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

지그문트 라셔: 다하우 강제수용소의 악마 SS '의사', 끔찍한 인체 실험의 전말

지그문트 라셔: 다하우 강제수용소의 악마 SS  의사 , 끔찍한 인체 실험의 전말

지그문트 라셔(Zygmund Rascher)는 1909년 의사의 아들로 태어나 아버지의 뒤를 이어 의학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1933년 히틀러가 권력을 장악하던 해에 의학 공부를 시작했고, 즉시 나치당에 가입했습니다. 이득을 좇는 그의 성격은 이미 이때부터 드러났습니다. 1939년에는 친위대(SS)에 입대했으며, 아내가 히믈러(Himmler)와 맺고 있던 인맥 덕분에 눈부시게 승진하여 다하우(Dachau) 강제수용소에서 인체 실험을 수행할 수 있는 특권까지 얻게 됩니다.

고도 실험: 200명의 수용자가 희생된 잔혹한 실험

1941년 라셔는 히믈러에게 인체의 고도 내성 한계를 측정하기 위한 실험 대상으로 포로들을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른바 '고도 실험'은 독일 공군의 항공 의학 연구를 위한 명목으로 진행되었고, 히믈러는 실제로 그에게 200명의 수용자를 배정해 주었습니다.

실험은 1942년 봄과 여름에 걸쳐 최대 고도 21,000미터까지의 환경을 재현할 수 있는 저압 챔버를 이용해 진행되었습니다. 히믈러는 만약 실험 대상자가 살아남더라도 처형하지 않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라셔는 이에 반발했습니다. 그는 "그들은 그저 러시아인과 폴란드인일 뿐이며, 그들의 목숨에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고 전해집니다. 결국 실험에 동원된 200명 중 80명이 실험 과정에서 사망했고, 살아남은 나머지 전원 역시 모두 살해되었습니다.

저체온 실험: 혹한 속에서의 14시간

라셔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저체온(동결) 실험도 진행했습니다. 이번에는 300명의 수용자가 실험 대상으로 사용되었으며, 실험 장소 역시 다하우였습니다.

수용자들은 혹한의 환경 속에서 14시간 동안 알몸으로 방치되거나, 얼음물이 담긴 탱크 안에서 3시간을 견뎌야 했습니다. 두 실험 모두 피험자의 체온과 심박수는 전극을 통해 꼼꼼하게 기록되었습니다. 실험이 끝난 직후, 생존자들은 이론상 끓는 물에 넣어 몸을 녹여야 했습니다. 이러한 실험은 1944년까지 계속되었습니다.

출혈을 멈추게 한다더니… 지혈제 '실험'

비정상적인 사고방식을 지닌 라셔는 상처 출혈을 멈춰 준다는 환각약 개발이라는 새로운 계획까지 세웠습니다. 새로운 희생자들은 이 약을 복용한 뒤 총살당했고, 더 불행한 수용자들은 약을 먹은 후 당연히 마취 없이 사지를 절단당했습니다. 처형 집행자들은 극심한 고통 속에 출혈로 죽어가는 그들을 그저 지켜볼 뿐이었습니다.

히믈러마저 속인 사기꾼

라셔는 히믈러 자신마저 놀리기를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그는 여성의 생식 능력을 연장하는 데 성공했다고 선언하며, 48세가 지난 후에도 세 아이를 낳은 자신의 아내를 증거로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완전히 조작된 거짓말이었습니다. 라셔가 히믈러에게 보여준 아이들은 자신의 자녀가 아니라, 아내와 함께 납치한 아이들이었던 것입니다.

배신당한 히믈러의 분노, 그리고 처형

기만 행위가 들통나자 히믈러는 크게 분노하여 부부를 부헨발트(Buchenwald) 강제수용소로 보냈습니다. 이후 진행된 심문에서 라셔가 조수 살인부터 금품 횡령, 타인의 학술 논문 절도에 이르기까지 여러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습니다.

1945년 4월, 그는 다하우로 이송되어 같은 달 26일 히믈러의 명령에 따라 처형되었습니다. 나치의 만행을 가장 충실히 실행했던 사람이 스승으로 삼았던 권력에 의해 같은 방식으로 제거된 셈입니다. 참고로 그가 남긴 실험 기록들은 전후 뉘른베르크 의사 재판에서 나치 인체 실험의 잔혹함을 증명하는 핵심 자료로 활용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