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

고대 이집트인들은 거리 주소 없이 어떻게 위치를 표시했을까?

고대 이집트인들은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형태의 거리 주소를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들은 '토포님(toponym)', 즉 지명이라 불리는 고유한 장소 이름 체계를 활용해 특정 위치를 식별하고 소통했습니다.

자연과 인공 구조물을 담은 지명 체계

이러한 지명은 나일강이나 산맥처럼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지형을 가리키기도 했고, 신전이나 궁전처럼 사람이 만든 건축물을 가리키기도 했습니다. 즉, 하나의 장소는 그곳의 지리적 특징이나 상징적인 건물과 연결되어 기억되고 불렸던 것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고대 이집트의 도시 테베(Thebes)입니다. 테베는 나일강 동쪽 기슭에 자리 잡았으며, 당시 사람들에게는 '와셋(Waset)'이라는 지명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습니다. 와셋은 중왕국 시대 이후 이집트의 정치·종교적 중심지로 번영했던 도시로, 카르낙 신전과 룩소르 신전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훗날 그리스인들이 이 도시를 '테베'라 부르면서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이 되었습니다.

주소 대신 랜드마크로 길을 찾다

거리 주소가 없었던 만큼, 당시 사람들은 잘 알려진 랜드마크를 기준으로 상대적인 위치를 설명하는 방식으로 길을 찾았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신전 근처', '어느 운하 옆'과 같은 식으로 장소를 묘사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행정 문서에서는 지역을 '노모스(nome)'라 불리는 주 단위로 구분하고, 그 안에서 다시 마을과 시설을 지명으로 특정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문자가 발달한 이집트에서 서기관들이 토지 기록과 세금 문서를 작성할 때에도 유용하게 활용되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오늘날과 같은 체계적인 거리 주소 제도가 서구에서조차 비교적 최근에 정착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고대 이집트인들이 지명과 랜드마크 중심으로 위치를 표현한 것은 당시로서는 매우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