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

히틀러 최대의 실수… 미국이라는 거인을 과소평가하다

히틀러 최대의 실수… 미국이라는 거인을 과소평가하다

히틀러의 가장 치명적인 실수가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에 흔히 '미국에 대한 선전포고'가 꼽힌다. 물론 이것이 100% 정확한 진단은 아니다. 당시 루스벨트 대통령이 독일에 적대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었기 때문에 양국 간 충돌은 사실상 불가피한 국면이었다. 다만 히틀러가 조금만 더 신중했다면 상황을 극단으로 밀어붙이지 않고 시간을 벌 여지는 충분히 있었다.

그럼에도 히틀러 최대의 실수는 미국에 선전포고를 내리게 만든 그의 추론 자체였다. 대서양 건너 거인, 미국에 대한 완벽한 무지와 피상적인 인식이 빚어낸 결론이었다.

"오페라 극장 270개 있는 우리가, 냉장고나 만드는 저들보다 우월하다"

히틀러는 회화부터 군사 전략, 지정학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의 아마추어였다. 그가 미국을 평가한 말은 그의 무지를 여실히 드러낸다.

"이 나라는 썩어 있다... 인종 문제도 있고 사회적 불평등도 있다. 로마를 멸망으로 몰아넣은 바로 그 병폐들이다. 제국(독일)에는 오페라 극장이 270개 있고, 저들(미국인)은 감히 상상조차 못 하는 문화 수준을 갖췄다. 저들에게 있는 것이라곤 옷, 음식, 자동차, 그리고 냉장고가 놓인 조악한 주택들뿐이다."

문제는, 오페라가 없어도 미국인들은 자동차 생산 라인을 전차 생산 라인으로 손쉽게 전환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세계 최강의 공업 강국을 향한 돌이킬 수 없는 도박

스스로의 어리석은 판단을 근거로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공업 강국을 깎아내린 히틀러는 마침내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었다. 그의 눈에 미국은 '흑인 음악'의 나라, 유대인의 영향력에 물든 타락한 나라, 편안한 삶만 좇는 저문화 민족의 나라였다.

그러나 미국인이 오페라를 좋아하든 아니든, 생산이 절정에 달했을 무렵 보잉 공장에서는 4만 명의 노동자가 하루 24시간 교대 근무를 하며 하루 평균 16대의 '플라잉 포트리스'(B-17 폭격기)를 조립하고 있었다.

무지와 정치적 근시안은 히틀러를, 80시간마다 리버티선 한 척을 띄우는 나라에 맞서 선전포고를 하도록 몰아넣었다. 전쟁 기간 동안 건조된 리버티선은 총 2,700척에 달했고, 이 배들이 대서양 횡단 수송을 책임졌다.

포드 한 곳이 이탈리아 전체보다 많은 무기를 생산

포드(Ford) 회사 단독 생산량만 해도 히틀러의 동맹국 이탈리아의 군수 생산량을 능가했다. 포드 공장에서는 69초마다 차량 한 대가 조립되었다. 여기에 더해 미국은 자국군을 무장시키는 데서 그치지 않고, 영국과 소련 등 동맹국에도 막대한 양의 군사 물자·연료·보급품을 쏟아부었다.

전쟁 종반, 한 독일 장교는 이렇게 쓴소리를 남겼다. 소련군은 "미국산 차량을 몰고, 미국산 통조림을 먹으며" 독일 본토의 심장부로 거침없이 진격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특기할 점은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소련 공군이 사용한 항공유의 58%가 미국에서 공급된 것이라는 사실이다.

미국이 소련에 제공한 렌드리스 물자

  • 전차 7,000대
  • 기타 장갑 차량 6,303대
  • 트럭·지프 427,284대
  • 오토바이 35,170대
  • 기타 범용 차량 2,328대
  • 석유 제품 2,670,371톤

여기에 항공기 11,400대, 식량 4,478,116톤, 기관차 1,191량, 디젤 엔진 66개, 철도 화차 10,920량, 장갑·장비 화차 120량까지 더해졌다. 또한 전달된 탄약은 소련 보유 재고의 53%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미국을 아무리 폄하해도, 그 공업 역량은 추축국 전체를 합친 것보다도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었다. 히틀러는 제2차 세계대전 참전 기간 동안 88,000대가 넘는 장갑 차량과 약 300,000대의 항공기, 그리고 수십 척의 항공모함을 포함한 수천 척의 함선을 건조한 나라를 스스로 도발한 것이다.

히틀러 최대의 실수… 미국이라는 거인을 과소평가하다

B-17 폭격기 생산 라인.

히틀러 최대의 실수… 미국이라는 거인을 과소평가하다

리버티선 건조 현장.

히틀러 최대의 실수… 미국이라는 거인을 과소평가하다

셔먼 전차 생산 라인.

히틀러 최대의 실수… 미국이라는 거인을 과소평가하다

B-24 폭격기 생산 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