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 수천 년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파라오'가 누구인지에 대한 명확한 합의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학자들 사이에서도 평가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의견은 분분합니다. 다만 그중에서도 투트모세 3세는 가장 자주 거론되는 인물이며, 람세스 2세와 아케나텐 역시 강력한 경쟁자입니다.
투트모세 3세: 이집트의 나폴레옹
제18왕조의 파라오였던 투트모세 3세(재위 기원전 1479~1425년경)는 군사적 성취만 놓고 보면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여왕 하트셉수트와의 공동 통치가 끝난 뒤, 그는 기원전 1457년경 메기도 전투에서 승리하며 가나안 지역 장악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이후 약 20년에 걸쳐 무려 17차례의 원정을 감행해 이집트의 영토를 북으로는 유프라테스 강까지, 남으로는 누비아까지 확장했습니다. 이 시기 이집트는 역사상 가장 넓은 판도를 자랑하는 제국으로 도약했으며, 미국의 이집트학자 제임스 헨리 브레스티드는 그를 '이집트의 나폴레옹'이라 불렀습니다.
정복자일 때만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정복지에 이집트식 행정 체계를 도입해 안정적으로 통치했고, 카르나크 신전을 대대적으로 확장하는 등 문화적 업적도 남겼습니다.
람세스 2세: 위대한 건축가이자 외교관
제19왕조의 람세스 2세(재위 기원전 1279~1213년경)는 무려 66년이라는 긴 재위 기간 동안 이집트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습니다. 히타이트와 벌인 카데시 전투는 승패를 가리지 못했지만, 이후 체결된 이집트-히타이트 평화 조약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국제 조약 중 하나로 기록됩니다.
아부 심벨 신전, 람세움 등 웅장한 건축물들은 오늘날까지 이집트를 상징하는 유산이 되었으며, 그의 통치 시기는 이집트가 누린 마지막 황금기로 평가받습니다.
아케나텐: 종교 혁명가
제18왕조의 아케나텐(재위 기원전 1353~1336년경)은 전통적인 다신교를 폐지하고 태양 신 아텐만을 숭배하는 일신교를 도입한 인물입니다. 수도를 아마르나로 옮기고 예술 양식까지 혁신한 그의 개혁은 당시에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종교사와 문화사 관점에서는 이집트 역사상 가장 파격적인 통치로 꼽힙니다. 또한 그는 유명한 파라오 투탄카멘의 아버지로 추정됩니다.
그렇다면 누가 가장 위대한가?
결국 '가장 위대한 파라오'가 누구냐는 질문에는 어떤 기준을 두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집니다. 군사적 정복과 제국의 확장이라면 투트모세 3세, 장기 통치와 건축·외교 업적이라면 람세스 2세, 문화와 종교의 혁신이라면 아케나텐이 손꼽힙니다.
다만 이집트를 하나의 세계적 제국으로 만든 토대를 놓은 점, 그리고 군사·행정 양면에서 균형 잡힌 업적을 남긴 점에서 투트모세 3세를 최고의 파라오로 드는 견해가 특히 많습니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이 세 파라오가 이집트 문명의 정점을 함께 빚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