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알프스 북쪽에서 가장 잘 보존된 로마 도시, 아우구스타 라우리카의 500년 흥망사

콜로니아 아우구스타 라우리코룸(Colonia Augusta Rauricorum), 즉 아우구스타 라우리카(Augusta Raurica)는 기원전 44년 여름, 로마 공화정 말기부터 제정 초기까지 정치 무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루키우스 무나티우스 플랑쿠스(Lucius Munatius Plancus)에 의해 건설되었습니다. 도시는 스위스 북부의 현대적 도시 바젤 근교, 라인강 남안에 자리 잡고 있으며, 설립 연도는 이탈리아 가에타에 남아 있는 플랑쿠스의 묘비명을 통해 정확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플랑쿠스가 명명한 최초의 이름은 콜로니아 라우리카(Colonia Raurica)였습니다. 이는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기원전 58년 비브락테 전투에서 헬베티아이와 함께 격파한 갈리아 부족 라우라키(Rauraci)의 옛 영토 위에 도시가 세워졌음을 의미합니다.

다만 플랑쿠스가 다진 초석만으로 도시가 번영하지는 못했습니다. 아우구스타 라우리카가 완전한 도시로 성장하기까지는 기원전 15년 아우구스투스가 중부 알프스 지역을 정복하던 시기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아우구스투스가 이곳을 참전 용사들을 위한 식민 도시로 재건하면서 도시 이름은 콜로니아 파테르나 무나티아 펠릭스 아폴리나리스 아우구스타 에메리타 라우리카로 확장되었습니다.

알프스 북쪽에서 가장 잘 보존된 로마 도시, 아우구스타 라우리카의 500년 흥망사

도시의 입지는 전략적으로 탁월했습니다. 가파른 절벽을 이룬 두 개의 하천이 좌우를 감싸며 고지대를 형성해 자연스러운 방어선을 제공했고, 라인강 평야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었습니다. 상부 도시는 강하게 솟은 스퍼(돌출부)를 중심으로 배치되었고, 하부 도시는 강변을 따라 평지에 조성되었습니다.

서기 2세기에 이르러 아우구스타 라우리카는 이미 주요 상업 중심지이자 로마 속주의 수도로 자리매김했으며, 인구는 약 2만 명에 달했습니다. 라인강 수운은 도시를 북서부와 물길로 이었고, 육상으로는 이탈리아 반도 북부에서 진입하는 도로가 갈리아에서 라에티아·판노니아로 이어지는 동서 간선도로와 교차하는 교통 요충지였습니다.

알프스 북쪽에서 가장 잘 보존된 로마 도시, 아우구스타 라우리카의 500년 흥망사

제국 각지로 수출된 대표적인 특산품은 훈제 돼지고기와 베이컨이었으며, 세라믹 벽돌 생산도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당시 아우구스타 라우리카에는 전형적인 로마 도시의 모든 편의 시설이 갖춰져 있었습니다. 원형경기장, 중앙 포럼과 여러 부속 포럼, 수도교, 신전, 목욕탕과 공중목욕탕 등이 그것입니다. 특히 이곳의 로마 극장은 알프스 이북에서 가장 큰 규모로, 약 1만 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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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서기 250년 발생한 지진이 도시 상당 부분을 파괴했고, 약 10년 뒤에는 게르만 부족의 침공으로 도시가 유린당했습니다. 상부 도시 발굴 과정에서는 도시 내부에서 실제 전투가 벌어졌음을 보여주는 무기와 유적이 확인되었습니다.

급감한 주민들은 상부 도시 끝의 자연 스퍼 지대로 후퇴했으며, 구 도시의 공공·민간 건축물에서 뜯어온 자재를 활용해 이곳을 요새화했습니다. 이는 어디까지나 서기 290년경의 임시 방편이었고, 이후 하부 도시 지역에 새로운 요새화 정착지 건설이 착수되었습니다.

이 정착지가 바로 카스트룸 라우라켄세(Castrum Rauracense)입니다. 이곳에 주둔한 로마군의 핵심 임무는 라인강의 다리를 확보하는 것이었으며, 제1마르티아 군단(Legio I Martia) 소속 병력은 서기 5세기 전반까지 이곳을 사수했습니다.

알프스 북쪽에서 가장 잘 보존된 로마 도시, 아우구스타 라우리카의 500년 흥망사

7세기에 들어 프랑크족의 지배 아래 있던 이 지역에서는 인근 바젤이 급부상하면서, 아우구스타 라우리카의 석재를 재료 삼아 지어진 중세 도시 바젤에게 그 위상을 내주게 됩니다.

아우구스타 라우리카의 옛 정착지는 오늘날 아우구스트(Augst) 시와 카이저라우그스트(Kaiseraugst) 요새의 모태가 되었습니다. 발굴 조사를 통해 원형경기장, 극장, 수도교, 유피테르 신전이 있는 중앙 포럼, 대성당, 선술집, 빵집, 도자기 공방 등 로마 건축물의 수많은 유구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알프스 북쪽에서 가장 잘 보존된 로마 도시, 아우구스타 라우리카의 500년 흥망사

흥미롭게도 현재까지 발굴된 고대 도시의 면적은 전체의 20%에 불과합니다. 아우구스트와 카이저라우그스트에는 각각 상설 고고학 조사팀이 배치되어 연중무휴 발굴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훗날 재건축 없이 그대로 남은 로마 도시 유적으로는 알프스 북쪽에서 가장 잘 보존된 곳이 바로 아우구스타 라우리카입니다.

오늘날 이곳은 대규모 고고학 공원으로 탈바꿈하여 박물관, 로마 가옥 복원 건물, 나아가 고대를 재현하는 역사 쇼까지 갖춘 살아있는 현장 박물관으로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