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인들은 죽음 이후의 삶, 즉 '사후 세계'로의 여정을 준비하기 위해 미라 제작(방부 처리)이라는 정교한 기술을 발전시켰습니다. 기원전 13세기에 활약한 파라오 람세스 2세의 시신 역시 이러한 미라 제작 과정을 거치며 무려 3,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놀랍도록 온전하게 보존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당시 장의사들은 어떤 방법으로 시신을 지켜냈을까요? 람세스 2세에게 적용된 미라 제작 과정을 단계별로 살펴보겠습니다.
미라 제작의 7단계 과정
1. 뇌 제거
긴 금속 갈고리를 콧구멍을 통해 집어넣어 뇌를 조심스럽게 꺼내냈습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뇌가 사후 세계에서 필요하지 않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2. 내장 적출
복부에 절개를 가해 폐, 간, 위, 장 등 내장 기관들을 하나씩 조심스럽게 제거했습니다. 내장은 부패가 가장 빠른 부위였기 때문에 반드시 먼저 처리해야 했습니다.
3. 방부 처리 (건조)
시신을 깨끗한 물로 씻어낸 뒤, 나트론(natron)이라 불리는 천연 탄산나트륨과 소금의 혼합물로 두껍게 덮었습니다. 나트론은 습기를 흡수해 부패를 막는 강력한 천연 방부제 역할을 했으며, 최대한 많은 수분을 빼내기 위해 몇 주 동안 그대로 두었습니다.
4. 세척 및 추가 처리
완전히 건조된 시신은 다시 한번 물로 헹군 후, 각종 수지, 오일, 향신료로 처리되었습니다. 이 과정은 시신을 부드럽게 하고 세균 번식으로 인한 부패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5. 아마포 붕대 감기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신을 아마(linen) 붕대로 단단하게 감았습니다. 아마는 통기성과 보존성이 뛰어나 시신을 지지하고 보호하는 데 가장 적합한 소재였습니다. 또한 붕대 층 사이사이에는 사후 세계에서 파라오를 보호할 것으로 믿어진 부적과 신성한 물건들이 함께 넣어졌습니다.
6. 마무리 작업
붕대를 감은 시신 전체에 뜨거운 수지나 타르를 발라 외부 공기와 습기를 완전히 차단했습니다. 아울러 머리와 얼굴에는 가면이나 초상을 씌워 사후 세계에서도 자신의 모습과 신원을 잃지 않도록 했습니다.
7. 매장
모든 과정을 마친 람세스 2세의 미라는 호화로운 관에 안치되었고, 사후 세계에서 사용할 귀중한 유물과 보물들과 함께 왕의 계곡(Valley of the Kings)에 위치한 웅장한 무덤에 안장되었습니다.
수천 년을 견딘 보존 기술의 힘
이처럼 정교한 미라 제작 과정과 엄선된 재료들이 결합하면서 람세스 2세의 시신은 수천 년의 세월 속에서도 그 형태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흥미롭게도 그의 미라는 1881년 데이르엘바하리의 왕족 미라 은닉처에서 발견되어 현재 이집트 카이로에서 일반에 공개되고 있으며, 1970년대에는 곰팡이 치료를 위해 프랑스로 이송되기도 했습니다.
람세스 2세의 미라는 단순한 유물이 아니라, 고대 이집트의 의학·화학 기술과 장례 문화, 그리고 죽음에 대한 그들의 철학을 생생하게 전해주는 살아있는 역사 기록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