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뢰의 등장이 낳은 필연의 산물, 구축함
구축함은 당시 해전에 새롭게 등장한 무기인 어뢰(torpedo)에 대응하기 위해 탄생한 필연적인 함종입니다. 적의 어뢰정을 격침하는 임무를 맡은 이 신형 함선들은 그리스어로 '어뢰 방지'라는 이름을 얻었고, 영어로는 '디스트로이어(Destroyer)'라고 불리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어뢰 위협은 점차 확대되어, 어뢰를 운용하는 잠수함마저 함선들에게 실질적인 위협이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구축함은 적 잠수함을 추적하고 제압하는 대잠 임무도 함께 수행하게 되었으며, 이 역할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치며 그 가치를 충분히 입증했습니다. 물론 오늘날에도 구축함은 대잠 작전을 계속 맡고 있지만, 더 이상 유일한 주력 임무는 아닙니다.
최초의 구축함들, 영국에서 시작되다
초기의 구축함은 매우 경량의 함포로 무장한 소형 선박이었습니다. 최초의 '순수 구축함'으로 평가받는 함선은 1893~94년에 취역한 영국 해군의 두링급(Daring-class) 2척과 헤이복급(Havoc-class) 2척입니다.
반면 미국은 이 분야에 비교적 늦게 합류했습니다. 1903년에야 첫 번째 베인브리지급(Bainbridge-class) 구축함이 취역했으며, 해당급은 총 13척이 건조되었습니다. 이 소형 함선들은 전장 75m, 배수량 약 640톤, 승조원 75명 규모였고, 75mm 함포 2문과 57mm 함포 5문, 18인치 어뢰 발사관 2기를 갖추어 최대 29노트의 속력을 냈습니다.
순양함급으로 성장한 현대의 구축함
그러나 그 이후 100여 년 동안 구축함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오늘날의 구축함은 크기와 배수량 면에서 과거의 순양함과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로 거대해졌습니다. 대표적으로 현대의 알레이 버크 플라이트 III(Arleigh Burke Flight III) 구축함은 만재 배수량이 무려 9,700톤에 달합니다. 미국 해군은 플라이트 I부터 III까지 하위 클래스에 속하는 이 뛰어난 함선들을 총 68척 보유하고 있습니다.
아래 영상은 바로 이처럼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어진 미국 구축함의 진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