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현대 유럽인의 4번째 조상 부족, 코카서스 수렵채집인의 DNA가 밝힌 비밀

핵심 요약: 화석 인골의 DNA 분석 결과, 코카서스 지역의 수렵채집인 집단 역시 현대 유럽인의 유전자 풀에 기여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로써 호모 사피엔스의 네 번째 '조상 부족'이 확인된 것입니다.

현대 유럽인의 4번째 조상 부족, 코카서스 수렵채집인의 DNA가 밝힌 비밀

조지아 코카서스 지역에서 발견된 화석 인골 중 하나

DNA가 밝혀낸 미지의 조상 집단

오늘날 지구에 살고 있는 약 70억 명의 인류는 모두 아프리카를 떠난 호모 사피엔스 집단의 후손이라는 사실은 DNA 분석을 통해 이미 입증되었습니다(인포그래픽 참조). 그렇다면 현대 유럽인이라는 집단은 과연 어떻게 형성된 것일까요?

조지아 코카서스 지역에서 출토된 화석 인골에 대한 최신 유전체 분석에 따르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한 무리의 수렵채집인들이 유럽인의 유전적 유산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로써 유럽의 '유전자 풀'에 기여한 '부족', 즉 인류 분기군(clade)의 수는 네 개로 늘어나게 되었습니다('인류의 위대한 역사' 특별호 제183호 읽기).

아일랜드 트리니티 칼리지와 영국 캠브리지 대학교 등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팀은 약 13,300년 전(구석기 시대 말) 사추르블리아(Satsurblia) 유적의 남성과 약 9,700년 전(중석기 시대) 코티아스(Kotias) 동굴의 남성 뼈를 분석했습니다. 이어 연구팀은 이들의 DNA를 약 13,700년 전 서유럽 수렵채집인 집단에 속하는 크로마뇽형 선사시대 스위스 남성(비숑 동굴 출토)의 DNA와 비교했습니다.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된 연구 결과는 구대륙 정착의 복잡한 유전사를 새롭게 조명하고 있습니다.

수렵채집인, 농경민, 초원의 기마민족

트리니티 칼리지의 유전학자 대니얼 브래들리(Daniel Bradley)는 "동쪽의 한 수렵채집인 집단은 약 45,000년 전, 서쪽으로 이동해 도르도뉴의 유명한 크로마뇽인이 속하게 된 집단과 유전적으로 갈라졌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이후 이들에게서 초기 농경민 집단과, 방금 우리가 확인한 매우 균질한 유전적 특징을 지닌 코카서스 수렵채집인 집단이 태어났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빙하기가 절정에 달했던 약 25,000년 전~23,000년 전 사이, 이들은 오랫동안 고립된 상태로 생존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탄생한 유럽의 여러 집단들은 저마다 다른 운명과 정복의 역사를 겪게 됩니다.

1번 부족: 서유럽 수렵채집인

'서유럽 수렵채집인'은 지난 10년간 진행된 여러 차례의 DNA 분석을 통해 유전적 특징이 확인된 '1번 부족'입니다. 이들은 스페인부터 헝가리까지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거주했습니다.

2번 부족: 신석기 농경민

'2번 부족'인 최초의 신석기 농경민들은 식물 재배와 가축 가축화라는 강력한 무기를 바탕으로 동방과 지중해 지역을 성공적으로 개척하며 인구를 급속히 늘렸습니다. 한때는 유럽인 모두가 이 신석기 농경민의 후손이라고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약 7,500년 전 이들은 대대적으로 확장하여 남부에서 마주친 수렵채집인들을 대체하기까지 했습니다. 반면 북부에서는 약 4,000년 전 무렵, 잔존한 서유럽 수렵채집인들과 유전자를 섞었는데, 이는 2012년 아일랜드 연구와 2013년 독일 연구에서 각각 입증된 바 있습니다.

현대 유럽인의 4번째 조상 부족, 코카서스 수렵채집인의 DNA가 밝힌 비밀

3번 부족: 얌나야 초원의 기마민족

한편 약 5,000년 전, 세 번째 부족이 동쪽에서 몰려왔습니다. 바로 초원의 유목 기마민족 '얌나야(Yamna)'입니다. 이들은 동쪽으로 이동했던 고대 수렵채집인 계열에서 파생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청동기 시대 초기에 활약한 이들은 인도유럽어족 언어를 퍼뜨린 장본인이기도 한데, 2015년 6월 예테보리 대학교가 주도한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이들 역시 유럽인 유전자 풀에 크게 기여하며 현지에서 만난 모든 농경 문화권과 융합되었습니다.

4번 부족, 코카서스 수렵채집인의 행보

그렇다면 이번에 새롭게 확인된 '4번 부족', 즉 '코카서스 수렵채집인'은 이 거대한 혼합 속에서 어떤 역할을 했을까요?

연구 공동저자이자 조지아 국립박물관 관장인 다비드 로르키파니제(David Lordkipanidze)는 "이들은 영원히 산맥에 갇혀 자급자족하며 살지 않았다"며 "빙하기를 생존해냈고, 빙하가 녹으면서 사람들의 이동이 자유로워지자 곧바로 확장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합니다.

최신 분석 결과에 따르면 코카서스 수렵채집인들 역시 현대 유럽인에게 유전자를 물려주었으며, 무엇보다 얌나야 기마민족 집단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더 나아가 이 작은 코카서스 집단은 자신들의 유전자를 한층 더 동쪽, 즉 인도까지 수출했으며, 그곳에는 아직도 먼 후손들이 남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