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대담한 해적도 거부할 수 없는 보물이 있습니다. 바다 깊은 곳에서 인양된 아름다운 황금빛 보물, 바로 220년 전의 맥주입니다. 호주 빅토리아 여왕 박물관 미술관(Queen Victoria Museum & Art Gallery)은 호주 와인 연구소(Australian Wine Research Institute)와 제임스 스퀴어 양조장(James Squire Brewery)과 협력하여, 20여 년 전 발견된 난파선에서 추출한 효모로 1796년산 맥주를 되살리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1796년, 시드니 코브호의 비극
이야기는 17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상선 시드니 코브호(Sydney Cove)는 캘커타를 떠나 시드니로 향했습니다. 선창에는 재판매할 각종 물품들이 가득 실려 있었죠. 차, 그릇, 쌀, 담배, 그리고 무려 3만 리터가 넘는 술까지. 럼, 와인, 포트 와인, 그리고 특히 맥주였습니다.
그러나 이 병들은 결국 목적지에 닿지 못했습니다. 악천후에 시달린 배는 태즈메이니아 북서쪽에 있는 작은 섬, 프리저베이션 섬(Preservation Island) 앞바다에서 좌초되고 말았습니다. 세계 끝자락에서 벌어진 비극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구조 요청을 위해 17명의 선원이 출발했지만, 두 번째 난파와 당시 미개척지였던 험준한 육지 600킬로미터 행군 끝에 시드니에 도달한 사람은 단 세 명뿐이었습니다.
바닷물이 지켜낸 소중한 화물
200년 후, 고고학자 팀이 난파선을 발굴하면서 놀라운 것을 발견합니다. 코르크로 완벽하게 밀봉된 채 그대로 보존된 짐 병들이었는데, 차가운 바닷물 덕분에 내용물까지 온전히 보존되어 있었습니다. 난파선 유물은 연구와 전시를 위해 오스트레일리아 로ーン세스턴의 빅토리아 여왕 박물관 미술관으로 옮겨졌습니다.
난파선에서 회수된 술이라면 이번 사례가 처음은 아닙니다. 2014년 몰타 해안에서 발견된 페니키아 와인 항아리는 이미 비어 있었지만, 1982년 북해에서 발견된 17~18세기 마데이라 와인 병이나 2010년 발트해에서 인양된 1830년산 샴페인은 여전히 마실 수 있는 상태였습니다.
프랑스 혁명 시대 맥주의 부활
2014년 9월 데이비드 서로그드(David Thurrowgood)가 빅토리아 여왕 박물관 미술관 학예사로 부임하면서 시드니 코브호의 맥주 병들이 그의 손에 넘어왔습니다. 그리고 그의 머릿속에 기발한 아이디어가 싹텄습니다. 병이 완벽하게 밀봉되어 있다면, 그 안에서 1796년의 양조 효모를 온전한 상태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첫 번째 효모 회수 시도는 실패했지만, 발굴 당시 조심스럽게 따로 보관해뒀던 다른 병의 샘플 두 개가 박물관 창고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분석 결과, 샘플에는 브레타노마이세스(Brettanomyces)라는 야생 양조 효모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 효모는 산업혁명 이전 구식 양조법에서 사용되던 것으로, 현대 양조에서는 람빅과 일부 크래프트 맥주를 제외하면 거의 사용되지 않습니다. 또한 트라피스트 맥주의 상면 발효에 쓰이는 효모와 유사한 사카로마이세스(Saccharomyces) 교잡종도 함께 확인되었습니다. 바로 222년 묵은 효모였습니다.
'렉 프리저베이션 에일'의 탄생
동정 작업을 마친 효모는 제임스 스퀴어 양조장의 장인들에게 전달되었습니다. 흥미롭게도 이 양조장은 난파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호주 최초의 양조업자 제임스 스퀴어의 이름을 딴 곳입니다. 양조사들은 현대 양조 방식과 결합하는 다양한 실험을 거듭했습니다.
당시 시드니 코브호에 실려 있던 맥주에서 영감을 받아, 즉 런던에서 볶은 맥아로 만든 검은 맥주 스타일인 포터(porter)를 모티브로, 양조사들은 초콜릿과 향신료의 풍미가 감도는 진하고 몰티한 맥주를 완성해냈습니다. '렉 프리저베이션 에일(Wreck Preservation Ale)', 즉 '프리저베이션 섬 난파선 맥주'라 불리는 이 맥주는 5월 18일부터 열리는 호주 맥주 축제 그레이트 오스트레일리안 비어 스펙태큘러(Great Australian Beer SpecTAPular)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만약 이 시기에 호주에 계신다면 꼭 기억하세요. 과도한 음주는 건강에 해롭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좋은 목적을 위한 일입니다. 맥주 판매 수익의 일부는 시드니 코브호 컬렉션에 대한 빅토리아 여왕 박물관 미술관의 연구 자금으로 사용됩니다. 양조사들과 학예사 데이비드 서로그드는 이미 난파선에 대한 새로운 고고학 발굴 캠페인을 꿈꾸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