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66년 10월 14일, 잉글랜드 이스트서식스주(East Sussex) 헤이스팅스(Hastings) 북쪽 약 10km 지점에서 벌어진 헤이스팅스 전투는 잉글랜드 역사의 흐름을 완전히 바꿔 놓은 결정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이 전투에서 잉글랜드의 마지막 앵글로색슨 국왕 해럴드 고드윈슨(Harold Godwinson)은 노르망디 공작 윌리엄(William of Normandy)과 맞섰고, 전투는 윌리엄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났습니다.
왕위 계승 위기가 촉발한 전쟁
헤이스팅스 전투는 1066년 1월 참회왕 에드워드(Edward the Confessor)가 후계자 없이 서거하면서 촉발된 왕위 계승 위기의 연장선에 있었습니다. 귀족들의 추대를 받아 에드워드의 뒤를 이어 즉위한 해럴드는 왕위를 주장하는 여러 세력의 침공에 직면해야 했습니다.
해럴드는 먼저 북쪽의 위협을 제거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9월 25일 요크셔의 스탬퍼드 브리지(Stamford Bridge)에서 노르웨이 국왕 하랄드 하르드라다(Harald Hardrada)가 이끄는 바이킹 군대를 격파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가 북방에서 승리를 거두는 동안, 나라 반대편인 남부 서식스에는 노르망디 공작 윌리엄이 상륙하고 있었습니다. 소식을 접한 해럴드는 강행군으로 병력을 급히 남하시켜 윌리엄을 맞아야 했습니다.
새벽부터 밤까지 이어진 치열한 공방
전투는 10월 14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계속되었습니다. 칼드벡 언덕(Caldbec Hill) 정상에 진을 친 잉글랜드군은 방패벽을 구축하고 노르만군의 초기 공격을 성공적으로 막아냈습니다. 지형상 불리했던 노르만군은 결국 기지를 발휘합니다. 일부러 패배하는 척 후퇴한 뒤, 이를 추격하며 진형이 흐트러진 잉글랜드군을 되돌아와 포위 섬멸하는 위장 퇴각 전술을 사용한 것입니다.
전세는 해럴드가 전사하면서 기울었습니다. 지휘관을 잃은 잉글랜드군은 마침내 무너져 흩어졌고, 승리는 윌리엄에게 돌아갔습니다.
노르만 정복의 시작
헤이스팅스에서의 승리 덕분에 윌리엄은 저항 없이 런던으로 진격할 수 있었고, 같은 해 크리스마스 날 웨스트민스터에서 잉글랜드 국왕으로 대관식을 거행했습니다. 다만 노르만의 잉글랜드 정복이 완전히 마무리된 것은 그로부터 수년이 지난 뒤였습니다. 이 전투는 앵글로색슨 시대의 종언과 노르만 왕조의 개막을 알린 잉글랜드 역사상 가장 중요한 분수령 중 하나로 평가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