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쿠버다이빙 중 마주친 해저의 기적
1996년, 크로아티아 해안에서 휴가를 보내던 벨기에 관광객 르네 우터르스(René Wouters, 2012년 별세)는 평생 잊지 못할 발견을 하게 됩니다. 그가 스쿠버다이빙을 즐기던 곳은 루시노 섬(Lošinj) 남동쪽, 아드리아 해 북부에 위치한 벨레 오르윌레(Vele Orjule) 섬 인근 해역이었습니다.
약 150피트(약 46미터) 깊이의 해저에서, 두 바위 사이 모래 바닥에 놓인 무언가가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확인한 결과 그것은 상당히 오래된 조각상으로 보였습니다. 다만 흥미롭게도 그는 이 발견을 즉시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크로아티아 정부가 인양 작업에 착수한 것은 2년 후인 1998년이 되어서였습니다. 작업이 시작되자 우터르스는 국방부 파견 다이버 팀과 함께 현장에 동행했으며, 문화부와 자다르 고고학 박물관(Zadar Archaeological Museum)은 마침내 1999년 4월 27일 동상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아폭시오메노스, 운동선수를 새긴 고대 조각품
오늘날 이 조각상은 '크로아티아 아폭시오메노스(Croatian Apoxyomenos)'로 알려져 있으며, 고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8점의 아폭시오메노스 중 가장 보존 상태가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아폭시오메노(Apoxyomeno)는 고대 그리스어로 '긁개(스크레이퍼)'를 뜻하며, 스트리길(strigil)이라 불리는 길고 가늘며 휘어진 금속 도구로 운동선수가 몸에 묻은 먼지와 땀을 닦아내는 순간을 표현한 조각 유형입니다.
7년간의 정밀 복원, 화학 약품 없이
2000년이 넘는 세월을 물속에서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이 청동상은 화학 제품을 일절 사용하지 않은 복원 공정을 거쳤습니다. 표면에 부착된 해양 생물들을 제거하는 데만 무려 7년의 시간이 걸린 것입니다.
복원 과정에서 더욱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속이 빈 청동상 내부에서 나무 조각과 나뭇가지, 과일 씨앗, 씨앗이 남아 있는 올리브와 체리, 심지어 동상이 바다에 가라앉기 전 어느 시점에 그 안에 둥지를 틀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설치류의 둥지까지 발견된 것입니다. 청동 유물이 때때로 이런 예상치 못한 놀라움을 선사한다는 사실은 다른 사례에서도 확인된 바 있습니다.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이 밝힌 시기
연구진은 내부에 남아 있던 유기물에 대한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을 통해, 이 조각상이 기원전 20년부터 서기 110년 사이에 해저로 가라앉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따라서 이 작품은 기원전 4세기 고대 원작을 재현한 헬레니즘 시대의 복제품으로 추정됩니다.
발견 지역에서는 조각품이 원래 놓여 있던 온전한 기단과 암포라(고대 항아리)의 파편도 함께 출토되었습니다. 그러나 난파선의 흔적으로 볼 만한 유물은 발견되지 않았기에, 학계에서는 아폭시오메노스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로마 상선에서 의도적으로 던져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1.92미터의 완벽한 비례, 그러나 남겨진 의문
동상의 높이는 1.92미터이며, 현재는 원래의 10센티미터 높이 기단 위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기단에는 만자(meander) 문양을 비롯한 전형적인 고전기 기하학 장식이 새겨져 있습니다. 제작자의 이름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역사학자들은 이 모델의 조형적 아름다움과 정교한 기술 스타일에서 당대 최고 수준의 숙련 예술가가 원작을 만들었음을 짐짓합니다.
다만 스트리길이 보존되지 않은 탓에, 일부 연구자들은 이 조각상이 과연 아폭시오멘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합니다. 왼쪽 어깨의 근육 발달 상태를 근거로, 실제로는 몸이 아니라 긁어낸 대상을 닦고 있는 전사일 것이라는 대안적 해석도 제시되고 있습니다.
세계를 순회한 명작, 로시니 섬의 박물관으로
2009년 로시니(Lošinj) 섬에서 아폭시오메노스 박물관(Apoxyomenos Museum) 건설이 시작되었으며, 이 조각품은 피렌체 메디치 리카르디 궁전(Palazzo Medici Ricardi), 대영 박물관, 루브르 박물관, 로스앤젤레스 J. 폴 게티 미술관 등 세계 유수의 박물관을 순회 전시한 뒤 현재 이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