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

비밀 전쟁: 카나리스와 프랑코가 히틀러의 지브롤터 점령 작전을 좌절시키다

비밀 전쟁: 카나리스와 프랑코가 히틀러의 지브롤터 점령 작전을 좌절시키다

1940년 프랑스가 무너지기 전부터 히틀러는 이미 지브롤터 점령 제안을 받고 있었다. 지브롤터 점령은 수에즈 점령과 연계되어 영국을 지중해에서 몰아내는 대구상의 핵심이었다. 이 계획이 실현되었다면 전쟁의 흐름은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마드리드로 파견된 첩보국장 카나리스

1940년 7월 12일, 히틀러는 독일 국방군 첩보국장 빌헬름 카나리스 제독을 마드리드로 보냈다. 카나리스는 프랑코와 스페인 전쟁성 장관을 만났고, 이후 직접 지브롤터까지 찾아가 그 유명한 '바위(The Rock)'를 면밀히 살펴보았다.

프랑코는 어차피 전쟁 참전을 꺼리고 있었다. 그리고 카나리스는 자신만의 숨겨둔 게임을 진행하며 히틀러의 의도를 은밀히 저지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베를린에 보낸 보고서에서도 카나리스는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며, 지브롤터 함락에는 최소한 독일 보병연대 2개, 공병대대 3개, 포병연대 12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병력은 충분히 동원 가능한 수준이었지만, 문제는 '바위'를 파괴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그가 판단한 380mm(15인치) 중포였다. 이는 당장 확보할 수 없는 물자였다. 동시에 그는 또 다른 논리적 장애물을 제시했다. 만약 독일이 지브롤터를 점령하면 영국이 모로코와 프랑스령 서아프리카를 차지하게 되어 오히려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는 것이었다.

수네르와의 밀회, 그리고 은밀한 경고

1940년 8월, 카나리스는 곧 스페인 외무장관이 될 라몬 세라노 수네르를 만나 "스페인이 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강구해 달라"고 부탁했다. 얼마 후 프랑코는 수네르를 베를린으로 파견해 히틀러의 속내를 살피게 했다.

흥미롭게도 히틀러는 이 자리에서 스페인 장관에게 전쟁 참여를 강요하지 않았다. 그는 프랑코를 직접 설득하고자 했고, 양자의 회담이 성사되었다. 한편 카나리스는 프랑코를 따로 만나 경고했다. "스페인이 추축국에 가담하면 첫 단계에서 섬들을 모두 잃게 될 것"이라고.

프랑코는 협조하지 않을 경우 독일이 스페인을 침공할까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러자 카나리스는 히틀러가 소련 침공을 계획 중이라는 극비 정보를 폭로하며 그의 불안을 잠재웠다. 아울러 자신의 견해로는 독일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점을 프랑코에게 강조했다.

비현실적 조건으로 시간을 끄는 프랑코

결국 마드리드 주재 독일 대사가 마지막으로 프랑코에게 추축국 가입과 지브롤터 공격 참여를 요청했을 때, 프랑코는 히틀러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음을 알면서도 비현실적인 조건들을 내걸었다. 그중 하나는 '영국 본토 상륙 작전이 먼저 성공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분노한 히틀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다시 카나리스를 마드리드로 보내 프랑코를 설득하게 했다. 카나리스는 프랑코에게 "수학적으로 정확하게 전쟁에서 패배할 나라, 즉 독일 편에 서다니 그야말로 어리석은 짓"이라고 재차 일갈했다.

안다예 회담: 결정적 좌절

그 사이 히틀러는 제출된 지브롤터 점령 종합 계획을 승인했다. 그러나 1940년 10월 24일 프랑스 국경의 안다예에서 프랑코와 회담하면서 모든 것이 무너졌다. 히틀러는 직접 스페인의 추축국 가입을 제안했지만, 곧 회담 상대가 독일의 영국 정복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것을 듣고 격분했다.

프랑코는 대담하게도 독일 독재자에게 선언했다. 설령 영국 본토를 점령하더라도 대영제국을 굴복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회담 후 히틀러는 무솔리니에게 보낸 서신에서 이렇게 적었다. "프랑코와 다시 만나느니 차라리 이빨 네 개를 뽑는 편이 낫겠다."

작전 '펠릭스'의 최종 실패

그러나 히틀러는 지브롤터 점령 계획(작전명 '펠릭스')을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1940년 11월 계획을 다시 꺼내 들었고, 12월 5일 장군들 앞에서 프랑코에게 독일군 통행 허가를 요청해 1941년 1월 공세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카나리스는 다시 마드리드로 향해 프랑코를 '설득'하러 갔지만, 당연히 프랑코는 설득당하지 않았다. 이후 베를린과 로마의 외교적 압박이 이어졌으나 역시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결국 스페인은 전쟁 밖에 남았고, 히틀러는 끝내 지브롤터를 점령하지 못했으며 지중해를 '봉쇄'하는 데도 실패했다.

비밀 전쟁: 카나리스와 프랑코가 히틀러의 지브롤터 점령 작전을 좌절시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