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이집트 카이로에서 발견된 4000년 된 양피지 두루마리의 비밀

파피루스 문서의 보고(寶庫)인 이집트에서, 무려 4000년의 역사를 지닌 예외적인 양피지(동물 가죽에 기록한 문서)가 최근 카이로에서 발견되어 학계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집트 카이로에서 발견된 4000년 된 양피지 두루마리의 비밀

▲ 4000년 된 고대 사본이 발견된 이집트 카이로 박물관

히에로그리프로 가득 찬 고대 두루마리

카이로 박물관은 새로운 보물을 계속해서 세상에 공개하고 있다. 벨기에 루뱅 대학교와 협력 중인 고고학자 와일 엘셰르비니(Wael el-Sherbiny)는 먼지 쌓인 선반 위에서 길이 약 2.5미터의 가죽 두루마리 한 권을 발견했다. 이 두루마리는 양면 모두 정교한 히에로그리프와 화려한 삽화로 덮여 있었으며, 전체 길이는 5미터에 달한다. 이 문서는 수백 점의 고대 파피루스와 필사본 파편들 사이에서 발견되었으며, 그 존재는 2015년 8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열린 국제 이집트학 학술대회에서 처음 공개되었다. 이집트에서 발견된 유물 중 가장 오래되고 가장 긴 가죽 필사본으로 평가받는다.

신들과 강력한 마법적 힘을 지닌 초자연적 존재들로 장식된 이 특별한 문서는 중왕국 시대 초기(기원전 2000~1780년)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왕국 초기(기원전 1500년경)의 고대 이집트인들이 남긴 최고(最古)의 문학 작품으로 여겨졌던 '사자의 서'보다 무려 1000년이나 앞선 시기의 것이다.

이집트학자에 따르면, 이 문서는 이미 70년 동안 카이로 박물관 소장품 속에 있었지만 정확한 출처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제1차 세계대전 무렵 프랑스 동양고고학연구소가 현지 골동품 상인에게서 구입한 뒤,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 카이로 이집트 박물관에 기증된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자는 "그 후 이 문서는 완전히 잊혀지고 말았다"고 전했다.

흩어진 조각들을 되살린 퍼즐 맞추기

와일 엘셰르비니는 파편으로 흩어진 상태로 발견된 가죽 두루마리 앞에서 진정한 퍼즐 맞추기를 해내야 했다. 고대 종교 전문가였던 그는 일부 석관 내부에서 발견된 고대 성문(聖文)들에 대한 깊은 지식을 바탕으로 문서의 원래 순서를 재구성할 수 있었다. 특히 이 양피지를 장식하는 삽화 가운데 상당수는 이전에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는 것들이었다.

프랑스의 저명한 이집트학자 파스칼 베르누스(Pascal Vernus, 파리 고등실용학교 전 교수)는 "이 두루마리에는 중왕국 시대(기원전 2000년경부터) 일부 석관에 새겨지곤 했던 '두 갈래 길의 서(The Book of Two Paths)'라 불리는 구성의 확장판이 담겨 있다"며 "이는 죽은 자가 내세에서 부활할 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방대한 도구 체계 안에서 활용되었다"고 설명했다.

'두 갈래 길의 서'는 매우 난해한 텍스트로, 내세의 다양한 장소와 그곳의 위험 요소, 수호자, 그리고 여정의 모든 시련을 통과하기 위해 읊어야 할 마법 주문의 목록까지 망라한 거대한 '지도'로 여겨진다. 두 갈래 길이란 내세를 가로지르는 두 개의 길, 즉 검은색으로 칠해진 아래길과 파란색으로 칠해진 윗길을 의미한다.

단 하나뿐인 가죽 문서

같은 유형의 필사본 중 현재까지 전해지는 것은 단 6점뿐이며, 모두 가죽이 아닌 파피루스 형태다. 가죽 두루마리는 파라오 시대 이집트에서 널리 사용된 기록 매체였음에도 불구하고, 건조한 사막 기후 덕분에 모래 속에서 잘 보존된 식물성 문서들에 비해 훨씬 부서지기 쉬웠기 때문이다. 고대 이집트인들의 장례 신앙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자료인 이 귀중한 두루마리의 텍스트는 조만간 전체 내용이 출간될 예정이다.

이집트 카이로에서 발견된 4000년 된 양피지 두루마리의 비밀

▲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된 '사자의 서' 일부. © Sipa

사자의 서란?

이집트 문명에서 내세에서의 생존은 가장 중요한 관심사였다. 제17왕조 말기(기원전 1630~1539년)에 등장하여 로마 시대까지 이어진 '사자의 서'는, 죽은 자가 내세의 모든 위험에 맞서 영원히 살 수 있도록 돕는 마법 주문들의 집합으로, 무덤과 함께 묻혔다. 구성이 매우 다양한 이 '생존 매뉴얼'에는 피라미드 텍스트(기원전 2350~2321년)에서 물려받은 주문들도 포함되어 있다. 파피루스에 필사된 이 마법 주문 모음은 고인의 시신 곁에 놓였으며, 어떤 방식으로든 무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었다. '사자의 서'라는 명칭은 이 텍스트의 후대 버전을 번역한 독일의 학자 리하르트 렙시우스(Richard Lepsius, 1810~1884)가 붙인 것으로, 실제 이름은 '낮에 나가기 위한 주문(Formulas for going out by day)'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