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룩소르 남쪽 에스나(Esna)에 위치한 크눔 신전을 연구해 온 이집트·독일 공동 고고학 조사단이 신전 복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한 청소 작업을 마치고, 천장과 벽면에 새겨진 비문과 부조 이미지, 그리고 선명한 고대 색채를 세상에 드러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고대유물최고위원회 사무총장 무스타파 와지리(Mustafa Waziri)는 이번 작업을 통해 약 14m 높이의 신전 입구 중앙 천장 장식에 담긴 원래의 비문과 밝은 색채가 되살아났다고 설명했습니다.
프톨레마이오스 시대부터 이어진 창조신 크눔의 신전
에스나 신전은 프톨레마이오스 시대에 건축이 시작된 유적으로, 원시 알에서 생명의 빛이 태어났다는 창조신 크눔(Khnum)과 그의 배우자 네이트(Neith), 사티스(Satet), 그리고 아들 헤카(Heka)에게 봉헌된 곳입니다.

신전 벽에 새겨진 비문에는 엄격한 입장 규정도 상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신전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은 손톱과 발톱을 자르고 몸의 털을 모두 제거한 뒤, 나트론(천연 소금)으로 손을 씻고 리넨 옷을 갈아입어야 했습니다(양모 착용은 금지). 또한 입장 며칠 전부터 성관계를 삼가야 했다고 전합니다.
붉은 사암으로 지어진 웅장한 열주식 회랑
크눔 신전은 붉은 사암으로 지어졌으며, 탁월한 입지와 건축물의 웅장함이 돋보입니다. 열주식 회랑(주랑)은 6열로 정연하게 배열되어 있고, 각 기둥 머리 장식은 연잎 모양으로 조각되었는데 그 형태가 모두 서로 다른 점이 특징입니다.

비문 등록부에도 없던 새로운 발견: 연속된 46마리의 독수리
이번 복원 작업은 지금까지 학술 출판물이나 이집트학자 세르주 손론(Serge Sonron)이 1963년부터 1975년 사이 작성한 비문 등록부에도 기록되지 않았던 그림들을 공개했습니다. 해당 그림은 연속된 46마리의 독수리를 묘사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24마리는 상(上)이집트의 수호 여신 네크베트(Nekhbet)를, 나머지 22마리는 하(下)이집트의 수호 여신 와제트(Wadjet)를 상징하는 코브라 머리 형상으로 표현되었습니다.
이집트 고대유물 등록 중앙관리국 국장이자 이집트 측 고고학 임무 책임자인 히샴 엘-레이티(Hisham El-Leithi) 박사는 최근 수백 년간 쌓인 두꺼운 그을음으로 인해 신전의 다채로운 비문이 심각한 훼손 위기에 놓였다고 덧붙였습니다. 먼지와 흙, 새와 박쥐의 배설물, 거미집, 소금 석회화 등이 약 2000년에 걸쳐 축적된 결과입니다.
이에 따라 고유한 비문을 보존·복구하고 프톨레마이오스 시대와 로마 시대의 귀중한 기념물을 지키기 위해 신전 복원 및 청소 프로젝트가 추진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이집트 미국연구센터(ARCE)가 자금을 지원했습니다.

그을음 아래 숨어 있던 미공개 그리스 문자 비문
복원팀장 아흐메드 이맘(Ahmed Emam)은 신전 축선 서쪽 벽의 프리즈(frieze)를 청소하던 중 검은 그을음에 완전히 덮여 있던 붉은 잉크의 그리스 문자 비문을 발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문자는 그동안 학계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초기 분석 결과, 이 비문은 고대 이집트·콥트 달력의 11번째 달 '에피피(EPIPHI)' 5일이라는 날짜를 기록하고 있어, 도미티아누스 황제(Domitianus, 재위 AD 81~96) 시대, 즉 신전이 완공된 시기로 추정됩니다.
한편 에스나 신전에서 확인된 가장 최근의 비문은 서기 249년에서 251년 사이 통치한 데키우스 황제(Decius) 시대의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