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

80명의 병사와 칼을 든 아내…1만 투르크군을 막아낸 트렘보블라 성의 기적

80명의 병사와 칼을 든 아내…1만 투르크군을 막아낸 트렘보블라 성의 기적

트렘보블라 성은 14세기에 축조된 요새로, 당시 폴란드 영토였던 오늘날 우크라이나 서부의 작은 강 흐니즈나 계곡에 자리 잡고 있다. 규모는 100×40m로 크지 않았지만, 최대 4m 두께의 성벽을 갖춘 견고한 요새였다. 1672년 폴란드-투르크 전쟁이 발발하면서 오스만 제국군은 서부 우크라이나(포돌리아) 지역까지 진격해 왔다.

1만 대 80, 압도적인 열세

이 지역에서 폴란드가 유지하고 있는 거점은 몇 곳 남지 않았고, 그중 하나가 바로 트렘보블라 성이었다. 성에는 얀 사무엘 흐라노프스키 대위 휘하 80명의 소규모 수비대와 대포 11문이 배치되어 있었고, 대위의 아내 안나-도로테아도 함께 있었다. 투르크군이 접근하자 인근 마을 주민 약 200명과 지역 귀족 30명 역시 성으로 피신해 들어왔다.

1675년 여름, 3만 명에 달하는 투르크-타타르 연합군이 이 지역을 침공했고, 9월 20일에는 '선택받은 자' 이브라힘 파샤가 이끄는 1만 명의 투르크군이 성 앞에 도달했다. 병력 비율은 무려 1:125. 상황은 폴란드 측에 절망적이었다. 게다가 성 내의 식량이 부족하여 인근에 주둔하던 용기병 연대마저 철수 명령을 받았다. 결국 대위와 그의 80명의 부하만이 홀로 남겨진 것이다.

첫 공격 격퇴, 그러나 고립된 수비대

승리를 확신한 투르크군은 9월 20일 첫 공격을 개시했으나, 목숨을 건 필사적인 저항 앞에 큰 피해를 입고 물러났다. 날이 갈수록 투르크군의 공세는 이어졌지만, 매번 결연한 폴란드 수비대의 무기 앞에서 좌절되었다. 투르크군은 성벽 밑을 파고드는 지하 굴착 공작도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이브라힘 파샤가 감행한 네 차례의 총공격 역시 모두 격퇴당했다.

그러나 수비군의 상황도 점점 절박해져 갔다. 식량과 물이 바닥나기 시작했고, 늘어나는 손실은 보충될 길이 없었다. 투르크군은 성에 4,000발이 넘는 포탄을 쏟아부어 성을 폐허로 만들었다. 결국 귀족들은 흐라노프스키 대위에게 성을 항복시키라고 압박하기 시작했다.

칼을 든 아내, 안나-도로테아

바로 그 순간, 대위의 아내 안나-도로테아가 개입했다. 유대인 출신이라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그녀는 남편, 귀족들, 병사들 앞에 나서더니 손에 칼을 들고 "성을 항복시키면 내가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고 위협했다.

그녀의 행동과 말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병사들의 사기는 되살아났고, 끝까지 싸우기로 결심한 그들은 오히려 적은 수로 수천 명의 투르크군에게 과감히 출격을 감행해 많은 적을 살상하고 필요한 물자를 탈취하는 데까지 성공했다. 안나-도로테아 역시 직접 전투에 참여해 두 번의 부상을 입었다. 항복을 주장하던 자들은 패배하여 유폐당했다.

이후 투르크군은 분노에 사로잡혀 공격을 계속했다. 10월 5일, 성벽 위에 아직 설 수 있었던 폴란드 병사는 불과 20명. 나머지는 전사하거나 중상을 입은 상태였다. 이제 기적만이 그들을 구할 수 있었다.

기적은 실제로 일어났다

그리고 기적은 현실이 되었다. 르비우에서 투르크군을 격파한 뒤, 장군이자 훗날 폴란드 국왕이 되는 얀 3세 소비에스키가 이끄는 폴란드군이 성에 접근해 온 것이다.

투르크군은 마지막 습격을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10월 11일 마침내 함락되지 않은 성 앞에서 굴욕을 안고 철수했다. 포위된 이들은 구원받았다.

성의 영웅적인 수비대는 높은 영예를 안으며 기독교 세계 전체에 그 이름을 알렸다. 대위와 그의 용감한 아내는 귀족 작위를 하사받았고, 흐라노프스키는 훗날 도시 총독에 임명되었다. 1685년, 중령으로 승진한 그는 다시 트렘보블라로 돌아와 1686년까지 성을 지켰다.

80명의 병사와 칼을 든 아내…1만 투르크군을 막아낸 트렘보블라 성의 기적

오늘날의 트렘보블라 성 모습.

80명의 병사와 칼을 든 아내…1만 투르크군을 막아낸 트렘보블라 성의 기적

자살을 위협하며 항복을 막는 안나-도로테아.

80명의 병사와 칼을 든 아내…1만 투르크군을 막아낸 트렘보블라 성의 기적

투르크군에 대한 공격을 이끄는 안나-도로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