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보르도(Bordeaux)에서 16세기 인문주의 철학자 미셸 드 몽테뉴(Michel de Montaigne)로 추정되는 무덤이 마침내 열렸습니다. 과학자들은 그의 이름이 적힌 관을 꺼냈지만, 그 안에는 또 다른 납관이 숨겨져 있어 내부 유해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추가 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보르도 메트로폴 예방고고학센터(CAP) 소속 고고인류학자 엘렌 르베야스(Hélène Réveillas)가 이끄는 전문가 팀이 몽테뉴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곳을 열고 납관을 발견하는 모습입니다.
납관 개봉의 순간
"인간적으로나 과학적으로 모두 매우 흥분되는 순간입니다." 전문가 팀을 이끈 르베야스 고고인류학자는 2019년 11월 18일과 19일, 약 1년 전 아키텐 박물관(Musée d'Aquitaine) 관장 로랑 베드린(Laurent Védrine)이 지하에서 발견한 작은 석실의 개봉 작업에 나섰습니다.
유해 오염을 막기 위해 작업복을 갖춰 입은 연구진은 "완벽하게 보존된" 오크나무 목관을 조심스럽게 꺼냈습니다. 관에는 붉은 물감으로 쓰인 두 줄의 명문이 새겨져 있었는데, 바로 '몽테뉴 씨(Mr. de Montaigne)'와 '24/12/80'이라는 글자였습니다.
연구진이 뚜껑을 고정한 리벳을 하나씩 제거하자 놀라운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안에는 어떤 표식도 없고 완전히 밀봉된 두 번째 납관이 잠들어 있었던 것입니다.
"납관 안에 완전한 해골이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
"훼손된 부분 사이로 일부 뼈를 볼 수 있었지만,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극히 일부입니다. 안에 완전한 해골이 들어 있는지조차 알 수 없습니다."라고 르베야스는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녀는 조사를 잠시 중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제 납이라는 재질의 전문가인 국립과학연구원(CNRS) 명예연구소장이자 역사학자 미셸 페르노(Michel Pernot)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또한 뼈를 오염 없이 분석할 수 있도록 보존 구역을 마련해야 합니다." 지역 고고학 서비스(SRA)의 승인을 받으면 발굴 작업은 내년 초 재개될 예정입니다.
조사 과정에서 수집된 결정적 단서들
조사가 한동안 멈춰 있지만, 연구진은 1592년 세상을 떠난 철학자이자 보르도 시장을 두 차례 역임한 몽테뉴의 유해를 찾아 확인하는 작업에서 귀중한 단서들을 추가로 확보했습니다.
먼저 주목할 것은 관의 크기입니다. 르베야스에 따르면 관은 "약 1.60m로 상대적으로 소박한" 크기인데, 이는 자신을 "평균보다 약간 작다"고 묘사했던 『에세이(Essais)』의 저자와 실제로 부합합니다. 물론 관에 붉은 물감으로 적힌 철학자의 이름 역시 중요한 단서지만, 이 명문은 대부분 19세기에 새로 쓰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24/12/80'이라는 세 숫자는 실제로 1880년 12월 24일, 즉 몽테뉴의 뼈(진짜 그의 것이 아니라 가족 구성원의 것일 가능성도 있습니다)가 보르도 샤르트뢰즈(Chartreuse) 묘지에서 발굴된 날짜와 일치할 수 있습니다. 당시 뼈는 새 나무관에 옮겨진 뒤 문리과학부 건물로 쓰이던 아키텐 박물관 지하로 옮겨졌고… 이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유리병에 담긴 편지와 관 밖에 매장된 해골
발굴 과정에서 연구진은 납 원통형 용기도 발견했습니다. 그 안에는 편지가 든 유리병이 보호되어 있었는데, 아마도 1880년에 작성된 매장 증명서로 보입니다. 르베야스는 "이 문서는 나중에 전문가가 직접 펼쳐서 읽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연구진은 관 밖에 따로 매장되어 있던 해골과 치아도 발굴했습니다. 이들 유해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한 연구 역시 곧 시작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