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다윗 왕이 피신했던 고대 도시 '시글락'의 실체 — 이스라엘 발굴 현장에서 밝혀진 성경 도시의 흔적

호주와 이스라엘 고고학자 공동 연구팀이 이스라엘 키르야트 갓(Kiryat Gat) 마을 인근 텔 아라이(Tel a-Rai) 유적지에서, 성경에 등장하는 고대 도시 시글락(시클락, Ziklag)을 발굴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출토 유물의 연대는 기원전 10세기 초, 즉 다윗 왕의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번 발견은 일부 학자들이 주장해 온 '다윗이 단순한 지역 족장이 아니라, 당시 생각했던 것만큼 강력하지는 않더라도 유다 지역의 통합 왕국을 실제로 통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론에 무게를 실어주는 결과입니다.

시글락은 성경의 여호수아서와 사무엘서에서 가드 도시 인접 지역에 자리한 블레셋 정착지로 언급됩니다. 이름이 셈족이나 가나안 사람이 아닌 블레셋 사람에게서 유래했다는 점에서 성경 기록 속에서도 돋보이는 도시인데요. 최근 DNA 연구를 통해 이 민족의 기원이 밝혀진 바 있습니다. 성경에 따르면 시글락은 훗날 왕이 될 다윗이 사울 왕을 피해 몸을 숨긴 은신처 역할을 했습니다. 다윗과 그의 부하 600명은 약 14개월 동안 이곳에 머물며 인근 마을을 공격하기 위한 전진기지로 활용했습니다.

다윗 왕이 피신했던 고대 도시  시글락 의 실체 — 이스라엘 발굴 현장에서 밝혀진 성경 도시의 흔적

또한 느헤미야서에는 시글락이 바빌론 유수에서 돌아온 유대인들이 다시 정착한 곳 가운데 하나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연구팀은 7차례에 걸친 발굴 조사 끝에 수천 제곱미터에 달하는 정착지 유적을 발굴했습니다. 그중에는 거대한 석조 건축물과 함께 토기, 제물용 그릇, 올리브 저장 구덩이 등 전형적인 블레셋 문화의 유물과 각종 유기물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출토 유물에 대한 정밀 분석과 탄소-14 연대 측정 결과, 이 유적지는 사무엘서 상권과 하권에 기록된 대로 다윗이 머물렀던 잃어버린 도시임이 확인되었습니다. 실제로 이곳에서는 후기 페르시아 시대 유물을 비롯해 성경 시대 전 시대에 걸친 생활 흔적이 발견되었습니다.

유적지에서는 두 개의 파괴층이 확인되었는데, 하나는 기원전 10세기 초의 것이며, 다른 하나는 기원전 11세기 중반의 것입니다. 특히 기원전 10세기 파괴층은 성경의 서사와 정확히 대응하는 층위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다만 모든 전문가가 이 유적이 시글락이라는 데 동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 학자들은 진짜 시글락이 사막 인근, 즉 해안 평야에서 먼 내륙에 위치해야 한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신중한 검증이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