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

시간의 모래를 견뎌온 걸작들, 이집트가 자랑하는 5대 고대 신전

신전은 언제나 고대 역사를 들여다보는 가장 생생한 창이었습니다. 이집트는 고대 신전의 보고(寶庫)로, 수천 년에 걸친 왕과 여왕의 흥망성쇠, 치열했던 전쟁, 눈부신 영광, 그리고 이집트 신들의 이야기를 지금까지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당시 파라오들에게 신에게 바치는 신전, 혹은 스스로를 기리는 신전을 건립하는 것은 통치의 핵심이자 국가적 사업이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오늘날의 기술이나 장비가 전혀 없던 시절에 이 신전들이 지어졌다는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설계와 축조 기술은 현대 사회를 끊임없이 매료시키고 경탄케 합니다. 수백 년, 아니 수천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이 기념물들은 여전히 당당하게 우뚝 서서, 먼 옛날의 영광스러운 시대를 조용히 떠올려 줍니다.

1. 카르낙 신전(Karnak Temple)

시간의 모래를 견뎌온 걸작들, 이집트가 자랑하는 5대 고대 신전

카르낙 신전은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신전으로, 이집트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축물 중 하나로 꼽힙니다. 처음에는 하나의 단일 구조물로 시작되었지만, 여러 통치자들을 거치면서 수많은 건물이 세워지고 개축·확장되어 마치 하나의 고대 마을과 같은 거대한 종합 신전 단지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카르낙은 나일강변의 테베(Thebes)에 위치해 있으며, 고대에는 '아문 신전'이라 불렸습니다. 이집트인들은 테베가 최초의 도시로, 원래 토양 더미 위에 세워졌다고 믿었습니다. 그들에 따르면 창조신 아툼(Atum)과 프타(Ptah)가 그 언덕 위에 서서 생명을 창조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오늘날 신전이 서 있는 자리가 바로 그 최초의 언덕으로 여겨졌기에, 이곳에 신전이 세워진 것입니다.

이 신전은 태양과 공기의 신 아문(Amun)이 지상의 인간들과 소통하기를 원하는 곳으로, 천문대이자 종교적 성지의 역할을 했습니다. 7세기 아랍인들의 정복 과정에서 아랍인들이 이 신전을 재발견하면서, 수많은 건축물과 구조물 때문에 '요새화된 마을'을 뜻하는 '카르나크(Karanak)'라 부르게 되었고, 이것이 오늘날 이름의 유래가 되었습니다.

신전의 본격적인 건설은 중왕국 시대(기원전 2040~1782년)에 시작되어 신왕국 시대(기원전 1570~1069년)와 프톨레마이오스 왕조(기원전 323~30년)까지 이어졌습니다. 유적의 양식과 투트모세 3세의 연회홀에 새겨진 구왕국 군주들의 명단을 근거로, 일부 학자들은 건설이 그보다 훨씬 이른 구왕국 시대부터 시작되었을 가능성도 제기합니다. 새겨진 왕들의 이름을 통해 투트모세 3세가 대전당을 짓기 위해 고대 왕들의 일부 건물을 철거했으되, 그들의 이름이 영원히 기억되기를 바랐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긴 세월 동안 다양한 신들에게 헌정된 여러 신전이 추가되었습니다. 풍요와 농경, 내세와 부활의 신 오시리스(Osiris), 매의 머리를 한 전쟁신 몬투(Montu), 파라오의 신성한 어머니 이시스(Isis), 그리고 프타(Ptah) 등이 대표적입니다. 아문 신전은 단지의 중심에 있으며, 남쪽에는 아문의 아내이자 여신 무트(Mut)에게 바쳐진 작은 구역이, 북쪽에는 몬투에게 헌정된 구역이 자리합니다. 동쪽 구역은 태양 원반의 신 아텐(Aten)에게 헌정되었습니다. 그 밖에도 필론 문(Gateway of Pylons), 스핑크스 대로, 세소스트리스 정자, 프타 신전, 다주실(Hypostyle Hall), 신성한 호수, 오시리스 신전 등이 단지를 채우고 있습니다.

2. 아부 심벨 신전(Abu Simbel Temples)

시간의 모래를 견뎌온 걸작들, 이집트가 자랑하는 5대 고대 신전

아부 심벨 신전은 이집트 남부, 나일강 하류 급류 지대에 위치한 아부 심벨 마을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신전들은 파라오 람세스 2세(재위 약 기원전 1279~1213년)의 통치 기간 동안 바위산을 깎아 만든 암굴 신전입니다.

건설은 약 기원전 1264년에 시작되어 20년에 걸쳐 기원전 1244년경 완공되었습니다. 신전 단지는 두 개의 신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하나는 웅장하고 지배적인 람세스 2세의 대신전이고, 다른 하나는 그의 정비 네페르타리(Nefertari)와 여신 하토르(Hathor)에게 헌정된 소신전입니다. 람세스 2세는 카데시 전투에서 히타이트(아나톨리아의 하투사를 중심으로 제국을 건설한 인도유럽계 고대 민족)를 상대로 승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이 신전들을 세웠습니다.

람세스의 신전은 '대신전'으로 알려져 있으며, 아문, 라호라크티(Ra-Horakhty, 해돋이의 신), 프타, 그리고 람세스 자신에게 헌정되었습니다. 높이 33미터, 너비 30미터의 입구에는 왕좌에 앉은 람세스의 거상 네 개가 늘어서 있는데, 입구 양옆에 두 개씩 배치된 이 석상들은 각각 높이 20미터에 달합니다. 람세스의 다리 옆에는 정비 네페르타리, 왕비 어머니 무트투이(Mut-Tuy), 장남과 차남, 그리고 처음 여섯 딸을 묘사한 작은 석상들이 여럿 배치되어 있습니다. 거상들 뒤의 파사드 위에는 팔을 든 채 해돋이를 예배하는 스물두 마리의 개코원숭이 조각이 새겨진 프리즈가 받쳐져 있습니다. 또한 람세스가 하투실리 3세(Hattusili III) 왕의 딸과 혼인했다는 기록이 돌판에 새겨져 있으며, 벽감 속에는 라호라크티의 석상이 서 있고 그를 예배하는 람세스의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진실과 정의의 여신 마앗(Maat)은 라의 왼편에 위치합니다.

하토르와 네페르타리의 소신전은 높이 12미터, 너비 28미터입니다. 대신전처럼 입구 양옆에 여섯 개의 거상(각 쪽에 세 개씩)이 세워져 있는데, 람세스의 조상 네 개와 네페르타리의 조상 두 개가 모두 동일한 크기로 조각된 것이 특징입니다. 이곳에도 대신전과 마찬가지로 왕족 자녀들의 석상이 함께 세워져 있으며, 신전 벽면에는 왕과 왕비가 신들에게 예배를 올리는 장면과 여신 하토르의 그림이 새겨져 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이 신전들이 아스완 하이댐 건설로 인한 침수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1964년부터 1968년까지 통째로 이전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석재를 큰 블록으로 절단해 분해하고, 들어 올린 뒤 다시 조립하는 이 대규모 이전 작업 덕분에 신전은 물에 잠기지 않고 강변보다 수백 미터 높은 새로운 자리에 지금도 서 있습니다.

3. 룩소르 신전(Luxor Temple)

시간의 모래를 견뎌온 걸작들, 이집트가 자랑하는 5대 고대 신전

룩소르 신전은 나일강 동안, 룩소르(고대의 테베)에 위치해 있습니다. 기원전 1400년경 건립되었으며, 주변의 여러 인상적인 건축물들과 함께 하나의 거대한 신전 단지를 이루고 있습니다. 카르낙과 마찬가지로 많은 통치자들이 자신만의 공헌을 더하면서 이곳은 점차 종합 신전 단지로 발전했습니다.

많은 연구에 따르면 룩소르 신전은 테베의 삼신(三神), 즉 아문, 그의 아내 무트(Mut), 그리고 아들 콘수(Khonsu)에게 헌정되었다고 알려져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집트의 다른 신전들과 달리 룩소르 신전은 특정 신이나 파라오에게 바쳐진 곳이 아니라, 왕권의 재생과 갱신을 위해 헌정된 신전으로 여겨집니다. 실제로 많은 이집트 파라오들이 바로 이곳에서 즉위식을 거행했습니다.

신전 뒤편의 예배당은 아멘호테프 3세(기원전 1390~1352년)가 건립했으며, 이후 투탄카멘(기원전 1336~1327년), 호렘헤브(기원전 1323~1295년), 람세스 2세 등이 각각 증축에 참여했습니다. 신전 뒤편의 화강암 예배당은 알렉산드로스 대왕에게 헌정된 것입니다. 입구 양옆에는 높이가 서로 다른 두 개의 오벨리스크가 서 있지만, 멀리서 보면 같은 높이로 보이는 착시 효과를 연출합니다. 사람 머리를 한 스핑크스 대로가 이 신전과 카르낙 신전을 연결합니다.

흥미롭게도 신전 안에는 아부 엘 하가그 모스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기원후 395년 로마인들에 의해 교회로 개조되었고, 이후 640년에 다시 모스크로 변모했습니다. 덕분에 이 장소는 무려 3,400년 넘게 한 번도 끊기지 않고 종교적 예배의 공간으로 사용되어 온 셈입니다.

4. 하트셉수트 신전(Temple of Hatshepsut)

시간의 모래를 견뎌온 걸작들, 이집트가 자랑하는 5대 고대 신전

하트셉수트 신전은 이집트 상부, 나일강 서안에 위치한 장례 신전입니다. 기원전 1458년에 세상을 떠난 제18왕조의 여왕 하트셉수트와 신 아문에게 헌정되었으며, 데르 엘바하리(Deir el-Bahari)의 절벽 아래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여왕 하트셉수트는 멘투호테프 2세(재위 약 기원전 2061~2010년)의 장례 신전을 크게 존경했습니다. 멘투호테프는 제11왕조를 개창한 테베 출신의 왕자로, 그의 장례 신전은 인상적인 건축물이었지만 실제로는 그 안에 묻히지 않았습니다. 그의 최종 안식처는 신전 뒤 바위산을 깎아 만든 무덤이었죠. 하트셉수트는 자신의 신전이 멘투호테프의 신전 설계를 반영하되, 동시에 더 크고 웅장하게 지어질 것을 명했습니다. 그녀는 멘투호테프의 신전 바로 옆에 자신의 신전을 세우도록 했습니다.

전통적으로 남성의 자리로 여겨지던 파라오의 자리에 오른 여성으로서, 하트셉수트는 자신의 통치가 과거나 미래의 어떤 파라오에 의해서도 가려지지 않고 기억되기를 바랐습니다. 그녀의 통치는 번영했을 뿐만 아니라 이집트 역사상 가장 평화로운 시기 중 하나이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초기 군사 원정을 직접 이끌며 권력을 굳건히 유지했고, 무역과 경제는 크게 발전했으며, 수많은 아름다운 기념물이 그녀의 명에 의해 건립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신전은 실제로 그 화려한 통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웅장한 오벨리스크가 정문 양옆을 감싸며, 신전은 세 개의 단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층의 안뜰은 양옆의 아치형 회랑으로 이어지고, 2층에 오르려면 길고 정교하게 설계된 경사로를 통과해야 합니다. 2층 입구에는 사자 석상 두 개가 서 있으며, 그 안쪽에는 반사 연못 두 개가 자리합니다. 스핑크스 석상들이 늘어선 길을 따라 3층으로 향하는 또 다른 경사로가 이어집니다. 모든 층의 벽면에는 정교한 회화, 부조, 그림이 가득하며, 울창한 내부 정원도 조성되어 있습니다. 그 밖에도 다주실(기둥 홀), 태양의 방, 안뜰, 신전(神殿)과 예배당까지 갖춘 완결성 높은 건축물입니다.

5. 세티 1세 신전(Temple of Seti I)

시간의 모래를 견뎌온 걸작들, 이집트가 자랑하는 5대 고대 신전

이집트 상부 테베 네크로폴리스에는 세티 1세의 장례 신전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신전은 신왕국의 파라오였던 세티 1세(재위 기원전 1290~1279년)를 기리기 위해 건립되었습니다. 신전은 수많은 고대 신전이 모여 있는 아비도스(Abydos)에 위치하며, 이집트 최초의 왕들이 이곳에 묻혔기에 아비도스는 이집트에서 가장 신성한 땅 중 하나로 여겨졌습니다. 세티 1세는 통치 기간 동안 훼손된 신전들을 복원하고 광산을 개발했으며, 카르낙 신전에도 자신만의 기여를 남겼습니다.

직사각형 형태를 띤 다른 신전들과 달리, 세티 신전은 독특한 L자형 구조를 하고 있습니다. 건설은 세티의 통치 기간에 시작되었으나, 그가 사망한 후 아들 람세스 2세에 의해 완공되었습니다. 주로 석회암이 사용되었고 일부 구역에는 사암이 함께 쓰였습니다.

필론 문을 지나면 본입구가 열리고 첫 번째 공간으로 진입합니다. 계단을 오르면 홀이 갖춰진 높은 테라스에 닿으며, 이 홀은 세 개의 서로 다른 출입구를 통해 두 번째 회랑으로 이어집니다. 람세스는 안뜰을 카데시 전투 장면과 신들에게 예배를 올리는 왕의 그림으로 장식했습니다. 또 다른 기둥 홀에는 신들 앞에 무릎 꿇은 세티 1세의 모습이 새겨져 있습니다. 두 번째 홀 바깥에는 일곱 신에게 헌정된 일곱 개의 예배당이 있는데, 각각 세티 1세의 신격화된 형상, 오시리스, 이시스, 아문, 라호라크티, 프타, 호루스입니다. 이 외에도 재위가 2년에 못 미쳤던 세티의 아버지 람세스 1세를 위한 위패당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안뜰과 필론 문은 폐허가 되었지만, 신전은 여전히 그 영광의 일부를 간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