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기는 중세에서 르네상스로 넘어가는 전환기로, 상업과 교역이 크게 확장되면서 다양한 형태의 화폐가 유통되던 시기였습니다. 그렇다면 당시 사람들이 사용하던 '돈'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주화(鑤貨): 가장 보편적인 화폐
당시 가장 널리 알려진 화폐 형태는 단연 주화였습니다. 15세기 이전 2천 년 이상 동안 금, 은, 빌론(billon, 은과 구리의 합금), 구리, 청동 등 여러 금속으로 주화를 만들어 왔습니다. 주화에 함유된 귀금속의 무게와 순도는 지역과 시대에 따라 제각각이었고, 이 때문에 겉보기에 같은 주화라도 실제 가치는 천차만별이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이탈리아 피렌체의 '플로린'과 베네치아의 '두카트' 같은 금화는 신뢰할 만한 품질 덕분에 유럽 전역의 국제 무역에서 기준 통화처럼 통용되었습니다. 반면 일상적인 소액 거래에는 은화나 구리화 같은 저가 주화가 주로 사용되었습니다.
주화 밖의 다양한 화폐들
주화 외에도 여러 형태의 화폐가 함께 쓰였습니다. 곡물이나 가축처럼 실물 자체가 가치를 지니는 상품 화폐, 지폐, 금속으로 만든 은행권, 소금을 섞어 만든 특수 종이, 비단, 가죽, 조개껍데기 등이 대표적입니다. 특히 중국에서는 이미 지폐가 널리 보급되어 있었으며, 유럽에서도 위기 상황에서 가죽 화폐가 임시로 발행된 사례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15세기의 돈은 '얼마'였을까?
한마디로 답하기는 어렵습니다. 화폐의 가치는 나라마다, 도시마다 달랐고, 주화 속 귀금속 함량에 따라 끊임없이 변동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15세기 잉글랜드에서 숙련 장인의 하루 임금은 대략 은화 몇 펜스 수준이었으며, 1실링(12펜스)이면 꽤 쓸 만한 돈으로 여겨졌습니다. 즉, 당시 돈의 가치를 이해하려면 액면가보다 그 안에 담긴 귀금속의 실질 가치를 기준으로 삼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