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인들에게는 국경이라는 개념이 없었습니다. 땅이 이어져 있는 한 누구든지 자유롭게 오갈 수 있었죠. 그러나 문명이 발전하면서 인류는 지도 위에 '국경'이라 불리는 국가 간 경계선을 긋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세계 각국의 국경 상황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국경이란 무엇일까요?
중학교 교과서에서는 국경을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나라와 나라 사이의 경계를 국경(國境)이라고 합니다. 세계에는 다양한 국경이 존재하지만,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정해집니다.
- 산맥, 강, 호수, 바다 등 자연물을 이용한 국경
- 경선과 위선을 이용한 인공적인 국경
①을 '자연국경', ②를 '인공국경'이라고 부릅니다.
표현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어느 나라에서나 비슷하게 설명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준으로 세계 지도를 들여다보면, 국경선에 곡선과 직선이 섞여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국경의 형태는 자연국경인지 인공국경인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입니다.
자연국경의 예: 프랑스와 독일
유럽에서는 서로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들 사이에서 전쟁이 되풀이되는 역사가 있었습니다.
독일과 프랑스에게 전쟁의 불씨가 된 것은 바로 석탄과 철강이었습니다.
라인강을 따라 펼쳐진 프랑스의 알자스로렌 지역은 원래 독일 문화권에 속했던 곳으로, 풍부한 광물 자원과 교통의 요충지였습니다. 그래서 프랑스는 라인강을 자국 영토로 삼는 '자연국경'을 주장하며 독일과 여러 차례 전쟁을 벌였습니다.
인공국경의 예: 미국과 아프리카 국가들
위선과 경선을 이용한 인공국경은 역사적으로 보면 신생 국가에 많이 존재합니다.
미국의 경우 캐나다 및 멕시코와의 국경이 대표적입니다.
또한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들은 20세기 후반에 독립했기 때문에 직선으로 그어진 인공국경이 많습니다. 이는 미국을 제외하면 대부분 서구 열강의 식민지 통치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러한 국경은 주민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설정된 경우가 많아, 민족 간 분쟁의 한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미확정 국경: 인도 북부와 사우디아라비아 남부
세계 지도를 보면 국경이 확정되지 않아 점선으로 표시되거나 중간에 끊겨 있는 지역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곳은 인도 북부입니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카슈미르의 영유권을 두고 대립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점선으로 표시된 또 다른 국경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 사이의 사막 지역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사막에 사는 유목민들의 이동을 방해하지 않도록 일부러 국경을 설정하지 않았고, 사막 유전 개발을 둘러싸고 양국 간 분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걸프전 이후 지역 안정을 강조하며 주변국과의 국경 획정 협상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습니다. 1991년 당시 사우디아라비아 지도에는 아라비아반도 남부 국가들과의 국경이 그려져 있지 않았지만, 2003년에는 아랍에미리트를 제외한 국가들과의 국경이 표시되었습니다.
두 시대의 지도를 구할 수 있다면 서로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입니다.
한반도를 가르는 세계에서 가장 엄중한 국경
1950년부터 1953년까지 벌어진 6·25 전쟁(한국전쟁), 그리고 휴전협정에 기초하여 한반도를 남북으로 가르는 경계선이 존재합니다.
남북한 사이의 국경은 약 248km에 달하며, 수많은 무기가 배치되고 거의 100만 명에 가까운 병력이 주둔하는 세계에서 가장 철저히 감시되는 국경입니다.
국경이라고 부르기보다는 군사분계선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양측 모두 한반도 전체가 자신들의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경계선은 과거 베를린 장벽처럼 벽돌이나 철책으로 격리되어 있지 않고, 경계를 표시하는 말뚝들이 이어져 있을 뿐으로 의외로 단순해 보입니다.
휴전협정에 따르면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남북 각 2km, 총 폭 4km의 비무장지대(DMZ)가 설정되어 군사 시설의 설치와 군사 행위가 금지됩니다. 그러나 남북 모두 비무장지대를 군사분계선 쪽으로 축소해 왔고, 양측이 불과 300m 거리까지 근접한 곳도 있어 이 협정이 반드시 엄격히 지켜지고 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한국 쪽에서는 비무장지대 남쪽에 민간인통제구역이 설정되어 철조망 등으로 일반 지역과 엄격히 차단되어 있으며, 일반인이 출입하려면 별도의 허가가 필요합니다.
군대가 이 민간인통제구역에 주둔하며 감시 초소와 군사 시설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한국 쪽만 해도 군사분계선, 남방한계선, 민간인통제선 등 세 개의 경계선이 존재하는 셈입니다.
남북을 연결하던 철도와 도로는 오랫동안 끊겨 있었지만, 2000년대에 들어 황해를 따라 내려오는 경의선과 동해를 따라 내려오는 동해선이 다시 연결되면서 군사분계선을 정기적으로 통과하는 화물열차가 운행되고 있습니다.
다만 남북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운행이 자주 중단되는 것이 여전히 문제로 지적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사람의 출입이 자유롭지 못한 이 군사분계선 덕분에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소중한 자연이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비무장지대에서는 수많은 희귀종과 멸종위기 동식물이 발견되며, 멸종위기종인 사향노루는 이 비무장지대에서만 서식합니다.
비무장지대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동물들의 낙원이 되었지만, 안타깝게도 때로는 동물들이 지뢰로 인해 목숨을 잃기도 합니다.
네덜란드와 벨기에 사이, 세계에서 가장 자유로운 국경
네덜란드 남부에는 바를레나사우(Baarle-Nassau)라는 도시가 있습니다.
이곳은 인근 벨기에 국경에서 약 5km 떨어져 있는데도, 도시 안에 벨기에 영토가 존재합니다. 자국 안에 다른 나라의 영토가 있는 것은 한국인에게는 매우 낯선 일이지만, 유럽에서는 드문 일이 아닙니다.
바를레나사우의 경우 네덜란드 영토 안에 벨기에 월경지가 있고, 그 벨기에 월경지 안에 또 네덜란드 영토가 7개 더 있는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도시입니다.
도시 이름도 양국에서 다르게 불리는데, 벨기에 쪽에서는 바를레헤르토그(Baarle-Hertog)라고 부릅니다.
인구는 네덜란드 쪽이 6,700명, 벨기에 쪽이 2,300명으로, 원래는 하나의 마을이었다고 합니다. 영토가 이렇게 복잡해진 이유는 옛날에 이 마을을 소유했던 귀족들이 영토를 거듭 교환했기 때문이라고 전해집니다.
그래서 주변 집들은 모두 네덜란드 땅인데 바로 옆 한 채만 벨기에 영토인 경우도 있고, 국경선이 한 집을 가로지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네덜란드 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벨기에 현관으로 집에 들어가, 네덜란드 방에서 밥을 먹고 자기 방인 벨기에 방에서 공부하는 것이 이곳에서는 평범한 일입니다.
이런 경우 원칙적으로 현관이 위치한 나라에 속하며, 국기를 게양함으로써 어느 나라에 속하는지 알립니다.
하지만 가게 등은 출입구가 여러 개 있어 양국에 동시에 속하기도 합니다. 이 경우에는 세금이 더 저렴한 나라의 국적을 선택한다고 합니다.
네덜란드가 주세가 저렴하기 때문에 술집과 음식점은 네덜란드 영토에 몰려 있고, 반대로 휘발유세가 저렴한 벨기에는 주유소가 많습니다.
과거에는 교통사고가 났을 때 파견된 네덜란드 구급차가 벨기에 쪽으로 쓰러진 부상자를 구조하지 못한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요즘 주민들은 국경을 거의 의식하지 않은 채 자유롭게 일상생활을 보내고 있습니다.
1993년 EU가 창설되면서 유럽 전체가 국경 없는 단일 시장이 되었지만, 사실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그 선구자 역할을 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독일과 프랑스에 끼어 있던 두 나라는 경제적 자립을 위해 룩셈부르크와 함께 베네룩스 동맹을 결성했습니다.
이 세 나라 사이에서는 관세가 폐지되었고, 역외국에 대해서는 동일한 관세가 적용되었습니다.
이렇게 서로 협력함으로써 경제력을 강화하고 국제사회에서의 발언권을 확보했으며, 결국 독일, 프랑스 등 대국들과 함께 ECSC(유럽석탄철강공동체)를 결성했고, EC를 거쳐 EU 설립으로 이어졌습니다.
EU는 현재 28개 회원국, 총 인구 5억 명 이상, 미국을 능가하는 GDP를 자랑하는 거대 경제권으로 성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