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움브리아(Umbria) 지방에서 석관 두 개가 원래 자리 그대로 보존된 에트루리아(Etruscan) 무덤이 완전한 상태로 발굴되었습니다. 귀중한 고대 유물을 노리는 도굴에 시달려온 이탈리아 고고학계에게 이번 발견은 뜻밖의 선물과도 같습니다.

2015년 11월 28일, 이탈리아 움브리아 치타디피에베(Città della Pieve) 인근에서 발견된 기원전 3~4세기경의 에트루리아 무덤. 출처: 움브리아 고고학 감독국(Soprintendenza Archeologia dell'Umbria)
농부가 밭을 갈다가 만난 기적의 발견
밭을 갈던 농부는 이렇게 특별한 발견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페루자(Perugia) 근처 움브리아의 작은 마을인 치타디피에베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에트루리아 무덤이 모습을 드러낸 것입니다. 이 고대 묘의 가장 큰 특징은 기원전 3~4세기 이후 단 한 번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움브리아 고고학 감독국장 클라리타 나탈리니(Clarita Natalini)는 "예상치 못한 발견"이라며, 옛 무덤을 노리는 도굴꾼 '톰바롤리(tombarolli)'로 인해 늘 골머리를 앓아온 자신에게 이번 발견은 더욱 의미가 깊다고 말했습니다.
무덤 안에 그대로 남아 있던 유물들
치타디피에베의 이 무덤은 연구자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습니다. 일부가 산사태로 매몰되었지만, 무덤 내부는 약 5㎡ 크기의 직사각형 방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안에는 알라바스터(석고암)로 만든 석관 하나와 채색 회반죽으로 덮인 석관 하나가 놓여 있었습니다. 여기에 화장된 유해를 담은 대리석 항아리와 봉헌용 그릇들이 세트를 이룹니다. 또한 남성의 유골 한 구와 함께 '라리스(Laris)'라는 이름의 남성을 새긴 비문이 석관 중 하나에서 판독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정교하고 세련된 문명, 에트루리아
연구자들이 이 발견에 열광하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 무덤은 2013년 9월 타르퀴니아(Tarquinia) 무덤에 이어 두 번째로 도굴되지 않은 채 발견된 에트루리아 무덤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에트루리아인들이 남긴 비문은 극히 드물어(아래 참조), 이번 발견의 가치는 더욱 커집니다.
신비로운 민족으로 불리는 에트루리아인들은 로마보다 훨씬 이전에 이탈리아 반도에서 가장 정교하고 세련된 고대 문명 중 하나를 꽃피웠습니다. 기원전 10세기 무렵 고대 에트루리아(오늘날의 토스카나) 지역에서 등장한 이들은 거의 5세기 동안 반도 절반을 지배하다가, 오랜 숙적이었던 로마에 밀려 흡수·동화되고 말았습니다.
기원전 6~5세기의 고분 벽화에는 산 자들처럼 즐기는 장송의식 장면이 많이 등장합니다. 춤과 음악 공연이 그려진 이 장면들은 잔치를 통해 죽은 이를 기리는 예법을 보여주며, 바로 이 문화 속에서 연회에 초대된 손님들을 형상화한 독특한 석관들이 탄생했습니다. 이번 무덤에서 발견된 석관 역시 같은 계열의 유물입니다.
에트루리아 문자, 생각보다 읽을 수 있다
흔히 에트루리아 문자는 아직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여겨지지만, 전문가들에게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상거래를 위해 언어를 기록할 필요가 있었던 에트루리아인들은 기원전 7세기부터 이탈리아 남부 쿠마에(Cumae) 식민지의 이웃들이 사용하던 그리스 문자를 받아들였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그리스어를 읽을 수 있다면, 발굴 과정에서 나온 대부분의 짧은 헌사(獻辭)는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만 긴 글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릅니다. 게다가 무덤 비문 외에 남아 있는 글 자체가 매우 적어, 에트루리아어의 전모를 밝히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