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밀 해제된 CIA 문서가 밝힌 냉전의 숨은 주역
기밀이 해제된 CIA 문서들은 20세기 역사뿐만 아니라 쿠바 미사일 위기를 둘러싼 미국의 정책, 그리고 피델 카스트로와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에 대한 미국의 접근 방식까지 새롭게 조명하고 있습니다. 미국 언론 'USA 투데이'에 따르면, 2000년에 세상을 떠난 스파이 로스 레스터 크로지어(Ross Lester Crozier)는 냉전 시대 역사적 사건들의 전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입니다.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와 직접 교류한 잠복 요원
CIA 문서에 따르면, 로스 레스터 크로지어는 1950년대 쿠바에서 잠복 요원으로 활동하며 피델 카스트로와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와 직접 대화를 나눴 것으로 전해집니다. 미국 스파이와 쿠바 혁명가들 사이의 신뢰 수준이 어느 정도였는지는 1958년, 친미 독재자 바티스타 정권 전복을 준비하던 피델 카스트로가 몸을 숨기던 비밀 정글 캠프를 크로지어가 직접 방문했다는 사실에서 잘 드러납니다.
정글 은신처에서 보낸 2주, 좌초된 침투 작전
크로지어는 피델 카스트로의 정글 은신처에서 약 2주간 머물렀습니다. 그는 그 자리에서 카스트로에게 미국인 조종사가 함께하는 미국 헬리콥터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이 계획이 실현되었다면 CIA는 카스트로의 최층부에 '침투'할 결정적인 기회를 얻을 수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미국 정보당국으로부터 아무런 반응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소련 미사일 정보를 워싱턴에 전달하다
크로지어는 또한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 모두에게 반대하던, CIA가 지원하는 쿠바 반체제 인사 그룹의 공식 연락책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이러한 인맥을 통해 소련이 쿠바에 미사일을 배치했으며, 그 미사일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를 갖추고 있다는 중요한 정보를 입수했고, 이를 즉시 워싱턴에 보고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참전 용사, CIA 이후의 삶
크로지어는 1954년부터 1958년까지 쿠바에 머물렀습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중국-버마 지역과 파나마에서 정보 및 항공작전 전문가로 복무한 뒤, 1948년 새롭게 창설된 CIA에 합류했습니다. 그는 1963년 정보국을 떠났으며, CIA 경력이 끝난 후에는 이전 직장에서 만든 가짜 이력서를 활용해 워싱턴에서 우체국 검사관으로 일자리를 구해 평범한 삶을 살았습니다.
워터게이트 사건과의 숨겨진 연결고리
기밀 해제된 문서들은 그가 재직 기간 동안, 훗날 1972년 워싱턴 워터게이트 복합단지 내 민주당 사무실 불법 침입 사건으로 체포되어 1974년 닉슨 대통령 사임으로 이어진 유명 인물들과도 교류했음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크로지어의 삶은 냉전 시대 미국 정보기관의 복잡한 내막을 그대로 보여주는 살아있는 기록이라 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