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라브리아의 마이다(Maida) 평야에서 영국군과 프랑스군이 나폴레옹 전쟁 중 격돌했다. 이 작지만 처절한 전투는 영국군의 우월한 전술을 입증했을 뿐 아니라, 병사들의 개인적 증언을 통해 전쟁의 참혹한 실체를 생생하게 드러냈다.
1806년 7월 4일 새벽, 대치하던 양군은 서로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두 군대 모두 계단식 대형으로 전진했는데, 프랑스군의 레니에(Reynier) 장군은 좌익의 콩브레 여단을 직접 지휘했고, 영국군 사령관 스튜어트(Stuart) 역시 부대의 교차 행진을 명령해 켐프트(Kempt) 여단을 우익에 배치했다.
산병선의 첫 충돌
영국군 전열보다 앞서 배치된 켐프트의 부대는 시칠리아인과 코르시카인으로 구성된 산병들에게 주력부대 전방에 산개 대형을 펴도록 명령했다. 그러나 그들은 곧 대규모 프랑스 저격병들과 마주쳤고,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켐프트는 즉시 산병들을 두 개 중대로 증강했고, 이번에는 프랑스군이 물러섰다. 영국군 대령은 곧바로 부대를 소집해 두 열(二列) 횡대로 재편성했다. 같은 시각 프랑스군 제1경보병연대는 두 개 대대(약 1,800명)를 돌격 대형으로 편성해 전진하기 시작했다.
"멈춰! 전진! 발사!" — 포병 대위의 증언
"우리는 멈춰 서서 횡대를 형성한 뒤 전진했습니다. 우리가 얼마나 흔들림 없이 행진했는지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습니다. 당시 나는 우익에 있었고, 경보병들 앞 약 10미터 지점에 있었습니다. 프랑스군은 빠른 걸음으로 우리를 향해 달려들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그들은 우리를 향해 연속 사격을 퍼붓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총탄은 우리 앞 땅에 떨어지거나 머리 위를 날아갔을 뿐, 우리를 해치지 못했습니다."
"프랑스군이 약 100미터 거리까지 접근하자 명령이 하달되었습니다. 켐프트 대령이 '멈춰!'라고 외쳤고, 명령이 수행되자 이어 '전진!', 그리고 '발사!'라는 구호가 울려 퍼졌습니다." — 목격자인 영국군 포병 대위 토머스 대넬리(Thomas Dannelly)의 회고다.
단계별로 다가온 죽음
영국군은 머스킷을 들어 올리고 약 140미터 거리에서 첫 일제 사격을 가했다. 몇몇 프랑스 병사들이 쓰러졌지만 그들의 전진은 멈추지 않았다. 영국군 전열에서 75미터까지 좁혀진 순간, 두 번째 일제 사격이 쏟아져 프랑스군에게 상당한 손실을 안겼다. 지휘관 콩브레 준장은 부상을 입었지만 지휘 위치를 지키며 병사들을 끝까지 이끌었다.
프랑스군이 영국군 진지에 다가갈수록 그들은 놀랍게도 영국 장교들의 명령만을 들었다고 한다. 눈앞에는 머스킷을 자신들을 향해 겨눈 채 미동도 없이 기다리는 붉은 코트(redcoat)의 '살아 있는 벽'이 있었다. 거리가 20미터로 좁혀진 순간, 영국군의 총성이 다시 하늘을 찢었다.
"우리 병사들은 최후의 순간까지 사격을 '참았다가' 적과 교전에 돌입했습니다. 프랑스군은 도망쳤지만, 가장 빠른 자들만 총검을 피했습니다. 나머지는 전원 사살, 부상 또는 포로가 되었고, 보나파르트의 제1연대는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대넬리는 이렇게 보고했다.
총검의 참화
그토록 짧은 거리에서 이루어진 머스킷 사격은 단순히 파괴적인 것을 넘어 문자 그대로 상대를 조각내버렸다. 벌어진 두개골, 흘러나온 뇌수, 잘린 손발, 으깨진 동료들의 시신을 목격한 프랑스 병사들이 심리적으로 버텨낼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들은 결국 버티지 못하고 도주했다.
이것이야말로 영국군 총검 돌격에 최적의 조건이었다. 사격 직후 영국군이 진지 밖으로 쇄도하면서 최소 300명의 프랑스 병사가 총검에 쓰러졌다. 전투 후 임시 야전병원을 방문한 영국군 샌덤(Sandham) 중위는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했다. 치료받던 프랑스군 부상 포로 대다수의 총검 상처가 등과 갈비뼈 부위에 집중되어 있었던 것이다. 도망치던 등을 찌른 상처였다. 프랑스 연대는 문자 그대로 궤멸했고, 콩브레 준장은 포로로 잡혔다.
작은 전투, 큰 대가
마이다 전투는 결국 영국군의 완승으로 끝났다. 양측이 약 5,200명씩을 동원한 소규모 전투치고는 프랑스군의 손실이 특히 컸다. 전사 490명, 부상 870명, 포로 722명. 반면 영국군의 피해는 전사 45명, 부상 282명에 불과했다.

[사진 설명] 일제 사격 후 영국군의 총검 돌격을 받으며 무너져 내리는 프랑스군 제1경보병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