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로마의 트라야누스 포룸에 우뚝 선 트라야누스 기둥(Column of Trajan)은 로마 제국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기념물 중 하나입니다. 이 거대한 대리석 기둥은 서기 101년부터 106년까지 두 차례에 걸쳐 벌어진 다키아 전쟁에서 황제 트라야누스가 거둔 승리를 기리기 위해 세워졌습니다.
다키아 전쟁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트라야누스 황제는 지금의 루마니아 지역에 해당하는 다키아를 정복하며 로마 제국의 영토를 크게 넓혔습니다. 특히 다키아의 풍부한 금광은 제국 재정에 큰 보탬이 되었는데, 이러한 전승을 후세에 알리고자 기둥 건립이 추진되었습니다. 즉, 트라야누스 기둥은 단순한 장식물이 아니라 황제의 군사적 업적과 제국의 번영을 과시하는 정치적 의미를 지닌 기념물이었던 것입니다.
30미터 대리석에 새겨진 '돌로 만든 만화'
기둥의 높이는 약 30미터(98피트)에 달합니다. 기둥 몸체에는 마치 두루마리를 펼쳐 놓은 듯한 나선형 부조가 여러 층으로 감겨 있어, 트라야누스 황제의 다키아 원정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연속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부조에는 로마군의 행군, 전투, 요새 공략, 황제의 연설 장면 등 수천 명에 달하는 인물이 극사실적으로 새겨져 있습니다. 당시 로마군의 복장, 무기, 진영 구조까지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어, 학자들에게 다키아 전쟁을 연구할 수 있는 귀중한 역사 기록으로 평가받습니다.
아폴로도로스가 설계한 로마 예술의 걸작
트라야누스 기둥은 당대 최고의 건축가였던 아폴로도로스 다무스케노스(Apollodorus of Damascus)가 설계했습니다. 그는 트라야누스 포룸 전체의 설계를 맡았던 인물이기도 합니다. 기둥은 서기 113년에 완공되었으며, 내부에는 나선형 계단이 있어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정교하게 설계되었습니다.
기둥 꼭대기에는 원래 트라야누스 황제의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고 전해지며, 1587년 성 베드로 동상으로 교체되어 오늘날에 이르고 있습니다. 또한 기둥 받침대에는 트라야누스 황제와 그의 아내 폼페이아 플로티나의 유골을 안치할 황금 단지가 봉안되어, 사후에도 황제를 기리는 영묘 역할을 했습니다.
2천 년을 견뎌온 로마의 자부심
주변의 트라야누스 포룸 건물들이 무너져 내린 후에도 기둥만은 그 자리에 온전히 남아 2천 년 가까운 세월을 견뎌왔습니다. 트라야누스 기둥은 로마 예술과 건축의 정수를 보여주는 걸작일 뿐만 아니라, 로마 제국의 강대함과 영광을 증언하는 살아 있는 기록물로서 오늘날에도 전 세계 방문객들의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