 남게 되었습니다.
이 헬멧은 참호 위 공중에서 폭발하는 포탄의 파편으로부터 병사의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설계되었습니다. 정수리에 솟아 있는 볏(크레스트)은 기병 헬멧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으로, 위에서 내려오는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합니다. 볏이 먼저 눌리며 충격을 줄인 뒤, 그 힘이 헬멧 몸체로 전달되는 구조입니다. 다만 당시 대부분의 헬멧과 마찬가지로 소총이나 기관총 총알의 직접적인 타격을 막아낼 수 있는 장비는 아니었습니다.
주요 특징과 성능
헬멧은 두께 0.7mm의 연강으로 제작되어 무게가 겨우 765g에 불과합니다. 이는 독일군의 슈탈헬름(Stahlhelm, 1916년 2월 등장)이나 영국군의 브로디 헬멧(Brodie helmet, 1915년 말 등장)보다 가벼운 수치입니다.
색상은 청회색(호라이즌 블루)으로, 독일과 영국의 헬멧과 달리 헬멧 본체, 앞챙, 뒤챙의 3개 부품으로 구성되었고 여기에 볏이 추가되었습니다. 또한 헬멧 앞면에는 병과(兵科)를 나타내는 휘장이 나사로 고정되었는데, 보병·포병·기병 등 병과별로 서로 다른 표식이 사용되었습니다. 그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보병 휘장으로, 화염을 두른 폭발하는 수류탄 문양에 'RF'(République Française, 프랑스 공화국)라는 이니셜이 양각되어 있습니다.
세계 각국으로 확산
아드리안 M1915 헬멧은 총 2천만 개 이상 생산되었으며, 이탈리아, 벨기에, 태국, 러시아, 루마니아, 폴란드, 세르비아 등 여러 나라에서 널리 채택되었습니다. 특히 정면에 큰 적색 별을 새긴 소련 모델은 소련 일선 병사들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자리 잡았습니다.
개량형과 운용의 마무리
1926년에는 더 강한 강철을 사용해 본체를 하나로 통합하고(볏은 별도 유지) 새롭게 만든 아드리안 헬멧이 채택되어 300만 개가 생산되었습니다. 1935년부터 프랑스군에서 청회색 대신 카키색이 도입되면서 헬멧의 색상 역시 황갈색 카키, 녹색 카키, 갈색에 이르는 다양한 색조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프랑스군에서 아드리안 헬멧(주로 1926년형)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까지 표준 장비로 사용되었으며, 경찰 부대에서는 1970년대까지 운용되었습니다. 오늘날에는 많은 수집가들이 찾는 대표적인 밀리터리 컬렉터 아이템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