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

벨베데레: 산타 엘리아 평원을 건너다

힌두스탄어로 '길'이라는 뜻, 라스타

평원을 가로지르는 그 길은 '라스타(Rasta)'라고 불린다. 처음 이곳을 찾은 방문객들은 이 낯선 단어 앞에서 의아해한다. 사실 라스타는 힌두스탄어로 단순히 '길'을 뜻하는 말에 불과하다.

'길 – Rasta – Road', 카시노의 국제적 교차로에 세워진 표지판들은 모든 언어를 알아들을 수 있어야 했기에 이렇게 적어 두었다. 훗날에는 폴란드어까지 더해질 것이다. 하지만 그 단어가 너무 어색하고 어려웠던 탓인지, 나는 결국 잊고 말았다.

평원은 점점 늪지대로 변해간다. 길 끝에는 작은 붉은 집 발치에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고, 그곳에서 길은 거센 물살을 몰아치며 카시노로 달려가는 급류에 의해 끊긴다. 저것이 과연 라피도 강일까?

길이 강이 되고, 강이 호수가 되는 땅

그곳에는 평원에서 유일한 사람 한 명이 서 있었다. 나뭇가지로 덮은 은신처에서 그가 모습을 드러낸다.
벨베데레: 산타 엘리아 평원을 건너다
“아닙니다, 대위님… 이게 바로 길입니다.”

하류의 독일군이 라피도 강의 흐름을 막아 버렸기 때문에, 이 기묘한 땅에서는 도로가 강으로 변하고 넘친 강물은 호수가 되었다. 양쪽으로 높은 물기둥이 일렁이는 가운데 우리 차는 그 급류 속으로 파고들었다. 강바닥은 포탄에 파헤쳐져 울퉁불퉁하고 딱딱했으며, 보이지 않는 웅덩이에 빠질 위험은 언제나 따랐다. 우리는 곧장 앞으로 나아갔다.

재난의 참상을 한자리에 담은 습지

꺾인 팔처럼 마디진 죽은 올리브나무 두 열 사이로 우리는 광활한 습지를 통과했다. 그곳은 마치 온갖 재난의 참상을 한곳에 요약해 놓은 듯한 풍경이었다. 눈이 닿는 곳까지 나뭇가지 아래로 잠긴 들판이 펼쳐져 있었고, 우리가 지나가며 일으킨 소용돌이에 탄약 상자와 버려진 장비들이 물속에서 우르릉 흔들려 올라왔다.

물에 빠져 죽은 노새들의 시체가 고개를 흔들었다. 반쯤 부러져 나무에 매달린 잎사귀 달린 가지들이 흔들리고 있었다. 이 어지러운 광경은 우리의 길을 막아 선 거대한 셔먼 전차들에게도 스며든 듯했다. 옆으로 넘어진 괴물 같은 강철 덩어리들, 열린 채 방치된 포탑, 습지에서 삐져나온 진흙 묻은 궤도. 이곳은 음침했다. 사람의 실루엣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고, 우리는 자신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눈앞에 펼쳐진 몬테카시노의 산기슭

그러다 마법이 깨진 듯 풍경이 바뀌었다. 도지 트럭의 바퀴가 물 밖으로 빠져나오고 나무들은 사라졌다. 눈앞에는 손에 닿을 듯 가까운 몬테카시노의 산기슭이 펼쳐져 있었다. 그 기슭, 카시노 시 외곽에서는 박격포 사격이 거듭되며 회색 연기 기둥들이 줄지어 치솟았다. 마치 평원에 꽂아 놓은 타조 깃털 같은 광경이었다. 작은 로카 성은 봉우리 위에 우뚝 서 있었고, 둘로 갈라진 그 철탑은 여전히 독일 낙하산 부대의 불굴의 최전선 초소로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