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북동부에 위치한 린디스판(Lindisfarne) 섬에서 각자(刻字)된 묘비 한 점이 발굴되었다. 연구진은 마침내 7세기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 전설의 수도원 원래 부지를 찾을 결정적인 단서를 손에 넣었다고 확신하고 있다.

바이킹의 그림자. 635년 앵글로색슨 왕국 노섬브리아의 왕 오스왈드(Oswald)가 세운 린디스판 수도원은 오랫동안 기독교 세계 전역에 그 명성을 떨쳤다. 그러나 정작 이 건물이 서 있던 원래 위치는 지금까지 미스터리로 남아 있었다.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793년부터 시작된 바이킹의 잔혹한 약탈이다. 이 습격은 흔히 '바이킹 시대'의 막을 연 사건으로 꼽힌다. 수도원은 몇 세기 뒤 홀리 아일랜드(Holy Island)에 재건되었지만(아래 위치 지도 참조), 최초의 부지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수년간의 헛된 탐사 끝에, 한 아마추어 고고학자의 발견이 전문가들에게 확실한 실마리를 쥐여준 것이다.
익명의 자원봉사자는 지난 2월 2만 5천 파운드의 크라우드펀딩을 성공적으로 모금한 협회 프로젝트 'DigVentures'의 60명 발굴 참가자 중 한 명이다. 이 모금은 더럼 대학교의 데이비드 페츠(David Petts) 교수가 스코틀랜드 출신 수도승들이 머물렀던 원래 부지를 정확히 찾아내는 데 큰 힘이 되었다. 연구진은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지구물리학적 탐사를 진행했고, 중세 시대에 지어진 옛 수도원(priory) 인근 지하에서 흥미로운 '단서'들을 감지하여 새로운 발굴 트렌치를 열 수 있었다.

린디스판 복음서가 탄생한 곳
이번에 발견된 유물은 반원형으로 가공된 돌로, 7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앵글로색슨 문자가 새겨져 있다. 이 묘비는 현재 런던 대영도서관에 소장된 화려한 장식 필사본, 이른바 '린디스판 복음서(Lindisfarne Gospels)'가 집필된 원래 건물의 존재를 입증하는 최초의 물적 증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근에서 인골 조각들도 함께 확인되어, 이곳에 묘지가 존재했음을 시사하고 있다.
모든 각도에서 본 린디스판 석재. © DigVentures on Sketchfab
"잔해 구조물과 인골 매장 사이에서 이 돌이 발견된 것은, 우리가 찾아 헤매던 수도원 단지의 일부를 마침내 손에 넣었다는 강력한 증거입니다"라고 데이비드 페츠 교수는 설명했다. 조각된 돌에는 십자가의 일부와 아직 해독 작업이 진행 중인 명문이 남아 있다. 특히 이름이 앵글로색슨인 이름에서 매우 흔하게 쓰인 요소인 'FRITH'라는 글자로 끝나는 것이 주목할 만하다.
연구진과 자원봉사자들은 고대 노섬브리아 왕국의 정치적·종교적 심장부였던 잃어버린 장소의 실체에 한 걸음 더 다가선 것을 기뻐하고 있다. 프랑크 왕국을 다고베르트(Dagobert)가 다스리던 시대, 영국 해협 너머에 세워진 이 최초의 수도원은 훗날 잉글랜드 전역의 기독교화를 이끈 요람이 되었다. 이번 발견이 영국 초기 기독교사의 공백을 메우는 새로운 장을 열어줄지, 귀추가 주목된다.