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자 레너드 울리(Leonard Woolley)와 그가 평생에 걸쳐 이뤄낸 놀라운 발견들은 여러 차례 소개된 바 있습니다. '아라비아의 로렌스'로 알려진 T. E. 로렌스와 함께 진행한 갈케미시 발굴에서는 이드리미 왕의 전기 조각상을 발견했고, 길가메시 서사시에 등장하는 대홍수에 대한 지질학적 증거도 찾아냈습니다.
그러나 울리의 이름을 가장 널리 알린 것은 1922년부터 1934년까지 진행된 고대 수메르 도시 우르(Ur) 발굴입니다. 이곳에서 나온 왕의 무덤(기원전 2700년), 우르의 깃발(Standard of Ur), 구리 황소 등은 20세기 고고학 역사상 가장 중요한 성과 중 하나로 꼽힙니다.
흥미로운 우연도 있었습니다. 아가사 크리스티는 1929년과 1930년 두 차례에 걸쳐 발굴 현장을 방문했고, 그곳에서 울리의 보조 고고학자이자 훗날 두 번째 남편이 되는 맥스 멀로완(Max Mallowan)을 만났습니다. 6년 후 그녀는 발굴 책임자의 아내 살해 사건을 소재로 한 소설 『메소포타미아의 살인』을 출간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작품 속 캐서린 캐릭터의 영감이 된 울리의 아내 캐서린은, 남편과 20년간 발굴 작업에 협력한 뒤 9년 후 다발성 경화증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그보다 앞서 울리, 멀로완, 캐서린은 또 하나의 놀라운 발견을 하게 됩니다. 궁전 유적군과 우르 신전을 발굴하던 중, 특정 방들에서 수십 점의 유물과 유적이 잇달아 모습을 드러낸 것이고, 이는 곧바로 발굴팀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주목할 점은 이 유물들이 모두 서로 다른 시대에 속해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일부는 수백 년의 시간 차이가 있었는데, 울리의 기록에 따르면 가장 최근의 유물은 건물 바닥 포장보다 700년이나 오래된 것이었고, 가장 오래된 것은 무려 2000년이나 앞선 것이었다고 합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각 기둥 옆에 작은 원통형 점토 드럼이 배치되어 있었다는 점입니다. 네 개의 기둥에 새겨진 비문 중 하나는 고대 수메르어로, 나머지는 세 가지 다른 언어로 기록되어 있었으며, 마치 현대 박물관의 전시 해설처럼 각 유물에 대한 설명이 담겨 있었습니다.
울리는 훗날 저서 『갈데아의 우르(Ur of the Chaldeans)』에서 "이 유물들이 우연히 그 자리에 있었다는 증거는 전혀 없었다"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이 방은 벨-샬티-난나르(Bel-Shalti-Nannar) 공주, 즉 에니갈디-난나(Ennigaldi-Nanna)가 관리하던 지역 유물 박물관이었다"고 말입니다.
에니갈디의 아버지 나보니두스(Nabonidus)는 기원전 556년부터 539년까지 바빌로니아 제국을 통치한 마지막 왕이었을 뿐만 아니라, 오늘날 '최초의 고고학자'로도 평가받는 인물입니다. 그는 태양신 샤마쉬(Šamaš)와 전사 여신 아누니투(Anunitu)의 사원(둘 다 시파르에 위치)을 찾기 위해, 그리고 나람신이 하란에 세운 달의 신 성역을 찾기 위해 최초의 발굴을 주도했습니다. 유적을 발견하면 직접 복원 작업까지 진행했습니다. 또한 기술적 한계로 약 1500년의 오차가 발생했지만, 고고학적 유물의 연대 측정을 시도한 최초의 인물이기도 했습니다.
나보니두스가 조사 과정에서 수집한 유물은 모두 남부 메소포타미아 지역 출신으로, 기원전 2050년에서 1400년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됩니다(일부는 느부갓네살 2세가 먼저 수집했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기원전 550년에서 530년경, 그의 딸 에니갈디는 자신의 궁전에 딸린 방(E-Gig-Par라 불리는 건물)에 이 방대한 컬렉션을 한자리에 모았고, 이것이 바로 많은 역사가들이 역사상 최초의 박물관으로 여기는 공간입니다.
이 박물관은 에니갈디가 감독하던 여사제 양성 학교의 일부였습니다. 에니갈디는 이 유물들을 활용해 역사를 가르쳤을 뿐 아니라, 문자와 '에메살(Emesal)'이라는 방언도 가르쳤습니다. 에메살은 여성 전용 문학 텍스트에 사용되던 언어입니다.
기원전 547년 에니갈디가 달의 신 난나(Nannar)의 여사제로 임명되었을 때, 이 학교는 이미 8세기의 역사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그 전통을 이어받았습니다.
박물관이 있던 건물의 유적은 우르 지구라트에서 남동쪽으로 불과 150m, 이라크 나시리야에서 남서쪽으로 약 24km 떨어진 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울리가 발굴한 유물들은 현재 대영박물관,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박물관, 바그다드 국립박물관에 나뉘어 소장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