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와 항공기가 사라졌다는 악명 높은 '버뮤다 삼각지대'는 푸에르토리코, 버뮤다, 플로리다 사이에 펼쳐진 약 70만㎢(27만 제곱마일)의 광대한 해역이다.
이 바다에는 수많은 전설이 얽혀 있지만, 그 대부분은 1945년 12월 5일 벌어진 한 사건에서 비롯됐다. 이날 미 해군 그러먼 TBM 어벤저 뇌격기 5대(승무원 14명)가 훈련 비행 중 실종됐고, 이들을 수색하러 나선 마틴 PBM-5 머리너 초계기(승무원 13명)마저 흔적 없이 사라졌다. 항공기 6대, 승무원 27명 중 단 하나의 흔적도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치명적인 임무
어벤저 5대는 플로리다주 포트로더데일 해군 항공 기지를 이륙해 평범한 훈련 비행에 나섰다. 편대를 이끈 것은 총 비행 시간 2,500시간 이상, 그중 600시간 이상을 어벤저에서 쌓은 베테랑 조종사 찰스 테일러 대위였다.
네 대의 항공기는 통상적인 3인 승무원 체제로 이륙했지만, FT-81호만은 예외였다. 승무원 한 명이 기체에 문제가 있다며 탑승을 거부해 그날 운명의 비행에 오르지 못한 것이다. 이륙 후 항공기들은 훈련 계획에 따라 지정된 지점으로 이동해 목표물을 향한 투하 훈련을 실시했다. 그런데 그 직후, 날씨가 급변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편대는 폭우와 맹렬한 강풍이 몰아치는 폭풍 한가운데 휩쓸렸다. 테일러 대위는 자신의 나침반이 고장 났다고 믿었다. 무전으로는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다"는 조종사의 말에 "마지막 선회 이후 길을 잃은 게 분명하다"는 답이 오가며 혼란이 번졌다.
테일러 대위의 목소리는 극심한 불안을 감추지 못한 채 날카로워졌다. 그는 플로리다 키 상공을 날고 있다고 믿으며 육지 위를 비행 중이라고 보고했다. 그리고 치명적인 판단 착오를 저지른다. 서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면 어느 경우에든 미국 본토나 멕시코 영토 상공에 도달할 수 있었음에도, 그는 멕시코만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착각해 편대를 북동쪽으로 조종한 것이다. 결국 항공기들은 육지라곤 없는 외해 한복판을 날았다.
이윽고 무전기에도 이상 징후가 나타났다. "첫 번째 기의 연료가 10갤런 이하로 떨어지면 우리는 모두 함께 내려앉을 것이다." 이것이 테일러 대위의 마지막 메시지였다. 그 순간 이후 19비행대에 관해서는 어떤 소식도 들려오지 않았다.
미 해군은 항공기들이 바다에 추락했을 것으로 판단하고 대형 초계기 마틴 PBM-5 머리너 2대를 출동시켜 수색에 나섰다. 그러나 이륙 불과 3분 만에 머리너 1대마저 흔적도 없이 증발했다.
헛된 수색과 온갖 음모론
대규모 수색 작전이 이어졌지만 모두 허사로 돌아갔다. 항공기 6대의 잔해는커녕 조종사들의 시신이나 개인 소지품 하나조차 발견되지 못했다. 머리너의 경우 원인 불명의 공중 폭발 목격담이 존재하지만, 그마저도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는 점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으로 남는다. 어벤저 편대는 연료가 바닥나 해상에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실종 사건은 버뮤다 삼각지대를 둘러싼 각종 음모론에 불을 지피는 도화선이 됐다. 외계인부터 바다 괴물까지, 상상 가능한 거의 모든 것이 원인으로 거론됐다. 19비행대의 실종은 외계인 납치설을 다룬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미지와의 조우》에도 등장해 대중적 관심을 더욱 증폭시켰다.
이후 미국 당국의 공식 조사가 진행돼 500페이지 분량의 결과 보고서가 작성됐다. 보고서는 어벤저의 손실을 잘못된 항법 지시 탓에 테일러 대위에게 일부 돌렸지만, 그를 문책하지는 않았다. 대신 그의 실수가 나침반 고장에서 비롯된 것으로 결론지었고, 머리너의 손실은 폭발에 따른 것으로 판명했다. 테일러 대위의 어머니가 항의에 나선 뒤, 해군은 이 사건을 최종적으로 '원인 불명(Unknown)'으로 분류했다.
1986년, 사건의 에필로그가 열린다. 우주왕복선 챌린저 폭발 잔해 수색 과정에서 플로리다 연안에서 어벤저 잔해가 발견된 것이다. 1990년 전문 고고학자 존 미어가 이 잔해를 인양하며 19비행대 항공기 5대 중 하나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기체의 코드 번호는 실종된 항공기 어느 것과도 일치하지 않았다. 발견된 기체는 1943년 해당 해역에서 추락한 것이었다. 1942년부터 1945년까지 로더데일에서 출격한 조종사 95명이 이 해역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에도 여러 조사자들이 19비행대의 항공기를 찾으려 애썼지만 성과는 없었다.
2015년에는 한 언론이 해군이 1960년대 중반 시신 2구가 실린 항공기를 발견·인양했으며, 그 기체가 19비행대 소속이라고 보도했다. 해군은 무언가를 발견한 사실 자체는 인정했지만, 시신의 신원 확인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형(編隊) 비행 중인 어벤저 뇌격기들.
테일러 대위와 19비행대의 네 명의 조종사들.
마틴 PBM-5 머리너 초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