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3D 스캔으로 드러난 미국 역사상 최대 암벽화… 앨라배마 동굴 천장에 숨어 있던 고대 원주민 예술

고고학자들이 3D 디지털 모델링 기술을 활용해 미국 남동부 앨라배마주의 한 동굴 천장에 숨겨져 있던 대규모 원주민 암벽화를 세상에 처음 공개했습니다.

3D 기술로 밝혀진 숨겨진 고대 예술

고대 예술 연구단체 '에인션트 아트 아카이브(Ancient Art Archive)'와 테네시 대학의 얀 시멕(Jan Simek) 박사는 3D 디지털 모델링 기법을 통해 미국 남동부의 한 동굴 천장에 그려져 있던, 이전까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대규모 원주민 암벽화를 발견했습니다. 에인션트 아트 아카이브는 린드허스트 재단(Lyndhurst Foundation)의 지원금 덕분에 이 발견을 가능하게 한 대규모 3D 모델링 작업을 수행할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시멕 박사는 이번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암벽화의 의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우리는 이전에 이런 유형의 작품을 본 적이 없습니다. 이 고대 의인형 암벽화가 누구를 형상화한 것인지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이들은 민족지학적으로 기록된 미국 남동부 원주민 설화나, 고고학적으로 알려진 도상학 자료 어디에서도 확인되지 않는 인물들입니다."

포토그래메트리, 발견의 도구로 탈바꿈하다

이 동굴 천장의 지도 제작은 에인션트 아트 아카이브의 초기 프로젝트 중 하나였습니다. 이는 '포토그래메트리(photogrammetry)'라고 불리는 3D 매핑 기술을 활용해 미국 남부 동굴 천장의 암벽화, 즉 희미하게 남아 있는 점토 글리프(glyph)를 디지털 방식으로 '볼' 수 있는지 검증하는 개념 증명(proof of concept) 과제로 설계되었습니다. 연구팀은 글리프의 존재 자체는 알고 있었지만, 흔적이 너무 옅어 전체 이미지를 육안으로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3D 스캔으로 드러난 미국 역사상 최대 암벽화… 앨라배마 동굴 천장에 숨어 있던 고대 원주민 예술

"에인션트 아트 아카이브에서는 전 세계의 동굴과 암벽화 유적에서 VR 경험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포토그래메트리를 활용해 왔지만, 이번 동굴 작업 이전까지 포토그래메트리가 새로운 유산을 '발견하는 도구'로 시도된 적은 없었습니다."

연구팀은 이번 프로젝트에서 포토그래메트리의 성능을 한계까지, 나아가 그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했습니다. 수천 장의 이미지를 하나로 합성하는 데 필요한 연산 처리가 발생시키는 열 때문에 첫 번째 작업용 컴퓨터의 메인보드가 녹아버렸고, 결국 프로젝트를 완수하기 위해 완전히 새로운 고성능 컴퓨터를 제작해야 했다고 합니다.

보존이 까다로운 환경 속에 잠들어 있던 보물

미국 남동부에는 만 개가 넘는 동굴이 존재합니다. 원주민 탐험가들이 지하 수 마일을 오가며 동굴을 탐사했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이 지역은 남동부 원주민들이 실제로 수많은 암벽화를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암벽화로 유명한 지역은 아니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열악한 보존 환경 때문입니다. 풍부한 습기와 잦은 강우가 대부분의 암벽화를 빠르게 훼손합니다. 삼림 문화권의 암벽화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특별한 조건이 갖춰져야 하며, 동시에 그 희귀한 흔적을 알아볼 수 있는 날카로운 관찰자의 눈이 필요합니다.

사진작가이자 동굴 탐험가인 앨런 크레슬러(Alan Cressler)는 이 동굴에서 벽화를 최초로 발견한 현대인이었습니다. 그는 테네시 대학의 시멕 박사와 함께 1999년 발표한 논문에서 당시 발견한 점토 글리프들을 기술했습니다. 그로부터 15년이 넘은 후 크레슬러가 천장에서 추가적인 점토 글리프를 관찰하자, 에인션트 아트 아카이브는 3D 모델링으로 더 많은 글리프를 밝혀낼 수 있을지 확인하고자 동굴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3D 스캔으로 드러난 미국 역사상 최대 암벽화… 앨라배마 동굴 천장에 숨어 있던 고대 원주민 예술

미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암벽화

그 노력은 놀라운 성공으로 이어졌습니다. 포토그래메트리 분석을 통해 수천 개의 추가 글리프와 이미지가 밝혀졌으며, 그 대부분은 이전까지 미국 남동부에서 확인된 원주민 도상학의 전통적 범주를 벗어나는 것이었습니다.

더욱 주목할 점은 이미지의 크기입니다. 이 암벽화들은 해당 지역에서 이전에 알려진 어떤 작품보다도 월등히 크며, 그 규모는 미국 서부의 대형 벽화(피크토그래프)와 암각화(페트로그리프) 중 최고 수준의 작품들에 필적합니다. 이는 현재까지 미국에서 발견된 암벽화 중 가장 거대한 이미지이기도 합니다. 시멕 박사는 2022년 5월 국제 고고학 저널 《안티쿼티(Antiquity)》에 게재한 논문에서 이러한 발견들을 상세히 소개했습니다.

3D 모델로 동굴을 재현하면 미지의 예술작품을 발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천장의 조각과 그림 전체를 하나의 통합된 구도로서 그 맥락 속에서 조망할 수 있습니다. 이미지에 담긴 의미를 해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러한 맥락이 결정적으로 중요합니다. 연구팀은 이 이미지들이 기원전 2500년경부터 시작된 북미 토루( mound) 축조 문화의 산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16,000장의 사진으로 완성한 정밀 지도

3D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무려 16,000장이 넘는 겹쳐 찍은 사진을 하나로 합성해야 했습니다. 사진작가 스티븐 알바레즈(Stephen Alvarez)는 이 모든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몇 달간 동굴 바닥을 기어 다녔고, 정밀한 동굴 모델을 완성하는 데 또 몇 달을 더 소요했습니다. 그는 동굴의 험악한 환경을 고려해 리다(LiDAR) 방식이 아닌 포토그래메트리를 채택했습니다.

3D 스캔으로 드러난 미국 역사상 최대 암벽화… 앨라배마 동굴 천장에 숨어 있던 고대 원주민 예술

그 결과 스티븐은 동굴 천장의 정확한 지도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컴퓨터 프로그램은 어떤 각도에서든 천장 위로 가상의 '빛'을 투사할 수 있게 해 주었고, 그동안 어둠 속에 가려져 있던 고대 예술작품의 섬세한 세부 묘사를 생생하게 드러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