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발견된 1만 년의 유물
1955년 8월, 네덜란드 드렌테(Drenthe) 주의 작은 마을 페세(Pesse). 위트레흐트와 흐로닝언을 잇는 A28 고속도로 건설 현장에는 수세기에 걸쳐 분해된 유기물이 축적되어 형성된 고대 석호, 이른바 '이탄 습지(peat bog)'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불도저로 이탄을 걷어내던 인부 한 명은 지면 약 2m 아래에서 나무 줄기로 보이는 물체와 부딪혔지만, 별다른 가치를 느끼지 못한 채 그것을 밀어냈습니다. 그러나 며칠 후, 현지 농부 헨드릭 반더스(Hendrik Wanders)가 이 물체를 발견하고 잠재적 가치를 알아차려 수레에 싣고 집으로 가져가 직접 조사했습니다.
반더스는 이것이 단순한 통나무가 아니라는 확신을 갖고 흐로닝언 대학교에 연락했고, 조사 결과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 물체는 길이 약 3미터(298cm), 폭 44cm에 달하는 정교하게 파낸 카누였습니다. 앞부분은 양쪽으로 좁아져 삼각형 모양의 뾰족한 끝을 이루고, 바닥은 둥근 점 모양으로 마감되어 있었습니다.

중석기 시대의 기술이 담긴 세계 최고(最古)의 배
분석과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 결과, 이 배는 기원전 8040년부터 7510년 사이인 중석기 시대(Mesolithic) 초기에 제작된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 무려 약 10,000년의 세월을 지닌, 현재까지 발견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배인 셈입니다. 소나무 통나무를 깎아 만든 카누의 내부에는 부싯돌이나 뿔 도구로 파낸 것으로 추정되는 조각 자국이 뚜렷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카누가 온전한 상태로 보존될 수 있었던 비결은 이탄 습지의 특수한 환경 덕분입니다. 습지에 산소가 차단되어 부패가 진행되지 않았고, 발견 후에는 식품 산업에서 널리 사용되는 동결 및 탈수 공정인 동결 건조(freeze-drying) 기법을 거쳐 체계적으로 보존 처리되었습니다.
'배'인가, 먹이통인가 — 논쟁의 종결
흥미롭게도 역사학계에서는 오랫동안 이 유물이 정말 배인지, 아니면 다른 용도—아마도 동물의 먹이통인지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2001년 4월, 당시 인류가 아직 소를 가축화하기 전이므로 먹이통 가설은 성립할 수 없다고 지적한 고고학자 야프 보이커(Jaap Beuker)가 실제로 노를 젓는 카누의 정확한 재현품을 만들어 성공적으로 조종함으로써, 이것이 명백한 카누임을 증명해 냈습니다.
오늘날 페세의 카누는 네덜란드 아센(Assen)의 드렌츠 박물관(Drents Museum)에 전시되어 있으며, 1만 년 전 인류의 항해 기술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로 전 세계 방문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