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난파선 속 500년의 시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항해용 아스트롤라베

바다 밑에 잠들어 있던 15세기의 항해 도구

15세기 말에 제작된 이 항해 도구는 오만 연안에서 바스쿠 다 가마(Vasco da Gama)의 두 번째 인도 원정에 동원되었던 배 '에스메랄다호(Esmeralda)'의 난파선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난파선 속 500년의 시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항해용 아스트롤라베

지금까지 발견된 것 중 가장 오래된 아스트롤라베 사진

3D 스캔으로 밝혀진 유물의 정체

영국에 거점을 둔 난파선 탐사가 데이비드 먼스(David Mearns)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항해용 아스트롤라베를 발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스트롤라베는 16세기 초 포르투갈 탐험가들이 인도로 향하는 험난한 항해에서 길잡이 역할을 한 항해 도구입니다.

먼스는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2014년 오만 연안의 난파선 잠수 조사 중 지름 17.5cm의 청동 원반을 발견했으며, 영국 워릭 대학교가 스캔 분석을 통해 최근에야 이 물건의 정체를 확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워릭 대학교는 성명을 통해 "스캔 결과 물체 가장자리에 5도 간격으로 새겨진 눈금이 드러나면서 이것이 아스트롤라베임이 입증되었다"며 "이 눈금 덕분에 선원들은 정오에 수평선 위 태양의 높이를 측정해 자신의 위도를 계산하고 광활한 바다에서 길을 찾을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난파선 속 500년의 시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항해용 아스트롤라베

발견된 아스트롤라베 © David L. MEARNS / BLUE WATER RECOVERIES / AFP

왕실 문장이 새겨진 결정적 단서

분석을 진행한 마크 윌리엄스(Mark Williams) 교수는 "이렇게 흥미진진한 프로젝트에 3D 스캐너를 활용해 희귀하고 매력적인 유물의 감식에 기여할 수 있었다는 점이 정말 값진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먼스는 "처음 보는 순간 이것이 매우 중요한 유물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물체 위에 왕실 문장이 새겨져 있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 유물을 1496년에서 1500년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하며, 이는 당시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아스트롤라베보다 약 30년 앞선 시기입니다.

에스메랄다호와 바스쿠 다 가마의 원정

먼스의 회사 '블루 워터 리커버리스(Blue Water Recoveries)'는 1998년에 이미 이 난파선을 발견했지만, 오만 문화부와 공동으로 2013년에야 본격적인 발굴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먼스에 따르면 이 난파선은 에스메랄다호로, 1502~1503년 바스쿠 다 가마의 두 번째 인도 원정에 참여한 배였으며 함장은 탐험가의 숙부였다고 합니다. 바스쿠 다 가마는 1498년 유럽인으로서는 처음으로 해상 경로를 통해 인도에 도달했으며, 이 발견은 유럽과 아시아 간의 식민지 개척과 무역의 시대를 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아스트롤라베에는 1495년 10월 즉위한 포르투갈 국왕 마누엘 1세의 개인 문장이 새겨져 있어 제작 시기를 특정하는 중요한 단서가 되었습니다.

해상 항법의 선구자, 포르투갈

먼스는 "포르투갈인들은 해상용 아스트롤라베 개발의 선두에 서 있었다. 해상에서의 사용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1480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가 발견한 이 귀중한 유물은 현재 오만 국립박물관에 보관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