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 박물관의 황금 가면, 투탕카멘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이집트 카이로 박물관에 소장된 세계적으로 유명한 황금 가면은 사실 투탕카멘을 위해 제작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가면에는 이전 왕의 이름이 지워진 흔적이 남아 있었던 것입니다.
2015년 10월 20일, 독일 복원 연구진이 이집트 카이로 박물관에서 투탕카멘의 황금 가면 복원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놀라운 폭로의 연속
영국 출신 이집트학자 니콜라스 리브스(Nicholas Reeves)는 지난 석 달간 놀라운 발표들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는 투탕카멘의 무덤에 아직 알려지지 않은 공동(空洞)이 존재할 가능성을 발표하며 학계를 놀라게 했는데(『사이앙스 에 아비니르』 2016년 1월호 참조), 이번에는 고대 이집트 역사상 가장 유명한 파라오의 황금 가면이 찬탈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즉, 1922년 하워드 카터가 투탕카멘의 무덤(KV62)에서 발견한 이 뛰어난 황금 가면은 원래 그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며, 투탕카멘이 스스로 가져다 쓴 것이라는 겁니다.
2015년 12월 발표 예정이었던 논문 「안크케페루레 네페르네페르우아텐의 황금 가면」(일부 내용은 11월 24일 온라인 매체 알아흐람 위클리에 게재)에서 이 영국 이집트학자는 귀금속으로 만들어진 유명한 초상 가면을 면밀히 해독합니다. 금·은·구리 합금에 석영, 흑요석, 청금석을 상감해 만든 이 11kg의 금세공 걸작은 매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카이로 박물관의 귀중한 보물입니다. 리브스는 몇 년 전 런던 대영박물관 이집트 고대유물 부서에서 근무할 당시 제기했던 가설, 즉 이 가면이 19세에 요절한 어린 파라오 투탕카멘이 아니라 그의 선대 파라오 중 한 명인 미스터리 인물 안크케페루레 네페르네페르우아텐을 위해 제작되었으며, 그 인물이야말로 바로 네페르티티라는 주장을 다시 한번 입증한 것입니다.
지워진 이전 왕의 이름 흔적
수염이 잘못 접착되는 사건 이후 진행된 최근 복원 작업 덕분에 니콜라스 리브스는 그동안 가설에 불과했던 추측을 검증할 수 있었습니다. 황금 가면에 새겨진 투탕카멘의 카르투슈(왕명각)를 정밀하게 조사한 결과, 이전 왕의 이름이 지워진 흔적이 뚜렷하게 드러난 것입니다.
카이로 박물관 전 관장 마흐무드 알할와기와 사진작가 아메드 아민과의 협업을 통해 "이 팔림프세스트(지워진 글씨)의 특별히 정밀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다"고 프랑스 이집트학자 마르크 가볼드(Marc Gabolde)가 설명했습니다. 몽펠리에 3대학교 강사인 그는 시카고 대학교 동양연구소의 레이 존슨과 함께 분석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그는 "황금 가면에 새겨진 원래 카르투슈가 명백하게 변형되었다. 먼저 도구로 기존 이름을 '연마'해 흔적을 지운 뒤, 그 위에 투탕카멘의 이름을 새겼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황금 가면은 제18왕조의 어린 파라오가 사망하던 시점에 그에게 맞춰 개조된 것입니다.
[이미지 설명] 마르크 가볼드의 삽화로 표현된 투탕카멘 카르투슈의 변형 과정. 초록색은 현재의 투탕카멘 카르투슈, 주황색은 복원된 원래 카르투슈, 빨간색은 아직 남아 있는 지워진 이름의 흔적이다. © 마르크 가볼드
이집트학계의 오랜 의심
사실 이집트학계에서는 이러한 의심이 여러 해 동안 존재해 왔으며, 유명한 무덤의 발견자 하워드 카터 역시 같은 생각을 공유했습니다. 최근 저서 『투탕카멘』(피그말리온, 2015)의 저자이기도 한 마르크 가볼드는 "황금 내장함이 달린 작은 관들과 흉장(胸裝) 하나조차 이 파라오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미 확인한 바 있다. 실제로 우리는 투탕카멘의 부장품 거의 전부가 그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결론에 다가서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즉, 귀중한 장례용품 전부를 투탕카멘이 찬탈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학자는 무례한 짓을 저질렀다고 할 수 있는 어린 파라오에게 관대한 태도를 보입니다. "이 어린 왕이 집권한 10년은 건축, 문헌, 예술 분야에서 풍성한 성과를 낸 시기였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 업적은 무덤의 신비와 경이로움에 가려져 너무나도 자주 간과되어 왔다."
카르투슈란?
고대 이집트에서 카르투슈(shenou, 슈누)는 매듭으로 닫힌 타원형 상형문자 기호로, 그 안에 파라오의 이름과 칭호를 담고 있습니다. 왕실 카르투슈의 식별은 장프랑수아 샹폴리옹(1790~1832)이 이집트 상형문자를 해독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열쇠 중 하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