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육상 무기의 구상
육상 크루저(Landkreuzer) P.1000 '라테(Ratte, 쥐)'는 인류가 건조했을 가장 강력한 육상 병기가 될 뻔했던 물건이다. 함선용 엔진과 전함급 무장을 갖춘, 말 그대로 육지에서 달리는 '순양함'이자 '전투 전차'였다. 이 계획은 1942년 6월 독일 중공업체 크루프(Krupp)의 기술이사 에두아르트 그로테(Eduard Grote)가 제출한 안건으로, '육상 순양함'의 상세 설계도까지 함께 제출되었다. 차체 중량은 소형 구축함에 필적하는 1,000톤에 달했고, 히틀러는 이 계획을 즉각 승인했다.
4호 전차의 한계에서 출발한 발상
이야기는 194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크루프는 당시 소련 전차들을 분석한 끝에, 독일군이 운용 중이던 4호 전차(Pz.Kpfw. IV)보다 훨씬 무겁고 강력한 전차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 연구는 두 갈래로 이어졌다. 하나는 실제로 188톤짜리 초중전차 '마우스(Maus)' 2대가 제작되는 성과를 낳았고, 다른 하나가 바로 라테였다. 다행히도 라테는 종이 위의 설계도를 벗어나지 못했다.
전함급 무장과 장갑
라테의 주무장은 280mm 해군 함포 2문이었다. 전함이자 순양전함인 '샤른호르스트(Scharnhorst)'급과 유사한 쌍열 포탑 구성을 채택했으며, 최대 장갑 두께는 250mm에 달했다. 요컨대 육지를 달리는 소형 전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히틀러의 승인, 그리고 슈페어의 중단 결정
흥미롭게도 히틀러의 열광적인 지지에도 불구하고, 군수장관 알베르트 슈페어(Albert Speer)는 이 계획이 귀중한 자원의 낭비일 뿐이라고 판단하여 1943년 프로그램을 전면 취소했다. 참고로 크루프는 이와 함께 800mm 초대형 자주포 설계안인 P.1500도 제시한 바 있어, 당시 독일이 얼마나 비현실적인 초대형 병기에 집착했는지 보여준다.
구체적인 설계 사양
보고된 바에 따르면 라테의 중량은 1,000톤이었다. 함포만 100톤, 포탑이 200톤, 장갑 역시 200톤에 이르렀다. 설계안에 따른 차체 치수는 길이 35m, 폭 14m, 높이 11m였으며, 무한궤도 하나하나의 폭만 해도 7.2m에 달했다.
동력 체계
동력원으로는 대형 독일 잠수함에 사용된 MAN V12Z32/44-24 디젤 엔진(8,400마력) 2기를 탑재하는 방안과, 2,000마력급 소형 엔진 8기를 사용하는 방안이 검토되었다. 수중 주행 등을 대비해 산소 공급을 돕는 스노클 장치도 장착될 예정이었다.
화력 배치
무장 구성은 280mm SK C/28 함포 2문을 주력으로 하고, 여기에 128mm 함포 1문, 마우저 MG151 중기관총 2정, 20mm 대공포 8문이 추가될 예정이었다. 특이하게도 차내에는 정찰 임무를 수행할 오토바이 2대까지 적재하는 계획이 포함되어 있었다.
압도적인 크기가 만든 치명적 약점
그러나 라테의 거체는 곧 치명타였다. 어느 교량도 이 무게를 견딜 수 없었고, 일반 도로는 통과하는 순간 파괴될 수밖에 없었다. 최고 속력은 시속 40km로 설정되어 있었지만, 하늘에서는 적 항공기에게, 지상에서는 적 포병에게 너무나 뚜렷하고 거대한 표적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막대한 연료 소모로 인해 작전 반경 역시 절망적인 수준에 머물 것임이 명백했다. 결국 라테는 전장 한 번 밟아보지 못한 채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진, 전쟁 말기 독일의 비현실적 몽상으로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