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4년 초겨울, 이탈리아 전선 몬테카시노. 프랑스 원정군단의 전쟁 기행문 중 하나로, 벨베데레 고지 사면에 마련된 연대 본부에서 보낸 하룻밤을 담고 있다.
노블 이달고와 하룻밤
아쿠아폰다타와 발레로톤다 작전 이후, 대령 곤살레스 드 리나레스는 프랑스군에서 손꼽히는 뛰어난 지휘관 중 한 명으로 인정받고 있다. 부하들은 그를 친근하게 '노블 이달고(noble hidalgo)', 즉 귀족 신사라고 불렀다.
나는 벨베데레 사면에 자리한 그의 연대 본부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했다.
어둠 속에 번쩍이는 몬테카시노
어둠이 갑작스럽게 내려앉았다. 몬테카시노 수도원에 포탄이 떨어지며 번뜩이는 첫 섬광이 그 사실을 말해주었다.
몇 분 전만 해도 폭발이 일 때마다 회색 하늘을 따라 천천히 굴러가는 연기 기둥이 피어올랐다. 이제는 연기 대신 눈부신 섬광이 연달아 번쩍인다. 그 섬광은 단 10분의 1초 동안, 내 눈앞에 베네딕투스회 성벽의 폐허 윤곽을 검은 실루엣으로 드러내고, 발밑의 돌길과 머리 위 몬테 카이로의 눈 덮인 산면을 환하게 밝혀낸다.
그러고 나면 잠시 가려졌던 별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폭발음이 차례로 밤공기를 타고 다가와 산의 온 골짜기에 메아리처럼 울려 퍼진다.
새벽, 700고지의 수습
새벽 무렵에는 안개가 너무 짙고 전선이 지독하게 고요했다. 덕분에 들것 운반병들은 적의 시야에 그대로 노출된 700고지 사면에서, 지난 1월 말의 격전으로 전사한 제4튀니지아 보병연대 병사들의 마지막 시신을 수습할 수 있었다.
맞은편 사면의 진흙탕에 미끄러지듯 오르며 그들은 창백해진 시신들을 조심스럽게 길가까지 옮겼다. 그 길은 한 달간 내린 비와 함께 전사자들의 피로 씻겨진 자리였다. 담요가 만든 주머니 사이로 녹색 납처럼 굳은 얼굴들이 드러나고, 경직된 손과 움직이지 않는 다리가 보였다. 모두 똑같은 미제 각반과 신발 차림이었다.
비를 맞으며 자기들의 굴 참호 앞에 앉아 있던 박격포 부대의 알제리 병사들과 통신 부대의 알제리 병사들, 탄약 상자와 전선 뭉치 사이에 자리한 그들은 조용히 일어나 바라보았고,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