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이빨로 만든 장식품이 몸의 움직임에 따라 소리를 냈다면, 8000년 전 선사시대 수렵채집인들이 의식에서 그 소리에 맞춰 춤을 춰야 할 동기를 얻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 러시아 북서부 유즈니 올레니 오스트로프(Yuzhniy Oleniy Ostrov) 선사시대 묘지 76a호 분묘에서 발견된 성인 남성의 복원상. 140개의 엘크 이빨이 내는 소리에 맞춰 춤추는 모습으로 재현되었다.
이빨이 딱딱 부딪치는 소리라면 누구나 익숙하지만, 수백 개의 방울이 옷에 매달린 채 출렁거리며 종(cowbell) 같은 소리를 낸다고 상상해 본 적은 있을까? 핀란드 헬싱키 대학교 고고학 연구팀이 바로 그런 장면을 재현했다. 연구를 이끈 리타 라이니오(Riitta Rainio) 박사는 "이런 방울을 차고 있으면 아주 작은 움직임에도 종소리가 울린다"고 설명했다.
연구자가 직접 6시간 내내 춤을 춰 얻어낸 타악기 소리
학술지 케임브리지 고고학 저널(Cambridge Archaeological Journal)에 발표된 논문에서 라이니오 박사는 실험 고고학적 검증을 위해 자신이 직접 6시간 동안 쉬지 않고 춤을 추며 이 소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녀는 현존하는 가장 큰 사슴류 중 하나인 엘크(Alces alces, 무스)의 이빨 세트를 몸에 차고 실험에 임했으며, 핀란드 예술가 유하 발케파(Juha Valkeapää)와 함께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 공연의 목적은 마모 흔적의 기원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즉, 이빨끼리 서로 부딪힐 때 생기는 마모 자국과, 8000년 전 남녀가 착용하던 가죽 옷에 남겨진 흔적이 과연 일치하는지 검증하는 것이다. 프랑스 과학매체 Siences et Avenir와의 인터뷰에서 라이니오 박사는 "무리 지어 매단 신선한 엘크 앞니 장식들이 서로 부딪힐 때 실제로 이런 흔적이 생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러시아 북서부 중석기 시대 유즈니 올레니 오스트로프 유적 무덤에서 출토된 치아 장식의 재현 영상. 리타 라이니오가 제작한 앞치마 형태의 옷에 94개의 엘크 앞니를 꿰매 달았고, 무용수가 움직이면 가죽 받침 위에서 이빨들이 부딪히고 튄다. 실제 속도와 슬로모션(-75%)으로 촬영되었다. 의상은 요한나 세패(Johanna Seppä)가 순록 가죽으로 제작했다. 영상: 율리야 스피니츠카야, 리타 라이니오, 크리스티나 만네르마아.
"엘크 이빨로 만든 방울 소리는 매혹적이다"
이번 실험은 러시아 북서부 카렐리야 공화국 오네가 호숫가의 선사시대 묘지 유즈니 올레니 오스트로프(Yuzhniy Oleniy Ostrov)에서 수백 개의 엘크 앞니가 발굴된 데서 비롯됐다. 한 명의 피장자에게서 무려 300개까지 나올 정도로 많은 이빨이 출토되자, 연구진은 중석기 시대 주민들이 이를 옷의 장식으로 사용했으리라고 추론했다. 돌·도기·가죽 등 유물 표면의 마모 흔적을 분석하는 '사용흔 분석(use-wear analysis)'으로도 이 사실이 뒷받침되었다.
라이니오 박사는 "엘크 이빨 방울 소리는 무용수를 천 년 전의 음향 풍경 속으로 데려가기 때문에 매혹적이다"라며 "'석기시대 디스코'라고 이름 붙인 이번 춤 실험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내가 입고 있는 장식물이 내 몸의 리듬과 움직임을 지배한다는 느낌이었다는 것이다. 춤을 어떻게 출지 결정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장식물이었고, 나는 그 움직임을 따랐을 뿐이다. 그것은 해방감이었다. 6시간을 춘 후에도 멈출 수 없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조사된 무덤의 절반 이상에서 이런 장식품이 발견되었다. 대부분은 엘크(무스) 이빨이었지만, 드물게는 비버·곰·늑대의 이빨도 함께 출토되었다. 유사한 장식품은 유럽 최북부의 다른 선사시대 묘지에서도 확인되어, 같은 의식 관행이 광범위하게 행해졌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