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에 쇠사슬이 채워진 채 발견된 유골들이 그리스 아테네 근교의 고대 묘지에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들은 수천 년 전 실패한 쿠데타의 희생자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아테네 남쪽 팔레론(팔리로 델타) 고대 네크로폴리스에서 발굴된 쇠사슬에 결박된 유골들
처형당한 '반역자'들의 무덤?
입을 벌린 채 나란히 누워 있는 80구의 유골이 그리스의 한 네크로폴리스(공동묘지)에서 발굴되었습니다. 이곳은 아테네와 피레우스 사이에 위치한 옛 항구 도시 팔레론 일대로, 기원전 8세기부터 5세기까지 사용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놀라운 점은 모든 유골의 팔이 머리 위로 올려진 상태에서 손목에 쇠사슬로 묶여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마치 포로 학살 현장을 연상시키는 광경입니다.
도대체 이 사람들이 어떤 죄를 지어 이런 혹독한 형벌을 받아야 했을까요? 그리스 중앙고고학위원회(KAS)의 지휘 아래 발굴 작업을 진행해 온 고고학자 스텔라 크리술라키는 바로 이 의문을 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지난 7월 27일 현장 방문 기자회견에서 "이들 대부분은 매우 젊은 나이였으며, 처형 당시 건강 상태도 매우 뛰어났다"고 밝혔습니다.
실패한 쿠데타의 희생자일 가능성

아테네 남부 팔레론 고대 네크로폴리스와 집단무덤 © A.Konstantinidis/ Reuters
이 유해는 지난 4월,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에 앞서 실시된 구제 발굴 과정에서 두 개의 집단무덤에서 출토되었습니다. 인근에서 세 잎 화병(트레포일 항아리) 두 개가 함께 발견되면서 매장 시기는 기원전 7세기에서 6세기로 추정되었는데, 이는 아테네 도시국가의 영토였던 아티카 지역이 격심한 정치적 불안에 시달리던 시기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이에 스텔라 크리술라키는 "기원전 632년경 쿠데타에 실패한 후 처형된 킬론의 지지자들일 가능성이 있다"는 가설을 제시했습니다. 역사가 헤로도토스와 투키디데스의 기록에 따르면, 킬론은 통치 계급인 에우파트리데스 출신의 귀족이자 전직 올림픽 우승자로, 장인인 메가라의 참주 테아게네스의 지원을 받아 기원전 632년경 아테네의 권력 탈취를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고, 음모에 가담했던 자들은 아크로폴리스에 있는 신전으로 몸을 숨겼습니다. 여신 아테나의 보호 아래 들어가면 목숨을 건질 수 있으리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치명적인 착각이었습니다. 상대 세력은 그들의 목숨을 살려주겠다고 약속한 뒤, 결국 모두 학살했다고 전해집니다.
연구진은 추가적인 DNA 분석과 인류학적 검사를 통해 이 비극적이고 수수께끼 같은 죽음의 실체에 대해 더 많은 단서를 얻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규모와 가치면에서 예외적인 네크로폴리스

팔레론 묘지의 수많은 무덤 중에는 어린아이들을 담은 암포라도 다수 발견되었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전형적인 장례 방식입니다. © A. Konstantinidis/Reuters
팔레론 네크로폴리스는 20세기 초부터 그 존재가 알려져 왔지만, 본격적인 조사는 2012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이 거대한 묘지에서는 모래땅에 파낸 수혈식 무덤을 중심으로 1,500기가 넘는 무덤과 화장 흔적이 확인되었습니다. 또한 갓 태어난 영아나 유아를 암포라에 안치하는 이른바 '앙키트리스몽(enchytrismos)' 방식의 무덤도 다수 출토되었는데, 이는 고대 그리스에서 널리 행해지던 장례 관습이었습니다.
스텔라 크리술라키는 이곳이 시민들이 방문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되어 이 예외적인 네크로폴리스를 직접 경험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매장이나 장례 의식 없이 죽는다는 것은 저승, 즉 죽은 자의 나라 하데스에 내려갈 자격조차 얻지 못한다는 뜻이었습니다. 망자의 영혼은 어둠의 세계 에레보스를 영원히 떠돌아야만 했지요. 아마도 팔레론에서 거의 2,500년 동안 쇠사슬에 묶인 채 잠들어 있던 이들의 영혼 역시, 그런 운명을 걱정하며 긴 세월을 보내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