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네바다주 북서부 피라미드 호수 인디언 보호구역에는 원래 두 개의 인접한 호수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보호구역의 이름을 딴 '피라미드 호수'였고, 다른 하나는 '위네머카 호수(Winnemucca Lake)'였습니다.
그러나 1903년 트러키 강(Truckee River)에 더비 댐(Derby Dam)이 건설되었고, 이어서 개통된 447번 국도로 인해 위네머카 호수는 물 공급이 차단되면서 서서히 말라가기 시작했습니다.
1936년에는 위네머카 호수 일대가 철새 보호구역으로 지정되기도 했지만, 수위는 계속 낮아져 결국 호수가 완전히 말랐고, 1962년에는 보호구역 지정이 해제되고 말았습니다.

말라붙기 전 위네머카 호수는 길이 45km, 너비 7km에 달했지만 수심은 매우 얕았습니다. 현재 호수 바닥은 해발 1,150m로, 인접한 피라미드 호수의 수위보다 낮습니다.
그리고 물이 사라진 자리에서 놀라운 것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바로 1992년 처음 기록된 수많은 암각화였습니다. 2년 후 지구화학자 래리 벤슨(Larry Benson)은 암각화가 새겨진 석회암이 약 16,200년~14,800년 전 사이에 퇴적되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퇴적물 코어로 추정한 암각화의 연대
벤슨이 속한 콜로라도 대학교(University of Colorado) 연구팀은 인근 피라미드 호수(Pyramid Lake)의 퇴적물 코어를 분석해 시간에 따른 호수 수위의 상승과 하강을 추적했습니다. 목표는 수위가 암석까지 닿지 않을 만큼 낮아졌던 시기를 특정해, 암각화가 새겨질 수 있었던 시점을 좁히는 것이었습니다.
더 정밀한 측정을 위해서는 암각화 홈에서 직접 시료를 채취해야 했지만, 암각화가 위치한 땅의 주인인 파이우트(Paiute) 부족이 이를 승인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퇴적층 코어 분석 결과, 수위는 약 15,000년 전부터 하강하기 시작해 약 13,300년 전에 최저치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결과를 호수 하부 탄산염 지각과 조류 형성물에 대한 분석 및 연대 측정과 함께 종합하면, 암각화가 새겨진 암석은 약 14,800년 전부터 10,500년 전 사이 어느 시점부터 수면 위로 드러나 있었다는 결론이 도출됩니다.

북미 전역에서 가장 오래된 암각화
이 연대 범위는 해당 지역에서 이전에 발견된 인공 유물들의 연대 측정 결과와 일치하며, 약 70여 년 전 근처에서 발견된 '영혼의 동굴(Spirit Cave) 미라'의 추정 연대와도 부합합니다.
따라서 암각화의 실제 제작 시기가 14,800년 전이든 10,500년 전이든, 이 유적은 북미 전역에서 알려진 가장 오래된 암각화임이 확실합니다. 특히 상한 연대인 14,800년은 인류가 아메리카 대륙으로 처음 이주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와 겹쳐 더욱 의미가 큽니다.

암각화에 새겨진 신비로운 문양
암각화는 크게 두 종류로 구성됩니다. 하나는 직선이나 소용돌이 같은 단순한 문양을 이루는 굵은 홈이고, 다른 하나는 나무, 꽃, 잎맥의 패턴을 연상시키는 복잡한 문양입니다.
다이아몬드나 입방체(큐브) 같은 기하학적 문양도 눈에 띕니다. 흥미롭게도 사람이나 동물의 형상은 전혀 등장하지 않으며, 구름이나 번개 같은 기상 현상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크기는 가장 작은 조각이 폭 약 20cm, 가장 큰 조각이 폭 거의 1m에 이릅니다. 홈의 깊이는 1~2cm로, 미국 남서부에서 흔히 발견되는 암각화보다 훨씬 깊은 편입니다.

암각화를 어떤 도구로 새겼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단단한 화산암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그리고 이 문양들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역시 여전히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